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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휩쓸리기보다는

탐사보도기자가 되는 12가지 방법

미디엄에서 우연히 발견한 30년차 고참 기자의 글. 어찌보면 뻔하고, 당연한 내용들인데 너무 맞는 말들이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영어 공부도 할 겸 끙끙대며 번역했다. 오역과 의역이 많으리라 예상한다(OTL)... 원문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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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perStock


1. 열심히 취재하고, 열심히 써라.


좋은 탐사보도는 철저한(hard-nosed) 취재에서 시작한다. 픽션에서 팩트를 찾아내고, 과거 기록을 파헤치고, 확실한 인터뷰를 쫓으면 마침내 실체가 불분명한 것들을 걷어내고 보도의 목표가 분명해진다. 물론 힘들고, 사람을 지치게(mind-numbibg)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당신이 힘든 만큼, 글을 쓰는 데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모은다. 봐주지 말라. ‘~할 수 있었다, ~ 일지 모른다, 아마, 어쩌면’ 같은 흐리멍텅한 문구들은 날려버려라. 발을 떼면, 절대 되돌아보지 말고.


결국 장황하게 쓰지 말라는 얘기다. 탐사보도는 종종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니 내버려둬라. 당신을 이끌어줄 당신의 취재 내용을 믿어라. 선정주의나 과장법은 필요 없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전하라. 당신은 다양한 빛깔을 가진 좋은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다. 디테일이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당신 안의 포크너는 글 쓰는 동안 깊숙한 장소에 넣어둬야만 한다.


2. 예쁜 놈 매 한 대 더 때린다.


당신이 아니면 당신의 데스크가 할 일이다. 기사를 완성한 다음 편집에 들어가면 당신이 사랑하는 구절을 표시해두고 주저하지 말라. ‘예쁜 놈 매 한 대 더 때린다.’ 지워라. 당신은 본인이 애지중지한 문구들 대부분을 문학적 저널리즘의 훌륭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그 문구들은 단지 잡동사니일 뿐이다. 당신을 대신해 (퇴고의) 칼을 휘둘러야 하는 데스크의 시간과 분노를 절약하자. 


3. 데스크와 싸우지 말라.


힘들게 취재해서 기사까지 썼다면, 데스크가 당신의 글을 통제하도록 놔두고, 그 자체를 기뻐하긴 어렵다. 당신이 사자의 심장과 차가운 피를 지니고, 간결한 글을 추구하는 데스크를 만나길 바란다. 날카로운 시각으로 주도면밀하게 글을 살펴보는 데스크 없이 더 좋은 글쟁이로 남을 수는 없다. 습관을 멀리 한 채 편집 내용을 들여다봐라. 데스크가 옳다. 그 때문에 당신의 글은 더욱 빛날 것이다.


4. 괴짜, 음모론자들과 가까워져라.


탐사보도 기자로서 당신은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들, 이른바 ‘2차 요소’들을 접하게 된다. CIA가 누군가의 치아에 장치를 심었다거나 항중력(Anti-gravity) 장치를 몰래 운용하고 있다는 식의. 당신의 귀에도 ‘2차 요소’들이 들려올 것이다. 거기에 관심을 가져라. 


쓸데없어 보이고 잡동사니 같은 하찮은 이론과 의심 가운데에서도 아주 가끔은 누구도 지금껏 찾지 못한 완벽한 진주를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 번 믿어봐라. 당신은 불확실한 경험과 무의미한 기록들에서도 누군가의 인생사를 파헤쳐야한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서 당신은 한 알의 진실을 발견해낼 수 있다.


5. 책상 앞을 떠나라.


동료 가운데 98.7%가 책상 앞에 앉아 구글 검색 후 ‘다음 페이지’ 버튼을 계속 누르거나 취재원들에게 코멘트를 요청하는 수많은 메일을 보내고 있을 때, 당신은 직접 누군가를 만나라. ‘옛날 일’이고, 희한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정말 좋은 소재를 얻고 싶다면,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싶다면, 예고 없이 취재원들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거나 토요일 오후 그들 자녀의 야구 경기를 찾아가라. 


6. 스프레드시트를 친구로 삼아라.


스프레드시트 사용법을 배워라. ‘수학에 약하다’고만 하지 말아라. 오늘날처럼 컴퓨터를 이용해 취재하는 시대에선 변명이 될 수 없다. 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여러 방법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라. 데이터베이스 관련 기초 지식도 습득하고. 탐사보도전문기자들과 NICAR(컴퓨터활용보도기자회)의 동향을 살피고 그들의 정보에 주목하라.


또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면서 쿼츠의 차트빌더 같은 차트프로그램 사용법도 익혀서 당신의 기사에 이용하라. 적절한 차트 또는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만큼 기사 내용을 명확히 전달해주는 도구도 없다.


ⓒ Alamy



7. 취재원을 끝까지 보호하라.


절대, 결코 취재원을 포기하지 말라. 그냥 감옥에 가라. 취재원을 보호하지 않으면 당신의 평판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더 이상 누구도 당신에게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 데스크로부터도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 당신이 미국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않는 한, (취재원과 관련해선) 침묵하라. 나는 그동안 데스크들에게 나 또는 내 취재원을 믿지 않는다면 ‘익명에 따르면’이라는 내용을 들어내도 좋지만, 그래도 취재원을 알려주지 않겠다고 해왔다. 실제로 취재원을 밝히지 않아 기사가 킬당한 적도 있다. 데스크는 한 달 뒤 같은 내용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하고나서야 자신의 기조를 바꿨다. 이 일로 물먹어서 속상했냐고? 물론이다. 하지만 나도, 데스크도 내가 가장 먼저 그 내용을 취재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같은 문제를 겪지 않았다.


8.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당신이 밑취재 중인 사안을 두고 세 명 이상으로부터 관련 이야기를 들었음을 인식한다면, 정식 취재를 시작하라.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서로 연관 없는 세 사람이 내게 똑같은 얘기를 해줄 경우 그것은 무언가 의미 있는 사안이더라.


9. 문서를 구하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들은 당신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당신을 들뜨게 만든다. 하지만 퓰리처상 수상을 상상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문서를 구할 수 있는가?’ 어떤 종류든 확실한, 문서로 된 증거가 당신의 기사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건 스프레드시트일 수도 있고, 데이터베이스일 수도 있고, 이메일더미나 종이문서로 가득한 서류철일 수도 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어디에서든 어떤 자료든 입수부터 해라. 이 세상에는 꿍꿍이를 품은 사람들이 너무 흔하다. 상상 속의 용을 쫓기 전에, 그들이 당신을 이용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


10. 뻔뻔해져라.


아무리 확실한 ‘한 방’이 있더라도, 아무리 대단한 특종이거나 거대한 비리를 밝혀내는 사안이라고 해도 당신의 취재는 누군가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러면 그들은 당신에게 ‘너는 시덥잖은 기자’라고, ‘특종 욕심에 눈먼 비열한 기자’라고 떠들어댈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이야기는 없다. 감당해야만 한다.


11. 완벽한 보도는 드물다.


세상을 뒤흔든 탐사보도라 해도, 모두 그림자가 있다. 주요 취재원이라해도 그의 과거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면 신뢰하기 어렵고, 핵심 자료라도 기밀로 취급되거나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무언가는 항상 ‘완벽한 보도’를 방해한다. 그 장애물을 다루다보면, 혹은 데스크에게 당신이 기사의 핵심을 덜 중요해보이는 요소와 결부시킨 이유를 잘 설명하다보면 배우게 될 것이다. 


12. 좋은 질문만 던져도 좋은 기사다.


모든 탐사보도가 비밀을 드러내거나 스캔들을 밝혀내거나 정부에 타격을 주진 않는다. 좋은 탐사보드는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데에 그칠 때도 있다. 그리고 이 질문에는 답을 구하기 위한 후속 취재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마치 나무를 흔드는 것처럼.


독자들은 당신이 미처 생각 못한 점을 알려줘 당신의 취재 내용을 더 채워줄 수 있고, 또는 독자들이 당신을 뛰어난 기자라고 인정하고 당신에게 더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최초 보도는 또 독자들이 당신에게 말을 걸도록 만든다. 그들은 누가, 언제, 무슨 일을 했는지를 파악해 그 내용들을 당신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