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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휩쓸리기보다는

한국 언론에 권하는 11가지 제언

<미디어오늘>에서 지난해 몇 차례 걸쳐 '미디어의 미래, 디지털퍼스트'란 특집을 진행했다. 그때는 미처 다 꼼꼼하게 읽지 못했는데 틈나는 대로 읽어봐야겠다. 일단 특집 끝에 나온 '한국 언론에 권하는 11가지 제언'부터 정리.


1탄 http://bit.ly/1xSeyk5  

2탄 http://bit.ly/1xcvs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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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바일 화면을 고려하라 


많은 언론의 모바일 유입률이 50%를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편집은 지면 혹은 웹 화면에 맞춰져 있다. 일부 신문이 한자세대를 배려해 여전히 지면에 한자를 사용하듯, 모바일 세대를 위한 편집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제목이다. 지면 레이아웃에 맞춰진 긴 기사 제목을 그대로 싣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또한 모바일에선 모바일 세대를 겨냥한 제목 편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나온 미디어오늘의 <"어머 이건 봐야 해" 의료민영화 8문8답> 기사는 페이스북에서만 1800여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독자가 모바일 기사를 읽는 호흡도 고려해야 한다. 글의 단락을 나눠주듯, 적절한 이미지를 중간에 삽입해주는 것이 좋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사람들은 모바일 화면에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흥미로운 이미지를 발견하면 멈추고 그 아래 글을 읽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ㅍㅍㅅㅅ'를 보면 '짤방 이미지'가 글의 맥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 인터페이스)면에서는 '상하 스크롤' 대신 '좌우 슬라이드'로 기사를 넘겨보는 (카드)형식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편집을 하기 위해선 편집자가 모바일 화면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는 (콘텐츠관리시스템) 안에서 '모바일 화면 미리보기'가 가능하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데퓨티 매니징 에디터(Deputy Managing Editor)'인 키키 폰 글노브( Glinow)는 "허핑턴포스트에선 모두가 (모바일 화면을 보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어떻게 게시될 것인지를 생각하고 기사를 쓴다"고 말했다. 기사의 제목, 길이, 이미지 삽입 여부 등을 판단할 때 모두 모바일 독자를 고려한다는 얘기다. 


2. 독자와 트래픽을 분석하라 


뉴욕타임스는 사이트 방문자의 모든 행동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방문자가 누구인지, 기사를 몇 개나 읽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체류하는지 분석한다. 2012년 4월 뉴욕타임스는 월 20개까지 제공하던 무료 온라인 기사를 월 10개로 줄였다. 분석 결과, (유료 구독할)충성 독자와 뜨내기 독자를 가르는 경계가 월 기사 10개인 것이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매거진팀 팀장은 "유료화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그 언론사의 충성독자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방문자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즈피드는 10여명으로 구성된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운영한다. 이들은 어떤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잘 공유되는지 분석해, 편집 노하우와 콘텐츠 전략을 뉴스룸에 제공한다. 버즈피드의 폭발적인 트래픽 급증 배경에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아메리칸 저널리즘 리뷰()'는 데이터 사이언스팀을 이끄는 키 할린( Harlin)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그를 '버즈피드의 비밀병기'라고 지칭했다. 버즈피드는 이 팀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광고부문에도 활용하고 있다. 


웹 분석가인 '댄 버커( Baker)'는 자신의 블로그에 버즈피드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미지=댄 버커 블로그 갈무리. 한국 언론에도 독자를 분석하고 콘텐츠 전략을 세우는 '데이터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 신문사가 지역 주민 현황을 파악하고 지역별 '신문 보급' 전략을 짰던 것을 디지털에 도입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언론사의 분석은 광고수익과 연계된 트래픽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언론사 전문업체 코드메익스(Codemakes)의 개발자 하대환씨는 "웹 분석 도구인 구글 애널리틱스()만 이용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독자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문자가 어디를 통해서 들어왔고(유입경로), 어떤 페이지에서 얼마나 있었는지(체류시간), 어디에 위치한 링크를 클릭해서 다음 기사로 건너갔는지, 어떤 기사를 마지막으로 페이지에서 나갔는지 모두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그인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 26일부터 '프리미엄 조선' 페이지에 소셜미디어(페이스북, 구글 플러스) 로그인을 추가했다. 독자 입장에선 , 비밀번호 생성 과정 없이도 기사를 읽을 수 있으며, 언론사는 독자의 소비행태 분석이 더 손쉬워진다. 이성규 팀장은 "자동 로그인 기능을 추가하면 (독자가) 다른 기기로 들어와도, 언론사가 이를 인식하고 독자의 취향을 분석하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3. 관련기사를 강화하라


디지털에선 하이퍼링크를 이용한 '맥락 저널리즘'이 가능하다. 하나의 기사로 사안의 배경과 전후 과정을 전달할 수 없을 때, 기존 기사와 관련 자료를 연결해줌으로써 독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독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대개 기사 아래 붙던 관련기사 링크도 진화하고 있다. 복스()는 '스토리 스트림(Stream)'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관련 기사를 일자 별 순서로 연결해준다. 써카(Circa)와 뉴스퀘어(Newsquare)도 '카드형 기사'라는 형식을 통해서 전후 스토리를 연결함으로써 맥락적 이해를 높여준다. [관련기사 : "어머 이런 기사 처음이야" 카드형 기사의 등장] 


'아메리칸 저널리즘 리뷰'는 웹 사이트에서 기사 좌우에 '이동 버튼'을 만들었다. '사진 슬라이드' 방식을 기사에 접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첫 화면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다른 기사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매체가 기사 중간에도 건너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은 '기사를 끝까지 읽는 비율'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하느냐가 클릭 유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슬라이드 팝업창'이 있던 블로터닷넷은 더 이상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에 사용했던 관련기사 '플러그 인'의 한글 분석이 정확하지 않아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기사의 맥락과 상관없는 '관련기사'가 붙는 경우가 있다"며 "관련기사 추천은 그 사건에 대한 맥락 파악을 도와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기사 우측 하단에서 미끄러져 나오는 '슬라이드 팝업창'을 통한 관련기사 추천도 나쁘지 않다. 장유정 오마이뉴스 전략기획팀장은 "(해당)기사와 관련된 분야에 이런 기사도 있다는 걸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며 "기사 아래에 붙는 관련기사 보다는 팝업창 방식이 조금 더 클릭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탁월한 제품 추천을 통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론에서도 잘 설계된 관련기사는 트래픽에도 도움을 준다. 파이낸셜뉴스는 오는 9월 새로운 기사 추천 알고리즘과 를 도입함으로써, 방문자 1명당 1.65건이었던 페이지뷰를 6건까지 늘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4. SNS를 강화하라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는 트래픽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1~2013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방문자는 1억4천만명 수준에서 8천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트래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 상의 기사 소비가 늘어나면서 감소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와 같이 '디지털 네이티브' 언론사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기성 언론사도 소셜미디어에 집중하고 있다. 


SEO(검색최적화)에 기울었던 기사 유통 전략도 SNS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매니징 에디터'인 케이트 팔머( Palmer)는 "이제 소셜미디어의 첫 화면은 과거 홈페이지 첫 화면만큼이나 중요해졌다"며 "(허핑턴포스트가) 예전에는 SEO에 의존했으나, 이제는 모든 에디터가 SNS의 중요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서 매우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 언론들은 수십개의 SNS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버즈피드는 페이스북에서 음악, 부모, 스타일 등 주제별로 30여개가 넘는 계정을 운영한다. 여러 SNS계정들이 동시에 기사를 공유하면서 도달률을 높이고, 특정 주제에만 관심 있는 독자까지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뉴욕타임스도 마찬가지다. 본 계정 외에 과학, 렌즈(사진), 요리 등의 페이스북 계정도 각각 수십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하루 수백 개가 넘는 기사를 생산하는 한국 언론도 여러 SNS계정을 동시에 이용해 기사를 확산시킬 수 있다. 물론 '센스 있는' 운영자의 확충이 필요하다. 경향신문은 페이스북에서 '짤방 이미지'를 활용해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 페이스북 운영자를 바꾼 국민일보도 일부 논란을 일으켰지만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관련기사 : 국민일보 트위터계정은 왜 자기회사를 욕하나?] 


독자가 SNS에 기사를 공유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허핑턴포스트는 모든 모바일 기사 아래에 페이스북, 트위터 등 공유 버튼을 배치했다. 뉴스타파도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라인, 페이스북, 트위터 버튼을 삽입해 모바일에서 언제나 기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뉴스타파의 카카오스토리 팔로우는 10만여명으로 페이스북(약 4만명)의 두 배를 넘는다. 


5. 재고기사를 활용하라


재고기사를 활용해 기사의 수명을 늘리는 전략도 권한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7일 '지난 기사 새로쓰기'라는 코너를 시작했다. 경남도민일보 웹사이트에 있는 45만 건의 기사와 6671명의 인물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 기사를 새롭게 쓰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기사를 활용하면 사건의 전후 과정을 총정리해주는 기사가 가능하다. [관련기사 : 썼던 기사 다시 쓴다? 에버그린 콘텐츠] 


또한 적절한 시기에 기존 기사를 다시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한국일보와 슬로우뉴스는 주중 기사 중 몇 개를 골라 주말에 '추천 기사'로 묶어서 제공하고 있다. 일단 큰 품을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6. 다양한 포맷을 시도하라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이에 가장 걸 맞는 형태의 콘텐츠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TV방송 기사와 종이신문 기사의 형태가 다르듯, '디지털 시대'는 기사 형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글과 사진 위주의 종이신문용 기사만 생산해선 디지털 독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 글, 그래픽, 음성 등으로 구성된 '스노우폴'류의 기사는 디지털 상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그릇이 바뀌면 음식물의 형태도 변한다. 기사 형태도 마찬가지로, '카드형 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담당 기자가 꾸준히 업데이트함에 따라 '카드형 기사'는 해당 사안의 A부터 Z까지 자세히 해설해준다. 형태적으로 스트레이트 기사가 할 수 없는 역할이다. 기사를 팩트, 인용문, 이미지, 그래프 등 '원자 단위(Atomic Unit)'로 재구성하는 써카의 기사도 새로운 스토리텔링 경험을 제공한다. 


최근 한국일보가 시도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진 슬라이드와 함께 설명을 덧붙인 <공중부양 사진 잘 찍는 비법>, 2643장의 사진으로 제작한 타임랩스 영상 <포토 플레이> 같은 기사는 기존과는 다른 스토리텔링을 추구한다. 연합뉴스 '이슈픽', SBS '카드뉴스'와 같이 이미지 위에 짧은 설명을 덧붙인 SNS 전용 기사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7. 기사 유통도 고민하게 하라 


오프라인 시대 언론사는 생산에만 집중해도 됐다. 정보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독자는 신문을 구독해서 봤고, 시청자는 뉴스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았다. 하지만 정보과잉 시대엔 언론사가 이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기사의 유통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기사 주제, 제목, 문체, 형식까지 고려한 취재가 필요하다. 원성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뉴스에디터는 "허핑턴포스트 에디터는 기사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고르기 위해서 한 시간 넘게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내용이 허핑턴포스트 에디터 교육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텍스트를 짧게 쓰라고 하고, 사진을 상당히 강조한다"고 말했다. 


언론사는 기자들에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설명하고, 이들에게 콘텐츠 전략을 제공해야 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이제는 뉴스의 경쟁자가 게임, 웹툰, SNS 등으로 확산됐다는 점도 인식시켜야 한다. 


경향신문은 최근 편집국원 전체가 참여하는 '편집국 워크숍'을 열고 온오프라인 전략을 논의했다. 또한 지난 4월엔 언론재단 지원을 받아 사내 '기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은 "SNS, 인포그래픽 등의 활용법과,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을 소개하는 내용이 교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8. CMS를 개편하라 


모바일 화면 고려, 관련기사 강화, 새 형태의 기사 작성, 소비행태 분석.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제언은 CMS를 개편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대부분 언론이 보유한 현재 CMS에서는 이런 시도가 어렵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패션에서 변신의 스타팅 포인트가 핸드백과 구두라면, 언론사 변신의 스타팅 포인트는 CMS"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는 핸드백을 바꾸면 그것에 맞춰서 복장이 다 바뀌고, 남자는 구두를 바꾸면 복장이 달라진다"며 CMS가 언론사 디지털 전환의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MS 개편만 한다고 기사의 질과 트래픽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된다. CMS는 디지털에 맞춰진 기사 제작 환경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CMS를 운영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조 연구원은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핸드백에 따라 복장이 달라지겠지만, 아무 관심이 없다면 그것이 주어져도 아무것도 안할 것"이라며 "(CMS 개편 효과도) 관심과 인식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9.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라 


오프라인 언론의 경우, '디지털 퍼스트' 전략으로 바꾸는 대 전환도 권한다. 현재 종이신문에 맞춰진 업무 프로세스로는 '프린트 퍼스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 매체로 머물 것이라면 현재 체제를 더욱 발전시키면 되겠지만, 디지털 미디어로 거듭날 것이라면 프로세스를 뜯어고쳐야 한다. 오는 9월 '디지털 퍼스트'를 시도하는 파이낸셜뉴스의 변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 파이낸셜뉴스, '디지털 퍼스트' CMS 도입] 


비용 부담과 수익모델이 염려된다면, 프로토 타입의 '서브 브랜드'로 시작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약 10명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성과에 한겨레신문이 자극받은 것처럼 내부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서브 브랜드'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오랜 기간을 거쳐 정착된 편집ㆍ보도국 문화와 관행을 내부에서 극복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본지를 벗어나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작은 '서브 브랜드'로 시작하는 게 내부 갈등도 줄일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죽기 전에 꼭 가야할 여행지 15곳>와 같은 '리스트형 기사(리스티클)'가 인기를 끌자, 파이브 씽즈(Five Things)라는 리스티클 전용 블로그를 만들었다. 현재 '브리플리(Briefly)'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이 블로그는 월스트리트저널 본지에서 하기 어려운 소재와 형식의 기사를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언론사들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의 경우 BBC 인스타팩스 같은 SNS용 서비스나 나우디스뉴스(NowThisNews)와 같은 형식의 서브 브랜드로 디지털 실험을 할 수 있다. 최근 혼자 '디지털 스토리텔링'기사 (삼성과 애플의 '디지털 전쟁')를 제작한 경향신문의 한승곤 PD는 "뉴미디어시대를 맞아서 뉴스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런 과도기에는 적극적으로 독자의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언론사들이 '서브페이지'를 만들어서 스타트업처럼 빠르고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10. 개발자, 디자이너를 영입하라 


'납 활자 조판'시절에 식자공이 필요했듯이, '디지털 미디어'시대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이들은 디지털 공간의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역할을 넘어, 콘텐츠 생산자로 변무하고 있다. 스노우폴과 같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글ㆍ사진쟁이'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세계 주요 언론사에 뉴스룸 내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언론사는 이들을 기술인이 아니라 언론인으로 바라봐야 한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2003년 미국 연수를 갔을 때 만난 텍사스 지역신문의 웹디자이너의 명함에 '웹디자이너/저널리스트'라고 쓰여 있었다.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어떻게 달았냐'고 묻자 그는 '지금 같은 시대에 뉴스를 다루는 사람이 저널리스트가 아니면 누구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외를 불문하고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은 아랫사람으로 바라보는 언론사 문화다. 그래서 중요한 게 PM(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이다. 별도 팀을 만들 경우, 현재 한국 언론사에서는 기존 직종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 기자 출신의 PM을 배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PM은 편집국과 개발자 사이에 의사소통과, 업무를 지시ㆍ조율하는 역할을 통해 기자들과 이들이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11. 웨어러블 기기를 대비하라 


당장 모바일에도 대응하기 힘든 상황에서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기사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을 지켜봐야 한다. 만약 한국 언론사들이 스마트폰이 이끌 변화를 미리 준비했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환경을 구축했을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부속 '니먼 저널리즘 랩'의 '조슈아 벤톤(Joshua Benton)'소장은 "10년 후에 스마트폰이 그리고 시계가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기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워치와 같은 기기가 대중화되면 이를 통한 뉴스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나운서가 기사를 읽어주는 '우마노(Umano)'와 같은 뉴스 서비스는 구글 글래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R&D 연구소는 거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뉴스 전달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은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곧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종이가 좀 더 디지털 포맷으로 변할 것이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써카의 CCO(Chief Content Officer)인 데이비드 콘(Daivd Cohn)은 "우리는 모바일 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라이프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시장이 앞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병철·조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