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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서울에선 서울노래를, 제주에선 제주노래를

GrooveCube @sost38 벨 앤 세바 때문에 스코틀랜드까지 갔던 1인. 도대체 어떤 땅이길래 이런 음악이 나오나 하는 궁금증으로....

GrooveCube @sost38 영국 각 도시가 아, 그래서 그런 음악들이 나왔구나를 알게 해줬다랄까... 진짜 도착하고 30분만 걸어다니면 자연스럽게 그 도시 출신 뮤지션의 음악을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특히 에딘버러, 글래스고는 완전 싱크로율 대박.

sost38 @GrooveCube 갑자기 궁금.. 그럼 우리나라도 지역과 그 지역출신 뮤지션의 음악이 싱크로하는 것 같으신가요?

GrooveCube @sost38 우리나라는 로컬 문화가 사실상 전무해서... 90년대 부산같은 경우는 확실히 부산만의 독특한 음악이 있었지요. 자연적 환경보다는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된.

sost38 @GrooveCube 어떤 문화적 배경이요?

GrooveCube @sost38 1.서울과 매우 떨어져있었다. 2.일본 방송이 수신됐다. 3.메탈이 사멸하고 펑크가 득세한 서울과는 달리 메탈이 계승,발전되었다 정도로 요약 가능할듯요.

sost38 @GrooveCube 아.. 궁금해서 제주도 출신 친구한테 '혹시 제주도 뮤지션만의 특징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런 건 없는듯'이란 답이 돌아오네요;;;

GrooveCube @sost38 한국에선 프로필에 어느 지역 출신이란 걸 거의 안쓰다시피 하는 반면, 영미일등에서는 그 출신이 그 음악인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키워드죠.

sost38 @GrooveCube 문화소비만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산도 그런 것 같네요. 지역과 문화가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이라..

GrooveCube @sost38 사실 한국에 지역 문화가 없는 건 6.25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박정희가 쐐기를 박았지요. 생산같은 경우는 음악한정으로 보자면 서울에서도 홍대말고는 없으니 더욱 안습;
 


좀전까지 트위터를 통해 김작가 님과 나눈 대화내용. 벨앤 세바스찬에 대한 추억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국 지역 문화의 부재'로 이어졌다. 카페나 벤치에서 나눌법한 '꼬리에 꼬리 무는 수다'가 웹상에서 거의 그대로 재현되는 트위터의 특징을 다시 한 번 확인 ㅎㅎ

역시 문제는, 서울 집중 현상이 심각한 현실이다. 정치, 사회,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그러고보면 분명 옛노래에는 경기민요나 정선아리랑처럼 '지역명'이 들어가고 그 특유의 곡조가 있었는데, 요즘 쏟아져나오는 가요에선 전혀 찾을 수 없다. 물론 대부분의 가수들의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가 1차적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지역 문화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는 현실이, 서울산(産)을 전국으로 유통시키고 있는 점이 큰 것 같다. 지방에 내려가면 영화 등 문화생활을 즐길 공간이 없다는 말은 사실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문화를 생산하는 것마저 서울 외의 지역에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문화란, 지역 특유의 성향이나 그 지역에서의 자생력을 갖춘 문화를 뜻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자연스레 국토균형발전이란 단어가 떠올랐다.정치가 아닌 문화를 말하는데, 왠 뚱딴지 같은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다. 사정은 이렇다. 김작가님은 영국 어느 도시를 가든 "아 그래서 그런 음악이 나왔구나"라며 그곳 출신 뮤지션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게 과연 한국에선 가능한 일일까? 위의 대화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의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때 부산에서는 잠시나마 그런 '싹수'가  보였다고 하지만 결국 '노란 싹수'는 잘라져 버렸다. 서울산이 아니면 일단 제대로 소비될 수 없다. 소비할 여력보다는, 소비할 마음이 생기기 힘들고 설령 마음이 있어도 소비할 여견이 안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선후관계를 따지긴 어렵지만, 여튼 지역문화 소비가 안 되니 자연스레 생산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국토균형발전은 그런 의미에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의 국토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정치·사회·경제적 정당성을 말하는 건 논리적이지만 그 이상은 없다. 사실 문화에 대한 일반 대중의 감수성이 그닥 높지 않을 뿐더러 문화마저도 '정권 장악 수단'으로 여기는 이 정부하에서 문화를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건 문화다"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하는 것"이란 말들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고 믿는다. 나도 그중 하나고. 우리가 그 말을 믿는 까닭은, 희노애락이라는 가장 단순한 인간성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예술이라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예전에 농업이란 뜻의 영단어 'Agriculture'를 배울 때 '왜 농사랑 관련된 단어에 문화(culture)가 들어가지?'라고 궁금했었다. 알고보니 문화란 단어의 라틴어 어근 뜻이 '경작하다'라고 한다. 목수정은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화란 단어의 라틴어 어근을 들여다보면 ‘경작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밭을 경작하고, 나를 경작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회가 문화를 고루 향유하게 된다는 것은 다독다독 잘 다녀진 풍요로운 땅을 소유하게 된다는 의미다. 문화는 꽃이 아니라 토양이다. 그 땅에 어떤 나무가 자라고,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열매가 맺힐지는 나중의 일이다. 그리고 각자 선택의 몫이다.


-목수정,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p288



인상적이면서 공감할 수 있었던 몇몇 대목 중 하나다(오늘 다 읽은 책이라 자꾸 등장;; 이 책에 관한 애기는 다음에ㅎㅎ). 그런 점에서 고루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고, 다양한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을 맺을 토양조차 제대로 없는 우리의 현실은 너무 비참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는 '서울'이라는 공간 안에서만 향유되고 있으며,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색깔들로만 가득할 뿐 삶의 영역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지역의 색깔을 지닌 노래, 그림, 책이라는 건 무언가 대단하고 특별한 게 아니라 그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 자리잡은 문화란 거다. 과연 우리는 언제쯤 '아 이 노래는 제주도 사람이 만든 거구나' '이 이야기는 철원 사람이 쓴 거구나'라며 문화와 지역, 그리고 우리의 삶을 싱크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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