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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R.I.P

배가 고팠다. 1분 전까지만 해도 괜시리 눈물이 나서 마음을 다잡았는데, 분향을 마치고 털썩 주저 앉으니 시장기가 올라왔다. 갑작스런 제자의 죽음에 눈가가 촉촉해진 J선생님의 모습에, 까닭없이 자주 사람들 사이를 파고드는 침묵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배가 고팠다.


갑작스런 지인의 부고에 '죽음이 이토록 가까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따뜻한 흰쌀밥에 자꾸 눈이 갔다. 황망한 죽음 앞에 그저 울음을 토해내고만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어찌할 줄 몰라한 뒤에도 기름기 흐르는 돼지고기 편육을 새우젓에 찍었다. 윤기가 흐르는 완자를 집어먹고 서걱서걱 김치를 씹었다. 허기마냥 시간도 속절없었다. 장례식장의 밥이 그렇다.


'한 두번'이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그와 인연이 짧았다. 첫 만남에서 '국회 인턴 중인데, 이렇다 저렇다'고 미주알고주알하기를 마치자 '그렇군요'라는 말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을 기억한다. 가장 생생하고, 거의 유일한 기억 같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이따금 마주친 고민하고, 또 부딪쳐 나아가려는 모습 역시 기억한다. 말이 너무 쉽게 날아가는 가상의 세계였지만, 인상적이었고 때론 고마웠다. 장희재 기자님, 부디 평안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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