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팠다. 1분 전까지만 해도 괜시리 눈물이 나서 마음을 다잡았는데, 분향을 마치고 털썩 주저 앉으니 시장기가 올라왔다. 갑작스런 제자의 죽음에 눈가가 촉촉해진 J선생님의 모습에, 까닭없이 자주 사람들 사이를 파고드는 침묵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배가 고팠다.
갑작스런 지인의 부고에 '죽음이 이토록 가까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따뜻한 흰쌀밥에 자꾸 눈이 갔다. 황망한 죽음 앞에 그저 울음을 토해내고만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어찌할 줄 몰라한 뒤에도 기름기 흐르는 돼지고기 편육을 새우젓에 찍었다. 윤기가 흐르는 완자를 집어먹고 서걱서걱 김치를 씹었다. 허기마냥 시간도 속절없었다. 장례식장의 밥이 그렇다.
'한 두번'이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그와 인연이 짧았다. 첫 만남에서 '국회 인턴 중인데, 이렇다 저렇다'고 미주알고주알하기를 마치자 '그렇군요'라는 말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을 기억한다. 가장 생생하고, 거의 유일한 기억 같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이따금 마주친 고민하고, 또 부딪쳐 나아가려는 모습 역시 기억한다. 말이 너무 쉽게 날아가는 가상의 세계였지만, 인상적이었고 때론 고마웠다. 장희재 기자님, 부디 평안해지시길.
'시시콜콜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우연 (0) | 2013.04.14 |
---|---|
그 아이 (0) | 2013.03.17 |
우리 한때 파릇파릇했지 (0) | 2013.02.18 |
2012년 제18대 대선을 기록하며... (0) | 2012.12.20 |
2012년 11월 첫 날의 밥 (0) | 2012.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