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내게 유희열을 알려줬다. 학교 앞 레코드점에서 만난 토이 4집 앨범 사진을 보고 '오 멋진데'라고, 음악을 듣고 한 번 더 '오 멋진데'라고 하게 만들었다. 또 반듯하고 정갈한 느낌의 글씨체가 맘에 들어 슬금슬금 따라하게 했고, 스트라이프 티셔츠 하나도 눈 여겨보게 했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전화기를 찾고,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게 했다. 참 많이 좋아했던 친구였다.
그 아이는 날 펑펑 울 수 있게 해줬다. 갑작스런 전학 결정에,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울 새로운 환경에 불안하고 막막했지만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하던 날까지. 손 흔드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교복치마 입고도 정신없이 뛰놀던 운동장 옆을 지나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인냥 엉엉 울었다. 그 아이는 말없이 내 어깨를 다독여줬고, 나는 한참을 꺼억꺼억댔다.
그 아이는 내가 처음으로 '소개팅 주선'을 하게 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9년 전 어느 봄날, '소개팅 좀 시켜달라'는 문자에 한참 고민했다. 까다로운 취향을 아는 터라 마땅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어색한 대화만 몇 번 나눈 적 있는 과동기에게 소개팅 의사를 물었다. 2004년 4월 5일 강남역, 낯선 상황에 어색하게 웃기만 하는 두 사람을 두고, 역시나 어색했던 나는 서둘러 '안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이가 이제 결혼을 한단다. 그날 어색하게 웃던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따뜻한 미소를 건내고 있는 건 제법 오래된 일이다. 여전히 그 아이는 '우리 률'이라 말하고, 소녀적 감수성을 가진 천상여자고, 나는 많이 변했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 행복해, 친구야.
그 아이는 날 펑펑 울 수 있게 해줬다. 갑작스런 전학 결정에, 모든 게 낯설고 어려울 새로운 환경에 불안하고 막막했지만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하던 날까지. 손 흔드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교복치마 입고도 정신없이 뛰놀던 운동장 옆을 지나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인냥 엉엉 울었다. 그 아이는 말없이 내 어깨를 다독여줬고, 나는 한참을 꺼억꺼억댔다.
그 아이는 내가 처음으로 '소개팅 주선'을 하게 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9년 전 어느 봄날, '소개팅 좀 시켜달라'는 문자에 한참 고민했다. 까다로운 취향을 아는 터라 마땅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어색한 대화만 몇 번 나눈 적 있는 과동기에게 소개팅 의사를 물었다. 2004년 4월 5일 강남역, 낯선 상황에 어색하게 웃기만 하는 두 사람을 두고, 역시나 어색했던 나는 서둘러 '안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이가 이제 결혼을 한단다. 그날 어색하게 웃던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따뜻한 미소를 건내고 있는 건 제법 오래된 일이다. 여전히 그 아이는 '우리 률'이라 말하고, 소녀적 감수성을 가진 천상여자고, 나는 많이 변했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 행복해, 친구야.
'시시콜콜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러니까 벌써 2329일 (0) | 2013.04.27 |
---|---|
인생은 우연 (0) | 2013.04.14 |
R.I.P (0) | 2013.03.07 |
우리 한때 파릇파릇했지 (0) | 2013.02.18 |
2012년 제18대 대선을 기록하며... (0) | 2012.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