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요? 기사에 실망이 너무 커 차라리 보도를 안했으면 할 때가 많아요.” 요즘 기자들에 대해 묻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대뜸 이 말부터 꺼냈다.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에 대한 불신이 깊이 깔린 말이다. 기자들에게 맺힌 응어리가 큰 듯했다.
“절박할 때는 작은 기사 하나에도 큰 상처를 받아요. 2차 희망버스 때 언론이 쇠파이프가 발견됐다고 허위사실을 보도했고, 6월27일 행정대집행 때는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 나가는데도 축제분위기였다고 보도를 했어요.”
8일로 크레인에 오른 지 307일째다. 평생 노동운동을 하며 언론에 당할 만큼 당한 그지만 요즘 기자들을 생각하면 어느 때보다 답답하다. 그러나 점점 분노보다는 연민이 강해진다.
“사회정의를 좇는 기자정신이 있다면 희망버스에 탄 시민들의 마음이 이해되고 쌍용차에서 1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이유가 궁금해질 텐데 왜 스스로를 통제하는지 안타까워요.”
특히 희망버스를 타고 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연대해준 시민들을 외부의 불순세력으로 매도하는 기사를 볼 때면 안타까움은 더 커진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이 저항하면 언론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을 텐데”하는 생각에서다.
기자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그는 기자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PD수첩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론의 본분을 잃지 않고 제 역할을 하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군사독재를 견딘 기자 선배들도 있는데 용기를 가지고 맞서면 이길 수 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