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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현장은 많다

한가롭다. 조금 바쁘기도 하다. 아침에 눈 띄면 신문 뒤적이고 인터넷 하고 손에 잡히는 책 몇 페이지를 뒤적거린다. 트위터에서 뭐가 이슈인지 확인하며 생각한다. '뭘 쓰지?'

마감도 없고 출입처는 더더욱 없고 확실한 신분이나 구박하며 가르쳐주는 캡도 없지만 기사를 쓴다. 쓰고, 써야 하니까. 그래서 자꾸 학교 홈페이지에 기웃거린다. 2주일 동안 와락센터를 다녀오고 금태섭 변호사 강의를 듣고 최재천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한 가지 아이템이 있긴 한데, 상황이 변해서 다른 걸 찾아야 할듯. 아무튼 계속 쓸 거다. 정치•경제 기사야 내가 접근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니 사회나 문화 쪽으로 가능한 내용들을 생각 중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단비뉴스>란 이름을 내세울 수 있고 <오마이뉴스>라는 또 다른 채널도 있으니 덜 힘들다. 좀 더 욕심낸다면 '1인 미디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제도권에서 무언가 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미디어 몽구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그래도 틈틈이 기사를 쓰며 많이 배운다. 글에 자신감이 붙은 만큼 오만함도 생겼는데, 어제 데스킹 거친 기사를 보니 순간 얼굴이 뜨거웠다. 내 기사가 아니었다. 많은 부분이 사라지고 변해 있었다. 지시를 잘못 이해한 이유가 있었지만 은연 중에 '어이구 잘 썼네' 하며 소홀히 한 게 컸다. 다시 떠올려도 부끄럽다.

겸손함과 부끄러움만큼 중요한 깨달음이 또 있다.

현장은 많다. 다만 가지 않을 뿐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고 들어야 할 것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듣기에 내 귀는 두 개뿐이고, 그 이야기의 일부라도 제대로 전할 힘이 부족하다. 현직이 아니어서 우울한 이유다. 불완전한 신분과 유리알처럼 투명한 지갑, 오랜 기다림과 함께.

그럼에도 다시 혼잣말한다. 현장은 많다고, 다만 가지 않을 뿐이라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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