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서, 고독해지고 싶다. 푹신푹신한 고독감 속에 파묻혀 휴일이면 온종일 인터넷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아무렇게나 입은 채, 아무 때나 일어나, 아무거나 먹어버리고 싶다. 그리고 가끔 손님이 오면 축제처럼 펑펑 와인을 따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랫동안 자신이 그러한 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 김애란, 침이 고인다 중에서
늘상 혼자였던 사람은, 일상이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이 되면 그 서먹서먹함을 견디기 어렵다. 나 역시 비슷했다. 겉으론 씨익 웃으면서도 교집합의 범위가 늘어날수록 어딘가 불편했다.
사람은 간사하다,고 늘 생각했다. 불편함이 익숙해지면 상황은 역전한다. 지금이 그렇다.
그녀는 천천히 껌 조각을 씹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눕는다. 입 안 가득 달콤 쌉싸름한 인삼껌의 맛이 침과 함께 괴었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괸다. 그녀는 웅크린 채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단물이 빠질 때까지 드라마의 '전송 완료'를 기다린다. 어스름한 모니터 불빛 때문인지 쌉싸래한 인삼 맛 때문인지 껌 씹는 그녀의 표정은 울상인 듯 그렇지 않은 듯 퍽 기괴해 보인다.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고, 울릴 리 없는, 깊고 깊은 밤이다.
'애매모호하고 정확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장은 많다 (0) | 2011.11.08 |
---|---|
우리들의 불행은 닮아 있다. (0) | 2011.08.06 |
기자로 산다는 것은..? (0) | 2011.07.09 |
그러니까 Defying gravity (0) | 2011.06.29 |
신문을, 책을 보다가도 (0) | 2011.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