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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보고 듣고 읽고 쓰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테오에게

사람들은 기술을 형식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부적절하고 공허한 용어를 마음대로 지껄인다. 그냥 내버려두자.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1885년 

나이를 먹을 수록 입버릇처럼 말하게 된다. 시간이 너무 잘 간다고.

한겨레 최종합격자 명단이 떴다. 해마다 그 자리에 내 이름이 박혔으면 하고 꿈꿔왔는데, 마음이 쓰라리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담담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없겠냐만은, 더 이상 쉬이 흔들리고 싶지 않다. 실패든 성공이든 주어진 상황이 나를 옭아매거나 들뜨게하거나 낙담하지 않게 중심을 잡고 있는 것. 오랜 목표다. 

그럼에도 요즘 자꾸 흔들린다. 사람들이 보여주는 기대, 믿음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버겁다고 투정부리게 된다. 마음이 소금밭에 가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펼친 건 잘한 일이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허투루 볼 것이 없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988년, 캔버스에 유채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문제는 아니니까. 그러나 될 수 있으면 정기적으로, 집중하면서, 핵심에 접근해서, 완벽한 평온과 안정 속에서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1883년 8월 4~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