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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보고 듣고 읽고 쓰다

기억해야 할 것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돌아온 가인(歌人)은 호랑이처럼 포효했다. 이 세상에 전쟁이 아닌 것이 어디 사랑뿐이랴. 세상이, 일상이 전쟁이다. 담담히 이야기하는 말이다. 하지만 말이 아니라, 몸으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전쟁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함께 살자'며 77일간 공장 안에서 농성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그랬다. 그 전쟁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과 나의 전쟁>을 봤다. 그들의 전쟁은 곧 우리의 전쟁이라는 말은 너무 많아서, 더는 외우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다. 오히려 이제 새로 기억해야 할 것은 그날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말이다.



이창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 
-  왜 싸웠는가.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첫 번째는 억울함과 분노였다. 쌍용차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는데, 5년 동안 새 차가 한 번도 안 나왔다. 상하이차는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 하나는 '내가 담을 넘어갔을 때 어디 가서 일할 수 있을까?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강호동한테 농삿일 시키면 하루밖에 못 한다. 쓰는 근육이 다르다.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몰아붙이면 힘들다. 불안함이 투쟁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나가면 할 게 없다. 국가가 해고 노동자들에게 주는 건 사회적 비난, 그리고 6개월 간 실업급여뿐이다. 정규직들일수록 느끼는 낙폭이 더 크다.
-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니, 예전과 달라졌다. 근본적인 문제를 깊게 고민했다. 모든 죽음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제는 내 느낌, 내 감정 그대로를 말하고 행동한다. 즐겁다. 그래야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등은 주장과 구호의 문제로 풀 수 없다.
- 아쉬운 게 있다. '강성노조'이야기, 안타깝다. 우리는 표현의 수단이 정말 아쉬웠다. 슬펐다. 고통받는 구체적 현실을 '욕설'로밖에 표현 못하고 있어서. 노동자도 공부해야 한다.

하종강 선생
- <낙인>에 보면 이창근 실장이 이런 말을 한다. "우리의 주장이 그저 하나의 주장에 더 보태는 것으로 취급당하는 게 제일 안타까웠다." 노동자의 고통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왜 사회 전체에 불행을 안겨 주는가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 한 명이라도 복직을 시켰으면, 사람들이 죽진 않았을 것이다. 희망을 보여줬어야 했다.
- 천 명을 해고함으로써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을, 모두가 조업을 줄이면서 함께 분담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왜 안 할까? '강성노조'를 없애려는 것, 노동운동에 대한 불신을 키우려는 것이다.
- 사회 안전망이 마련되면 노동운동은 연성화된다. 싸우지 않는다.
- 7천만원 받는 노동자라고 해도, 노동자가 싸우는 게 사회에 이익이다. '왜 이 사람들의 고통이 적어지는 것이 당신에게 유익한가?'를 설득해야 한다.
- 다른 인권분야에 대해 상당히 깊게 이해하고 있는 기자도, 노동 문제에 대해선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 독일 초등학교 학생들은 1년에 6번 모의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프랑스 고1 사회교과서는 1/3정도 분량에 단체교섭 전략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 사회교과서에는 현수막을 만드는 법, 교섭을 마무리하는 법, 교섭 후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법까지 나와 있다.
- 수십년 간 자본의 폭격을 막아낸 유일한 곳이 경향, 한겨레다. 경향과 한겨레를 변하게 하고, 노동자를 도망가게 하는 이들과 싸워야 한다.
-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인데 노동에 대한 이해도는 세계 최하위다. 가장 개혁적인 정부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다. 왜 격렬하게 싸울까? 소수여서. 소수일수록 격렬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노조 조직율 10% 수준, OECD 회원국 중 29위다. 한국 노동자 10명 중 1명은 회사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1명이 9명을 대 표해 싸운다. "합법적으로 싸우면 아무도 모른다."
- 한국의 노동조합은 더 많아지고, 더 강하게 투쟁해야 한다.
- 풀뿌리 투쟁.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빠르고 쉬운 것을 찾아서 행동에 옮겨라.

이상욱 프로듀서
- 한국사회는 왜 노동자도, 노동운동도 인정하면서 '노동계급'은 인정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