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이 촉박해도 잘 써지지 않는 글들이 있다. 자꾸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볼 것이 없는 SNS 사이트를 기웃거리게 만드는 글들이다. 마감의 압박이 있으니 마음을 다잡기는 한다. 그런데 유독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의 방' 작업은 처음부터 그랬다. 기존 업무에 인수인계까지 겹쳤던 이번에는 더욱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목표한 마감일은 미뤄졌고, 휴가를 시작하고나서야 끝을 맺을 수 있었다.
4월에 1차로 32명의 방 원고를 준비할 때도 비슷했다. 사실 1차 기록을 정리할 때는 '이걸로 어떻게 작업을 하지'라는 답답함이 크다. 거기에 사진과 추가자료를 바탕으로 살을 더해 한 아이의 방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엄마아빠들은 대개 '우리 OO는 착했어요, 속 썩이는 법이 없었고 엄마 음식이라면 다 잘 먹었어요'라는 비슷비슷한 말로 표현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모두가 '착하고 속깊은 아이'다.
그런데 아무리 가슴 아픈 사연도 수십번 반복해 들으면 지루하다. 세월호 참사처럼 모두가 안타까워했지만 언젠가부터 하나 둘 지겹다고, 아직도 그러냐고 말하는 일이라면 비슷비슷한 슬픔은 누구의 시선도 잡지 못한다. 그 어려움 때문에 1차 작업을 하며 자꾸 딴짓을 했고, 이번에도 그랬다. 단순히 '착한 아이들의 안타까운 부재'가 아니라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거리'가 필요했다. 슬픔에 젖지 않고, 읽을 만한 이야기를 정리해야 했다. 재판을 취재할 때처럼 세월호를 세월호가 아닌 아이템으로 다뤄야했다.
이 일을 반복하다보니 나는 비겁해졌다. 세월호를 기록하면 충분하다 여겼고, 기록이 끝나면 금방 다른 일을 시작했다. '다시, 세월호'라고 다짐했던 순간들도 쉽게 사라졌다. 앞으로도 얼마나 다를지 모르겠다. 사실 자신은 없다. 말은 쉽지만, 손과 발이 움직이긴 어렵다. 그 핑계를 대는 일은 쉽지만, 그것을 떨쳐내긴 더 어렵다. 마침 내겐 출산과 육아라는 좋은 변명거리가 생긴다. 거리를 두기엔 더할나위 없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보기 그럴싸한 몇 줄로 또 다른 변명을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중언부언하는 글이 누군가 '아이들의 방'을 열어보게 만들어주길 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고작 1년하고 8개월이 지났고, 저 빈 방의 주인들은 625일 전까지만 해도 깔깔대며 우리 옆을 지나가던 아이들이었음을 잠시나마 떠올려주길 바란다. 혹 누군가 이 온라인 전시회에서 '착한 아이들의 안타까운 부재'만 읽혀 그 지루함에, 지겨움에 인터넷 브라우저창을 닫았다면 온전히 내 부족한 글의 책임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ageflow/remember0416.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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