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에는 그 시대 텍스트가 투영되어 있다. 한명숙 사건에도 이 시대 검찰수사, 정치인 금품수수, 사법부 판단 같은 텍스트가 담겨 있다.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을 지에 초점을 둔다면 그도 돈이 없는 정치인인 이상 어떤 돈을 받았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어떤 돈을 받았다고 해서 그가 유죄이냐는 별개 문제다. 유죄는 법정에서 위법 사실이 적법한 절차로 확인되고 법리적으로 인정되어야만 하는 사안인 때문이다. 한 전 총리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최종 선고되고도 뒤가 개운치 않은 것은 그런 데에, 특히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는 탓이다. 한가지 이번 사건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검찰의 타깃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한번 수사의 도마에 오르면 헤어나기 힘들고, 시간을 끌어도 통하지 않는 검찰의 힘을 이번 사건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검찰이 승자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그 힘의 정당성을 많이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유죄냐 무죄냐'를 두고는 이렇다 저렇다 말은 못하겠다. 특히 재판이나 수사과정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 힘을 잃은 까닭은 이 칼럼이 지적한 검찰 수사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법원이다. 유죄 입증 책임을 짊어진 검찰의 주장을 정말 합리적 의심 없이 믿어야 할지 꼼꼼하게 따져야 하는 곳이고, 그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럼에도' 피고인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곳이 법원이다.
하지만 이 사건 곳곳에 찍을 수밖에 없는 물음표를, 법원은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다. 아니 했다고 쳐도 판결문에선 그 고민이 읽히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판사들이 많다는 걸 안다. 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사법불신'에 누구보다 걱정스러워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난 그것이 사법부의 중요한 면모라고 생각한다. 또 그들이 그만큼 헌법과 법률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고 믿는다.
그러나 판결문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남은 의문들을 법원이 설명 못한다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왜 '그래도 믿어달라'는 말만 하는가. http://omn.kr/f7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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