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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때 내가 했던 대답은...

옛날 자료들을 보다가... 문득 옛 생각이 나서... 입사 지원하며 썼던 '2020플랜' 보고서를 찾아봤다. 역시 예상대로 곳곳에 느껴지는 허세의 흔적...ㅋㅋㅋ;;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하는 지점과 닿아있으니 일단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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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미래전략 2020)


“자기표현은 새로운 오락이다.” 미국 인터넷 언론 <허핑턴 포스트>를 세운 아리아나 허핑턴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정보 소비뿐만 아니라 자신도 정보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며 “이러한 충동을 이해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미래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자기표현’이란 새로운 놀이와 ‘저널리즘’을 접목시킬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표어가 바로 그것이다. 


‘참여, 개방, 공유’를 키워드로 한 ‘웹 2.0’이라는 말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때, 오마이뉴스는 ‘시민 저널리즘’이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막연한 이미지만 있던 ‘뉴스 생산과 유통의 민주화’를 구현했다. 나라 안팎에서 오마이뉴스에 박수갈채를 보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클릭질’을 유도해야 하는 인터넷 뉴스의 속성상 “편집이 자극적이다”라는 비판, “보수와 진보의 목소리가 5:5가 되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솔직한 외침에 따른 “당파적이고 편파적”란 지적을 피하기 힘들었다. 


<오마이뉴스>의 특산품은 무엇인가?


하지만 ‘성향’과 ‘경향’은 오마이뉴스가 지금 맞닥뜨린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에, 정작 자신들의 특산품은 없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그림’이다. 오마이뉴스 메인화면은 숨 돌릴 틈이 없다. 기사가 많을 뿐 아니라 배치, 글씨 크기, 간격 등이 너무 빽빽한 느낌을 준다. 똑같은 3단 구성임에도 화면 상단에 메인 기사 사진을 크게 배치하고 이미지 중심으로 짜여진 <허핑턴 포스트> 사이트와는 느낌이 다르다. 화면을 두 개로 분할한 영국의 <가디언>, 포르투갈의 <아이(I)>와 비교하면 시각적 효과는 확연히 차이난다. 자극적인 언어 사용만이 ‘미끼’는 아니다. 다양한 이미지와 과감한 디자인 또한 인터넷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매력 요소다. 


‘인터넷 기사만의 그림, 인터랙티브 뉴스’를 찾기 힘든 것 또한 아쉽다. 물론 ‘시간과 비용’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정식 오픈, 직접 올리거나 공유된 데이터를 이용해 누구나 다양한 형식의 인터랙티브 그래프와 차트를 만들 수 있게 한 ‘연합뉴스 데이터(http://data.yonhapnews.co.kr)처럼 오픈소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신문처럼 지면 제약이 없는데다 시각효과를 곧바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랙티브 뉴스는 독자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밀도를 높여준다. 뉴스의 매력을 향상시켜 쉽사리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뜻밖의 발견’을 가져올 ‘Oh, my news’가 필요해


인터넷을 거쳐 모바일로 저널리즘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지금, 눈요깃거리 이상으로 중요한 게 ‘스토리’다. 2005년 카트리나 수해지역의 지역병원에 관한 심층보도로 201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프로퍼블리카> 셰리 핑크 미 기자는 ‘2010 세계 시민기자 포럼’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원하고 있다”며 짧고 즉각적인 반응이 대부분인 모바일시대라지만 ‘이야기가 있는 저널리즘’은 여전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단 그 이야기는 ‘뜻밖의 발견’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을 이용해 독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이 ‘뜻밖의 것’을 찾아내는 경험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oh, my news’라는 독자의 감탄사를 이끌어낼 새로운 이야기, 오마이뉴스만의 스토리 찾기는 그냥 과제가 아니다. 운명이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내게 묻는다면, 대답은 이렇다. “저는 평생 기자로 먹고 살 겁니다.” 근성만큼이나 기자에게 중요한 덕목은, ‘새로운 것(News)’을 전하기 위한  끝없는 탐구와 노력이리라. 직접 찾고 모은 정보와 이를 바탕으로 구성한 뉴스에 생명을 더하는 기자, ‘기자 노릇’하며 사는 직장인이 아니라 ‘기자질’ 하는 언론인이 목표인 만큼, 변화하는 시대에 기자는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늘 머리가 아프다. 지독한 두통만큼 뜨거운 열정, 새로운 저널리즘을 준비하기 위한 기본기를 갖췄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위험’을 키워드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꿈, 기사작성과 편집의 벽을 허물고 싶어 이것저것 기웃대는 넓은 오지랖은 또 다른 가능성이 아닐까? 과학기술학을 배우며 접한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변화시켰다. 자연재해는 물론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한미 FTA와 복지 문제 등 사회 갈등마저 ‘위험’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 눈을 키워줬다. 앞으로 더 많은 공부로 실력을 쌓아 저널리즘과 접목시키고픈 꿈이 있는 분야다. 단순히 기사를 잘 쓰는 것만이 아니라 ‘잘 읽히는 기사’를 쓰고 싶어 대학원에서 편집 실습을 해보고, 수시로 편집 관련 글이나 자료를 찾아보는 중이다. 빗물이 바다를 이루듯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결과물을 낳으리라 믿는다. 아마 그 결과는 몇 년 후 <오마이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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