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펜 끝을 벼리다

함께 꾸는 따뜻한 꿈, ‘집’

<빅이슈> 제23호 中 스타빅돔 아키바 리에

 

“이젠 신라면이 안 매워요.” 그녀는 곱창과 소주, 삼겹살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어가 너무 아름답고, 가족과 친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문화를 배우며 성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의 맛, 말, 마음을 사랑하는 일본인 아키바 리에. 그래서였을까? 일본이 아닌 한국판 <빅이슈>에 재능을 기부하고, 도쿄가 아닌 서울 신사역 8번 출구 앞에서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이날 ‘스타빅돔’을 함께 한 오랜 친구 사와씨 말대로라면 ‘12년 전 그대로’인, CD만한 얼굴 크기 외에는.

시야는 넓게, 생각은 깊게 하는 법을 배운 시간들

스무 살의 어느 날, 리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님이랑 함께 살던 때에는 휴지 하나 걱정 안 했는데 나오는 물 한 방울, 휴지 한 장 모두가 내 돈이었어요.”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데, 말조차 잘 안 통하던 시절, 집에 있는 일조차 그녀에겐 걱정거리였다. ‘집은 유일하게 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라는 평소 생각과 조금 다른 현실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리에는 말했다. “고생이라고 여겨 본 적은 없어요. 힘들 때도 ‘이걸 견디면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졌어요.” 낯선 이국땅에 갓 성인이 된 딸을 보내는 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부모님조차 이제 ‘한국에 보내길 잘했다’고 할 만큼 한국생활은 자기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는 말도 더했다.

자연스레 한국에 일본을, 일본에 한국을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일본 사람이지만, 한국에 살아서 일본도 알고 한국도 알잖아요. 한국인들이 일본의 어떤 면을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본인들은 한국의 어떤 면을 궁금해 할까 해서 책(<도쿄 레인보우>)을 냈어요.” 

빅이슈에 재능기부하고, 글도 쓰며 매순간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만나

재능 기부를 위해 <빅이슈 코리아> 13호부터 ‘리에의 도쿄패션’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이유. 스타빅돔을 한 날, <빅이슈>를 잘 알아보지 못해 스쳐지나가는 행인들이 안타까웠다며 그녀는 “제 트위터(@Iriel6227)나 블로그에 할 수 있을 만큼 홍보하고 재능 기부하는 글도 더 재밌게,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재밌고 알찬 정보가 가득하지만, 앞으로 그 이상의 풍부한 이야기가 담길 ‘리에의 도쿄패션’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글 쓰는 재미와 연기 등의 매력을 알아가며 간호사가 되고 싶던 어린 시절 리에의 꿈은 이제 ‘나를 표현하는 일’로 바뀌었다. 그녀는 ‘집’도 ‘꿈’인 것 같다고 했다. “사람들이 집에 있으면 편하다고 하지만 사실 집이라는 게 돈이 많이 들잖아요? 그걸 사려고 해도 못 사는 사람들도 있고… 더 좋은 곳에서 살기 위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면서 모두들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요.” 

리에는 ‘갑작스레 읽기 시작한 책이 지금의 고민을 해결할 답을 주는 것(9월 29일 트위터 中)’처럼 “순간순간이 삶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카페에서 일하고 싶어 무작정 걷다 맘에 드는 곳에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어느 손님의 도움으로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게 됐다. “신기해요. 여기까지 오는 데 제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때그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거든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우연히 만난 사람들, 갑자기 하게 된 일들이 하나둘 이어졌어요.” 

‘깨달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하고, ‘행복’이 늘 우선조건이라는 리에. 이날 《빅이슈》와 함께 한 순간들 역시 그녀에게 깨달음과 행복을 안겨주는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 아니었을까.


최종본은 여기(여러분, 그래도 한 권씩 사주시길!!!!)

편집상의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워딩이 똑같이 나가지 않은 점은 좀 아쉽다..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