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을 둘렀다가 다시 벗고 3천원을 지불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분, 기다린 시간은 55분.
유난히 내리쬐는 햇볕 탓에 덥기도 했지만, 고작 5분이면 끝날 일을 1시간 가까이 기다리며, 그것도 아무런 기약없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우 불쾌했다. 앞머리만 자르면 됐다. 일요일 오후의 미용실은 붐볐기에 조용히 앞머리만 자르고 갈 수 있길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도 내게 '뭐 하러 오셨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바빴으니까. 조용히 기다렸다. 시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졌다. 그런데 아무도 묻지 않았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계 바늘만 보다가 결국 짜증섞인 말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걸린 시간이 총 1시간. 어이없는 일로 아까운 시간만 날려보냈다는 생각에 마음만 불쾌했다.
그나마 남은 건 20~30분 동안 휘리릭 넘겨 본 여성잡지. 우연히 이상은 인터뷰를 읽었다. 몇 주 전엔가 <놀러와>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나온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새 앨범을 냈고 새롭게 바꾼 콘셉트란다. 잡지 속 그의 모습도 짙은 화장에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기사는 대충 읽었다. 다만 스무살에는 서른이 두려웠고, 서른에는 마흔이 두려웠다는 그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순간 '나는 간 데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어디로 떠나볼까 싶기도 했다. 아무도 모르는 거리의 이방인으로, 그렇지만 철저히 자유롭고 나만 있을 수 있던 시간으로.
가끔 혼잣말한다. 나도 참 재미없는 인생이구나.
방랑의 삶, 자기만의 여유로 뭉쳐있는 보헤미안의 심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잔잔해서 밋밋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짜여 있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가 있다.
"니 삶에서 '재미'가 얼마나 차지하니?"
얼마 전 친구가 물었다.
순간 당황했다.
즐거움(樂)이 삶의 코드이거나 목표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내가 좇은 것은 안정감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기를,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림 없기를 바랐다. 내가 살기 위해 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자아여선 안 됐으니까. 오늘도 불현듯 찾아오는 '흔들림'을 자각할 때마다 못 견뎌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깨가 무겁더라도 상관없다. 다만 나는, 흔들리면 안 된다. 그런 관념은 '강박'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제는 힘들었던 기억도 아득한 옛 이야기로 남았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삶의 소요(騷擾)를 두려워하고 거부할 이유는 없다. 약간의 흔들림은 오히려 삶을 긴장하게 해주고 건강하게 만든다. 근데 난, 늘 두려워했고 거부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탈, 삶의 욕망, 그렇게 삶에 긴장감을 주고 인생의 결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응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를 응시하는 깊이가 깊어질수록
무언가 비어있는 나를 본다.
언젠가... 그 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됐다고.
유난히 내리쬐는 햇볕 탓에 덥기도 했지만, 고작 5분이면 끝날 일을 1시간 가까이 기다리며, 그것도 아무런 기약없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우 불쾌했다. 앞머리만 자르면 됐다. 일요일 오후의 미용실은 붐볐기에 조용히 앞머리만 자르고 갈 수 있길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도 내게 '뭐 하러 오셨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바빴으니까. 조용히 기다렸다. 시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졌다. 그런데 아무도 묻지 않았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계 바늘만 보다가 결국 짜증섞인 말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걸린 시간이 총 1시간. 어이없는 일로 아까운 시간만 날려보냈다는 생각에 마음만 불쾌했다.
그나마 남은 건 20~30분 동안 휘리릭 넘겨 본 여성잡지. 우연히 이상은 인터뷰를 읽었다. 몇 주 전엔가 <놀러와>에 짙은 화장을 하고 나온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새 앨범을 냈고 새롭게 바꾼 콘셉트란다. 잡지 속 그의 모습도 짙은 화장에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기사는 대충 읽었다. 다만 스무살에는 서른이 두려웠고, 서른에는 마흔이 두려웠다는 그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순간 '나는 간 데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어디로 떠나볼까 싶기도 했다. 아무도 모르는 거리의 이방인으로, 그렇지만 철저히 자유롭고 나만 있을 수 있던 시간으로.
가끔 혼잣말한다. 나도 참 재미없는 인생이구나.
방랑의 삶, 자기만의 여유로 뭉쳐있는 보헤미안의 심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잔잔해서 밋밋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짜여 있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가 있다.
"니 삶에서 '재미'가 얼마나 차지하니?"
얼마 전 친구가 물었다.
순간 당황했다.
즐거움(樂)이 삶의 코드이거나 목표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내가 좇은 것은 안정감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기를,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림 없기를 바랐다. 내가 살기 위해 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자아여선 안 됐으니까. 오늘도 불현듯 찾아오는 '흔들림'을 자각할 때마다 못 견뎌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깨가 무겁더라도 상관없다. 다만 나는, 흔들리면 안 된다. 그런 관념은 '강박'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제는 힘들었던 기억도 아득한 옛 이야기로 남았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삶의 소요(騷擾)를 두려워하고 거부할 이유는 없다. 약간의 흔들림은 오히려 삶을 긴장하게 해주고 건강하게 만든다. 근데 난, 늘 두려워했고 거부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탈, 삶의 욕망, 그렇게 삶에 긴장감을 주고 인생의 결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응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를 응시하는 깊이가 깊어질수록
무언가 비어있는 나를 본다.
언젠가... 그 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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