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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일

Ordinary라 분류했지만, 막상 쓰려니 Extraordinary같기도 한 일에 관하여.

면접을 봤다. 올 들어 세번째(한 군데에서 두 번 면접을 봤으니까 ㅎ). 난생 처음 메이크업숍이란 곳에서 조명을 받고 두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화장을 했다. 고데기로 머리까지 세팅한 나는 몸에 긴장감을 주는 정장과 구두 차림으로 지하철을 탔다.

사실 긴장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다. 입이 바싹 마르고, 시야가 뿌옇게 됐다. 크게 숨을 들이켰다. 인쇄소를 운영하는 김 모씨가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됐고, 신용등급에 따른 이자부담은 최대 연 152만원이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15%포인트' '사실상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 등 몇몇 고비가 있었다. 마이크 앞에 섰을 땐 떨림이 느껴졌다. 다리가 풀리기 전에 리포팅을 실수 없이 끝맺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떤 내용의 질문을 받던, 분위기가 압박이건 편안하건 간에 아직 이 일은 익숙하지 않다.
순간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일들은 많지만, 제일 익숙한 건 시험 보는 일, 흰 종이에 무언가 써내려가는 일이지 말하고 눈을 맞추고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니까.

재밌는 경험이긴 하다. 그만큼 낯설기에,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기회를 얻는다는 게 큰 도움이 된다.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지만...; 머리 속에서 잘 배열된 이야기들도 막상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흐트러져서, 새삼 '정돈된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고.

어쨌든 큰 실수 없이, 대략난감한 상황없이 넘겼다는 것에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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