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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

전수안 대법관의 퇴임사 있을 때 못다한 일을, 떠날 때 말로써 갚을 수 없음을 압니다. 그래서 '떠날 때는 말없이' 가 제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도 소수의견이라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다수 의견에 따라 마지못해, 그래서 짧게, 그러나 제 마음을 담아 퇴임인사를 드립니다. 법관은 누구나 판결로 기억됩니다. 저도 그러기를 소망합니다. 몇몇 판결에서의 독수리 5형제로서가 아니라 저 자신의 수많은 판결로 기억되기를 원합니다. 34년간 잘한 것 못한 것 모두 제 책임입니다.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평가와 비판은 제 몫이지만 상처받은 분께는 용서를 구합니다. 역부족, 중과부적(衆寡不敵·적은 수효로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한다는 뜻)이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잘 압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최근의 어느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직접 살인 형을 집행.. 더보기
노무현의 회의록, 윌리엄 태프트의 욕조 [取중眞담] 기록이 힘없는 기록의 나라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사건 2009년 3월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아카이브(국립문서보관소) 설립 75주년 전시장에 거대한 욕조가 등장했다. 성인 네 명은 충분히 들어갈 이 욕조의 주인은 윌리엄 태프트. 키 180cm, 몸무게 150kg에 달했던 미국 27대 대통령이다. 1908년 12월 21일 그는 군함을 타고 파나마운하 건설 현장을 돌아볼 때 선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이 욕조를 주문했다. 전시장 한쪽에는 태프트 대통령이 욕조와 함께 초대형 침대 제작을 의뢰한 빛바랜 주문서도 놓여있었다. 100년 전 대통령이 쓴 욕조와 그 주문제작서가 지금껏 남아있는 비결은 미국의 국가기록물 관리제도에 있다. 건국의 역사는 230여 년으로 길지 않지만, 미국은 어느 나.. 더보기
"우리는 여느 언론과 다르다" 12월호에 실린 글. 아직 블로그에는 올라오지 않아서 PDF 파일로만 확인 가능하다; 어찌보면 꿈같은 얘기지만... 기사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이라면 늘 꿈꾸는 이야기들. =====================================by 안수찬 편집장 샌디에이고의 목소리(The Voice of San Diego, 이하 VOSD)를 발견했다. 2005년 2월 창간된 이 매체는 미국 최초의 비영리 디지털 뉴스 기업이다. 개인 또는 재단의 후원만 받아 운영되는데, 창간 10년이 지난 다음에도 ‘디지털 시대에 지속가능한 탐사보도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당연하게도 여러 탐사보도 관련 언론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국의 ‘뉴스타파’도 이와 비슷한 모델의 언론이다. 이들이 홈페이지에 밝힌 ‘우리의 임.. 더보기
반성 나는 왜 이걸 기사화할 생각을 못했을까... OTL 이은의11월 25일 오후 8:29 · 수정됨 · 나는 오늘 해임됐다. 여성가족부 법률지원변호사로서 봄부터 형사재판 중의 피해자를 지원해온 사건이었다. 과거 공론화되었던 사건이었고, 아직까지 결론이 안나고 1심 재판이 진행중이었다. 오늘 제주도에서 택배를 받았다. 귀한 한라봉이 포장된 상자를 보는데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그저, 피해자가 제주도로 여행을 갔나보다 생각했다. 피해자의 재판이 진척이 안되고 자꾸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이라 추가 의견서를 한창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저녁에 메일이 왔다. 피고인측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소환했고, 지칠대로 지쳐버린 피해자는 그 출석요구를 거부하면서 이 재판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변호인도 해임한다는 해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