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위대한 질문`에도 퍼즐은 완성되지 않는다 김대식의 빅퀘스천 - 김대식 지음/동아시아 그 날, 두 남자가 70m짜리 굴뚝에 올랐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정욱과 이창근이었다. 2009년 사측이 강행한 정리해고가 무효라던 고등법원 판결이 뒤집힌 날, 이창근은 노조 기자회견 사회를 봤다. 6년 가까이 언론을 상대하고 다양한 기자회견, 집회를 진행해온 그였던 만큼 시작은 괜찮았다. 하지만 희망이 산산이 짓밟히는 광경을 목격한 그는 끝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별의 별 것 다 싸워봤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던 그가 마지막으로 굴뚝에 오른 날, 또 한 명의 해고자가 숨졌다. 일상을 누리는 일조차 한없이 죄스럽게 느껴지던 그 날, 나는 을 펼쳤다. ‘우리는 왜 정의를 기대하는가’란 질문이 자꾸 눈에 박혔다. 그런데 이 질문의 답은 단순히 ‘우리는.. 더보기
다시, 세월호 선배의 배려로 연말과 연초에 휴가를 붙여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물론 며칠째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이불 속에서 나오지 못한 채 꿈틀거리다가 텔레비전을 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해가 저물면 남편과 술 한 잔 기울일 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데도 머리가 무거웠다. ​ '세월호를 어떡하지.' 이 질문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서다. 아니 그냥 툭툭 떠올랐다. 세월호란 세 글자가 부지불식간에 나타나서 괴롭혔다. 뭘 하고 있는 거냐고, 결국 넌 '거리두기'라는 허울좋은 구실만 대다 이렇게 잊고 있는 것 아니냐고, 결국 또 다시 시간에게 패배하고 있지 않냐고. 다이어리에 '다시, 세월호'라 적고 몇 가지 메모를 해두기도 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이 2015년이 왔다. 이상하게도 올 .. 더보기
2014년 책읽기 결산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년에는 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아직 12월 27일이지만, 나도 한 해 읽은 책 결산이나 해볼까. 몇 년 전부터 틈틈이 읽은 책 목록을 기록해뒀더니 제법 요긴하다. 한 해 동안 얼마나 게을렀는지, 또는 얼마나 애썼는지 눈에 띈다. 올해는 그래도 좀 애쓴 해라 다행이다. 끝까지 다 덮은 책은 26권이다. 지난해보다 8권 늘었다. 그런데 리뷰는 정작 세 권밖에 쓰지 못했다. 과 , . 그나마 좀 생각하며 쓴 글은 리뷰(http://sost.tistory.com/448)다. 국정원 증거조작사건 항소심 기간에 읽은 책이라 이래저래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알라딘 '이 달의 리뷰'에 못 뽑혔다. 내 알사탕(ㅠㅠ) 가장 강렬했던 책은 였다.. 더보기
오직 '말'만으로 "위험하다" 판단 내린 헌재 [정당해산 판결문 보니] '엄격한 증명' 강조한 소수의견, 내란음모 항소심과 대조적 347쪽에 달하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문에는 '이석기'란 단어가 230회, '내란'이 117회 등장한다.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 8명(박한철·이정미·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서기석·조용호)들은 그 중에서 '이석기'를 108회, '내란'을 67회 사용했다. 또 이들은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을 명백하게 드러낸 활동"으로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을 거론했다. "이석기 등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내란을 선동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그 자체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함이 명백하다." 헌재는 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위헌이란 결론을 내리며 크게.. 더보기
"'막걸리 보안법'의 부활, '1987년 체제'의 종말이다" 통합진보당은 끝내 헌법의 이름으로 19일 해산당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8명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선고를 시작하며 "부디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대한민국 미래와 희망을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을 듯하다. '해산 결정'을 받아든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헌재 결정이 '다름'을 탄압하고, 진보의 입을 막을 것이라 우려했다. [헌법학계] "표현의 자유 없는 헌법은 사상누각인데..." 헌법을 다루는 학자들은 '8대1'이란 숫자에 놀란 듯했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와 한 통화에서 "헌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더보기
'대형마트 영업제한 위법' 판결의 또 다른 그림자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법적으로 대형마트는 점원 도움이 없는 곳이므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슈퍼는 대형마트가 아니다'라며 서울 성동구청과 동대문구청의 영업시간 제한처분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은 법원이 '상생'이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취지를 손상시켰고,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판결문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다소 덜 받은 문구가 있었다. '이 사건 처분 중 원고 홈플러스 주식회사, 원고 홈플러스테스코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부분은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 나아가 이는 곧 GATS와 유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한-EU FTA(자유무역협정)에도 위배.. 더보기
"전형적 혐오범죄...이건 살인미수" "테러 부추기는 종편·일베도 우려돼" 11일 와 통화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전라북도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벌어진 '폭발물 테러' 이야기였다.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는 10일 이곳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행사 중간 고교생 A씨가 갑자기 신씨에게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냐"며 항의하더니, 준비해온 인화물질에 불을 붙였다. 이 일로 관객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부상자도 나왔다. (관련 기사 : 신은미 강연에 고3 폭발물 투척... 목격자들 "배후에 성인남성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혐오범죄의 신호탄... "한국사회, 심각히 퇴행"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이제 한국에 우익테러의 시대가 왔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개탄했다. 그는 "아직 속단할 .. 더보기
큰 죄 지었지만... 세월호 선원도 '할 말' 있었다 [세월호 선원 재판 결산] 15명 형량 합해 모두 168년... 그래서 더 안전해졌는가 징역 36년, 30년, 20년, 15년... 선원 15명의 총 선고 형량을 합하면 168년이었다.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단죄됐다. 2014년 4월 16일,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은 누구보다도 먼저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탈출했다. 적절한 조치 없이 달아난 그들 탓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믿은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나 유족들은 여전히 4월 16일에 갇혀있다. 1심 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가 11일 선고공판에서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그런데 임 부장판사는 뒤이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지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