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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휩쓸리기보다는

김주하 앵커의 트위터와 워싱턴 포스트의 내부 지침

[출처 http://deulpul.egloos.com/3198551]

방송 3사 예단보도로 시민들 불안

이번 초계함 사건에서도 언론은 기본 원칙을 무시한 여러 잘못을 저질렀다. 그 중 가장 심각한 잘못은, 뚜렷한 근거 없이 이런저런 소문과 추정을 사실인 양 내보낸 일이다. 특히 속보를 계속 내보냈던 방송 매체에서 이런 잘못이 두드러졌다.

분명한 근거나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공격으로 배가 가라앉은 것처럼 보도한 태도는 저널리즘의 기초를 완전히 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일의 중대함을 고려해 볼 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줄타기를 시도했다고 비판해도 변명하기 어렵다. 설령 나중에 이 비극이 북한의 공격에 의해 발생했다고 판명나더라도, 사건 초기에 아무런 근거 없이 호들갑을 떤 언론의 잘못이 면책되지는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이런저런 소문과 '분석'을 성급하게 내보내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 보아야 할 일이다. 언론이 독자나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는 신속함과 정확함을 양보할 수 없는 두 축으로 삼아야 하지만, 두 가치가 상충할 때는 신속함 보다는 정확함을 선택해야 한다. 더 나아가, 방송 종사자 자신들이 이러한 소문에 휘둘린 게 아닌가 하는 자체 반성도 뒤따라야 한다.

위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비슷한 시각 MBC 김주하 앵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 반잠수정 침몰시킨 듯"이라고 전했다. 이후 김 앵커는 "죄송합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미확인 물체는 새떼일 수 있다고 하네요. 계속 주시하겠습니다"라고 정정했다. 김 앵커는 또 밤 12시 <마감뉴스>를 진행하면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이 시대의 대세이니, 기자나 언론인이라고 이러한 활동에서 제외되라는 법 없다. 그러나 나는, 왜 방송 기자나 앵커가 자신이 업무와 관련하여 들은 내용을 개인적으로 트위터에 흘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을 따르는 팔로워들에게 뉴스를 전해 주기 위해서? 정보를 빨리 전해 주려는 노력은 자신이 일하는 방송사를 통해서 해야 옳다.

언론사 공식 트위터가 아니라 언론 종사자가 개인적으로 개설하고 운영하는 트위터는 언론사의 신뢰를 담지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독자들은 언론사의 무게가 실린 것으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인다. 특히 이 경우처럼 뉴스 속보와 관련한 트위팅은 더욱 그렇다. 독자들은 언론 종사자가 자신들은 접하지 못하는 다양하고 신속한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트위터 메시지를 내보낸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 종사자가 보도 관련 트위팅을 하려면, 실제의 보도와 비슷한 정도의 책임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게 싫으면 개인 잡사만 트위팅하면 된다.

더구나 트위터는 그 속성상 의미 있는 정보 전달이 어려운 매체다. 맥락이 실리기 어렵고 단편적인 정보의 편린만 전달되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가 퍼져나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런 경우에 굳이 트위터를 통해 '속보'를 전하고 싶다면, 명백한 사실만 전하면 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분석', '관측', '전망' 따위의 이름을 붙여 맥락 없이 짤막하게 트위팅한다면, 뜻하지 않게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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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22일, 미국 최장기 상원의원 기록을 세우고 있는 로버트 버드(당시 91세) 의원은 집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 일을 놓고 다음과 같은 트위터 메시지가 나돌았다:

"버드 의원(91세)이 '너무 빨리 일어서다가' 넘어져 병원에 실려갔다. 이참에 임기 제한을 두는 건 어떤가. 은퇴는 안 하나. 상식적인 사고를 할 생각은 없는지."

말하자면 나이 많은 의원이 당한 불행을 그를 비꼬는 데 이용한 메시지다. 보통 사람이 이런 트위팅을 했으면 아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트위터를 날린 주인공은 <워싱턴 포스트>의 최고 편집 책임자 2인 중 한 명인 라주 나리세티였다.

자신의 트위터 메시지가 문제가 되자, 나리세티는 90여 명에 이르는 친구와 동료를 대상으로 한 '개인적인' 메시지였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를 접한 사람은 물론 90명에 한정되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이 이 메시지를 <워싱턴 포스트>의 의견으로 간주했다. 많은 독자는 <워싱턴 포스트>가 의원의 임기 제한이나 고령 의원의 강제 은퇴 제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독자도, 편집장의 이러한 견해가 지면 편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했다. 나리세티 자신도 이러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것은 사적인 견해였습니다만, 이 메시지에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이라는 무게가 실렸다는 점은 분명하며, 따라서 (사견을 회사 의견으로 오해하도록) 혼동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한 나리세티는 바로 트위터 계정을 폐쇄했다.

우연히도, 나리세티가 트위터 계정을 폐쇄한 날, <워싱턴 포스트>는 기자들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활동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물론 나리세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며, 이 신문이 5월부터 넉 달 가까이 준비해온 끝에 발표한 것이었다.

기자나 언론인이 자신이 속한 매체 이외의 공간에 쓰는 메시지는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김주하 앵커나 나리세티의 메시지는 그 중 한 예다. 한국 언론은 기자들의 온라인 메시징 활동과 관련한 지침을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소속 기자들에게 강조하는 온라인 활동 규정이 어느 정도인지 보시라고, 그 지침을 대충 옮겨 둔다. (밑줄은 내가 그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활동과 관련한 편집국 지침

소셜 네트워크(SN)는 소통을 위한 미디어이며, 우리 일상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뉴스와 정보를 수집하고 알리는 데 값진 도구가 될 수 있다. 한편 잠재적인 위험도 안고 있어, 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도를 위해서든 개인 목적으로든, SN 기능을 활용할 때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언제나 <워싱턴 포스트> 기자로 인식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래의 지침은 업무 분야에 상관없이 <워싱턴 포스트>에 속한 언론인 모두에게 적용된다.

1. 보도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 활동

보도를 위해 페이스북, 링크트인,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등을 사용할 때,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직업적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SN를 통한 보도는 정확해야 하며, 취재 목적으로 SN에 참여할 때는 그 의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자신이 어떤 신분인지, 또 어떠한 정보를 구하려고 하는지를 간단하면서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

SN를 활용할 때, 뉴스 판단과 관련한 공정성을 해치는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 사실과 객관성에 대한 강조, 적절한 용어와 어투의 사용, 기타 <워싱턴 포스트>의 저널리즘을 지배하는 원칙들은 SN에서도 모두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기자들의 온라인 활동은 회사 소속 기자들은 물론이고 회사 자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SN 활동을 하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특정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편중된 관심을 갖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2. 개인적인 소셜 네트워크 활동

<워싱턴 포스트>에 속한 모든 언론인은 개인 시민으로서 가지는 사적인 특권을 일정 정도 유보해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자신이 SN에서 하는 활동이 신문에 이름을 달고 쓰는 기사와 똑같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기자가 SN에 쓰는 메시지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회사 계정이 아니라 개인 명의의 계정으로 활동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를 통해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저 제한 효과가 날 뿐이며, 완벽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원칙은 간명하다: 온라인에서 어떤 정보가 발견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올리지 말라.

<워싱턴 포스트> 언론인은 회사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어떠한 메시지, 사진, 비디오도 트위터를 비롯한 SN에 올려서는 안 된다. 정치적 편향,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종교적 편견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도 올려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나 조직을 온라인으로 팔로잉할 때도 마찬가지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자신이 취재 보도하고 있는 조직이나 단체와 관련한 SN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취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는 편집 책임자의 허가를 받아서 이와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다른 투명성의 원칙들이 준수되어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 언론인은 정치 단체로부터 온라인 상으로 어떠한 선물이나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사이트에 올리는 메시지도 계속 모니터해야 한다.

온라인 개인 사이트는 취재원, 보도 기사, 기사화 여부, 동료 언론인 개인에 대한 이야기 등, 편집국 내부와 관련한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워싱턴 포스트> 회사 차원의 활동과 관련한 의견이나 정보도 마찬가지다. 또 <워싱턴 포스트>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나 경쟁지를 비판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

이상의 사항과 관련하여 의문이 있을 경우, 직속 편집 책임자와 상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