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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휩쓸리기보다는

고광헌 <한겨레> 사장 인터뷰 중


-뉴미디어시대의 언론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야말로 빅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면, 뉴미디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기술의 발전이 만나면서 오는 현상입니다. 과거에는 언론사만 정보를 수집을 할 수 있었고 정보독점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IT 기술이 발달해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언론사들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알려버리면 그만이니까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도 있지만, 5명 혹은 1명이 미디어회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신문사 10개, 방송사 3개였는데 지금은 비즈니스가 잘게 쪼개집니다. 그래서 옛날처럼 크게 매출을 일으킬 것이라는 데는 비관적입니다.

이 때문에 조중동은 방송을 돌파구로 찾았죠. 문제는 독립 언론을 지향하는 신문사들입니다. 비유하자면 지금 종이신문사들은 멸망이 다가오기 직전의 큰 공룡입니다. 다른 작은 식물이나, 바이러스, 미생물 등 작은 동물들은 빙하기가 닥쳐오니, 잽싸게 살기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살아있죠. 하지만 큰 공룡은 다 멸종했습니다. 큰 몸집 때문입니다. 이 비유가 적정한지는 차치하더라도 신문사들이 너무 느리게 변하고, 새로운 것은 좀 더 빨리 받아들여 자기 갱신을 하는 데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것 같습니다.

-뉴미디어 시대에 대한 대응이 보수적이고 또 늦다는 지적은 한겨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현재 한겨레는 디지털미디어센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회사가 준 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희망적으로 봅니다. 저로서는 온오프 통합해 뉴스룸을 운용하려고 했습니다. 가령 한겨레에 글을 쓰는 기자가 1백80명이라고 하면 출입처에서 종이신문에 안 써도 되는 유익하거나 재미있는 기사를 하루 하나씩만 써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링크해도 엄청난 효과가 나타납니다. 수평적 소통이 가능해 독자들도 크게 반응하죠. 온라인에서는 ‘디디면 다 내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걸 해야죠. 그리고 나서, 종이신문은 ‘Why and next’에 치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뉴미디어시대의 언론사, 그리고 기자가 가져야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미디어빅뱅시대의 언론사와 기자의 제1 덕목은 스스로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눈이 높아진 독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언론사, 기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와의 수평적 소통시대인 만큼 기자는 가르치려는 태도를 빨리 버려야 할 것이고, 반면에 가르치지도 않겠지만 소통 역시 안하겠다는 듯 SNS 등 각종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이용한 활동에 겁을 먹어서도 안됩니다.

-끝으로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장․청이 잘 조화를 이뤄서 뉴미디어시대에 한겨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가 새롭게 펼쳐질 뉴미디어시대에 미디어의 강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과 독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또 독자들이 의지하는 그런 최강 언론으로 들어설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저널리즘에 충실하다면 한겨레 신문의 비전은 전망이 굉장히 밝다고 봅니다. 방송에 진출한 보수신문들이 앞으로 좋은 뉴스를 만들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미디어로서의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겨레 같은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이 만든 콘텐츠가 뉴미디어시대의 각종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통해 유통되고 이를 통해 생기는 영향력으로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관행을 바꾸고, 나쁜 것은 타파하고 좋은 것은 불러올 것이라 봅니다.

덧붙여 보수적 시각과 진보적 시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저널리즘의 대원칙으로 사안을 보는 눈은 똑같아야 합니다. 어느 언론사든 사익을 공익보다 앞세우고 사익을 저널리즘 원칙보다 앞세우면 안되지요. 저널리즘의 타락으로 한겨레가 반사이익을 보는 것은 한편으로는 씁쓸한 일입니다. 한겨레가 동업자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그 비판을 통해 같이 성숙해가는 언론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짧게 지난 3년만 보면, 종편 하나 가지고 거대 언론사의 컨텐츠 방향 성격이 춤을 추는 몰각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겨레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저널리즘의 후퇴에 따른 전 사회적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고민해봐야 할 점입니다.


출처 : 기자협회보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25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