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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지하철 관찰기 #1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청구역.
차가운 역 안의 공기 속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꼬깔콘을 먹고 있었다. 짙은 갈색 포장지에 붉은 글씨가 새겨진 군옥수수맛 꼬깔콘을 우적우적 먹으며 봉화산행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도 그는 남은 꼬깔콘을 먹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노란 삼각형 모양의 그 과자가 마치 그에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인 것처럼, 성찬의 전례 때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곱게 포개고 모시는 밀떡에 견줄 수 있을만큼 성스러운 음식인 것처럼 그는 꼬깔콘을 먹고 있었다. 진지해 보였다.

우리는 같은 역에서 내렸다.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딱 두 계단씩 성큼성큼 걸었다. 계단을 두 칸씩 오르내릴 때마다 왼쪽 발에 순간적으로 체중이 실렸는지 몸이 기울어졌다. 그렇게 그는 딱 두 계단씩 성큼성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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