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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밑줄을 긋다

김훈, <개> 중에서

 엄마의 혀는 길고 따스했어. 엄마는 맏형의 똥구멍이며 주둥이, 귓구멍 속까지 샅샅이 핥아주었어. 비쩍 말라서 기지도 못하는 맏형은 가랑이를 벌려서 엄마의 혀를 받으면서 가느다란 숨을 겨우 몰아쉬었지.

 마당에서 햇빛이 끓는 봄날, 엄마는 맏형을 깨끗이 씻겼어. 눈곱과 오줌 싼 자리까지 핥아내고 잔털을 빗질하듯 혀로 쓰다듬어서 가지런히 뉘었지. 그러고 나서 엄마는 젖을 빨던 우리들을 밀쳐내고 일어섰어. 엄마는 맏형의 덜미를 물고 마당으로 나갔어. 엄마는 우물가에 맏형을 내려놓았어. 눈을 못 뜬 맏형은 봄볕이 힘들어 버둥거렸지

 거기서 엄마는 맏형을 삼켰어. 엄마는 맏형을 세상에 내보낸 것이 잘못되었거나 너무 일렀다고 생각했던 거지. 앞다리가 부러진 채 태어난 맏형이 개의 한 세상을 몸으로 비비면서 살아내야 한다는일을 엄마는 견딜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엄마는 맏형을 다시 엄마의 따스하고 축축한 몸 속으로 돌려 보내기로 작정했던 거야. 맏형은 엄마의 몸 속으로 다시 돌아갔고, 엄마의 입술에는 피가 묻어 있었어. 맏형은 그렇게 죽었어. 죽었다기 보다는 제자리로 돌아간 거지. 엄마의 몸 속으로. 그 어둡고 포근한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