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안도했다 아버지가 그곳에 다니지 않아서. 썸네일형 리스트형 우리는 단지 운이 좀 달랐을 뿐이다 차창 밖의 을씨년스러운 풍경, 거칠게 써내려간 현수막 글씨. 그해 여름 아버지 차를 타고 쌍용차 공장을 지나갈 때 나는 숨이 턱 막혀오는 듯 했다. 덥고 습한 공기 탓만 하기에는 공장 곳곳을 둘러싼 검은 옷차림의 전경들, 멀리 보이는 파업의 풍경들이 너무 많았다. 공장의 기계는 멈춰있었고, 그곳은 전운의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차창 밖 그 풍경들은 손에 잡힐듯 하면서도 멀리 느껴졌고, 설령 잡힌다 해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다행이라고 여기며, 무전기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교신하는 사복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던 것 같다. 세상이 점묘화가 되고 있다. 세밀하지 않고, 드문드문 벌어진 틈이 많은, 파편화된 점들의 세상. 무너져가는 대추 초교를 두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을 멍하니 보다 흙..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