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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머뭇거림보다는

10대 그룹 총수 사면복권 현황...정말 심하다

최태원 SK 회장 두 번째 사면... 10대 그룹 총수 10명 중 7명은 혜택


▲ 김현웅 법무부 장관 ⓒ 유성호



이번에도 '회장님'은 무사했다.


13일 정부는 제70주년 광복절 기념 특별사면 대상을 발표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6527명의 사면 대상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들어가 있었다. 


최 회장은 회사 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1월 31일 1심에서 법정구속, 지난해 2월 27일 징역 4년형이 확정돼 925일째 복역 중이다. 형량도 1년 6개월쯤 남았다. 하지만 광복절 특사 덕분에 13일 밤만 버티면 다시 자유다. 복권까지 된 만큼 경영 일선에도 큰 어려움 없이 복귀할 수 있다. 


최 회장이 '형집행면제 특별사면'과 '특별복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8년에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1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지 78일 만이었다.  


10대 그룹 회장님들은 사면 1순위? 




그런데 '회장님의 사면'은 드문 일이 아니다. 자산 규모 10대 그룹 총수라면 더욱 흔하다. <오마이뉴스>가 법무부 보도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7명은 최소 1번씩 사면의 기쁨을 맛봤다. 최 회장은 이 가운데 2회나 사면 받은 세 번째 인물이다. 


최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었다. 그는 1995년과 2008년 광복절 특사 대상이었다. 1994년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2007년 차남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폭행한 일로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지 1년여 만이었다. 


2013년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처해졌던 김 회장은 이번에도 사면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3회 사면'이라는 대기록 수립은 미뤄진 상황이다.


두 번째 기록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세웠다. 1996년 8월 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그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에 처했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1997년 10월 3일 개천절 기념 특사로 그를 사면·복권시켰다. 


2009년 8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 발행한 혐의 등으로(배임·조세포탈)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을 때에는 같은 해 12월 31일자로 자유의 몸이 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내세우며 이 회장, 단 한 사람을 위한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다른 10대 그룹 가운데 총수가 한 번씩 사면 또는 복권된 곳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한진, 포스코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비자금 사건으로 2008년 6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처해졌다. 그러나 판결 확정 73일 만인 2008년 8월 15일, 정 회장은 사면·복권됐다. 정몽준 현대중공업은 1992년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김영삼 후보 지원을 논의한 내용을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 쪽에서 불법도청했던 '초원복집 사건'으로 1995년 3월 징역 6개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1심이 끝난 지 5개월 만에 정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복권대상에 들어간다.


항공기 구입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 2000년 6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던 조양호 한진 회장은 2002년 12월 31일자 특별사면·복권대상이었다. 포스코의 경우 업무상 배임으로 2008년 3월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던 유상부 회장이 2010년 광복절 특사 때 복권됐다. 


나머지 그룹 총수들은 안전한 편이다. 2003~2005년 대선 불법자금사건 수사 때 LG 구본무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긴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을 모두 무혐의라고 결론 내렸다. 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강유식 부회장과 신격호 회장 조카인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 자금 조성에 관여한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만 기소했을 뿐이었다. 세 사람은 모두 2005년 5월 15일에 사면됐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확인"


그렇게 지난 20년 동안 '회장님'들은 무사했다. 유일하게 실형 선고를 받은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형기 3분의 1 이상을 채워 가석방 요건을 채웠는데도 특별사면에 복권까지 됐다. 


13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논평을 내 "형사법이 정한 구제절차가 있는데도 재벌 회장 등 대기업 관계자를 특별사면대상에 포함한 것은 법치주의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도 10대 그룹 총수들에게 끊임없이 이뤄진 대통령 사면을 두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계속 재벌 총수들을 사면해왔는데, 실제로 경제 살리기에 기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경제정의·사회통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팀장은 "이번 사면 역시 유감"이라며 "권력형 범죄나 개인 횡령 등은 사면 대상에서 제한하는 등 입법 조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도 자신들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대통령 특별사면의 남용을 막기 위해 사면 범위를 제한하거나 국회 동의 절차 등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사면법 개정을 고민하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사면법 개정안은 현재까지 14건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5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