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하루였다. 오랫동안 신경써온 이슈 하나가 일단락지어졌다. 그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아무튼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수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들의 조직적 개입'이란 발톱만한 결론으로 끝맺었고, 이 소식은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근데 한편으론 허탈했다.
오늘 동기는 먼지를 먹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썼다. 취재하느라 밤낮이 바뀐 채 그도 먼지를 먹으며 쓴 기사였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배치도 좋은 위치에 걸렸다. 하지만 검찰 수사 발표로 이 기사는 그 자리를 빼앗겼다. 언론사로서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어쩐지 씁쓸했다.
방금 MBC 다큐스페셜을 시청하는 기분도 비슷했다. 땀 흘린 사람들이 좌절로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그 아픔과 실패의 행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나일 수도, 내 가족일 수도 있다'는 내레이션을 듣는데, 화면에 묵은 때가 낀 들통에서 국을 푸는 아주머니의 손이 나왔다.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가 좌절로 내몰렸던 시절, 엄마는 누군가의 밥을 푸고 국을 뜨며 가족을 먹여살렸다. 아빠 얼굴이 머릿 속으로 번졌다. 아빠는 지금도 자영업자다. 많은 빚과 상처를 잘 견디셨다. 나는 운이 좋았다.
법조 취재는 재밌는 편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난다. 하지만 가끔 어딘가 마음이 헛헛하다. 너무나 익숙하고 평범해서 쉽게 잊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TistoryM에서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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