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단
-영(暎)에게
박준
나는 오늘 너를
화구에 밀어넣고
벽제의 긴
언덕을 내려와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말을 건네는 친구에게
답 대신 근처 식당가로
차를 돌린 나는 오늘 알았다
기억은 간판들처럼
나를 멀리 데려가는 것이었고
울음에는
숨이 들어 있었다
사람의 울음을
슬프게 하는 것은
통곡이 아니라
곡과 곡 사이
급하게 들이마시며 내는
숨의 소리였다
너는 오늘
내가 밀어넣었던
양평해장국 빛이라서
아니면 우리가 시켜 먹던
할머니보쌈이나 유천칡냉면 같은 색이라서
그걸 색(色)이라고 불러도 될까
망설이는 사이에
네 짧은 이름처럼
누워 울고 싶은 오늘
달게 자고
일어난 아침
너에게 받은 생일상을 생각하다
이건 미역국이고 이건 건새우볶음
이건 참치계란부침이야
오늘 이 쌀밥은
뼈처럼 희고
김치는 중국산이라
망자의 모발을 마당에 심고
이듬해 봄을 기다린다는
중국의 어느 소수민족을 생각하는 오늘
바람은
바람이어서
조금 애매한
바람이
바람이 될 때까지
불어서 추운
새들이
아무 나무에나
집을 지을 것 같지는 않은
나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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