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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

식상하지만, 무신불립(無信不立)

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치국(治國)의 도를 물었다. 공자가 답하길 “음식이 풍족하고, 군비가 넉넉하며, 백성의 신임을 얻으면 된다(足食足兵,民信之矣)”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셋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먼저 군비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공자는 ‘음식을 버려서라도 믿음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백성들의 신임이 없다면 아무것도 존립할 수 없기 때문(民無信不立)”이라는 설명이다.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얘기다. 국가운영에 ‘믿음(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파한 것이다.

한자 자전인 설문(說文)은 ‘信’을 ‘誠’이라 했다(信, 誠也). 글자 ‘誠’은 ‘말(言)한 바를 온전히 이룬다(成)’는 뜻을 가진 단어다. 결국 ‘信’이라는 것은 ‘사람(人)이 스스로 말한 것을 온전히 이루는 것’으로 해석된다. 맹자와 같은 시대의 철학자인 묵자(墨子)도 ‘信’을 ‘말한 것(言)과 뜻(意)이 합치되는 것(信, 言合于意)’이라고 풀이했다. 내가 한 말에 책임지는 것, 그게 바로 ‘信’이었던 셈이다.

논어 자로(子路)편에는 ‘정치인의 신뢰’를 강조하는 말이 나온다. 어느 날 자공이 묻기를 “ ‘바람직한 선비(士)’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가 답하길 “일을 함에 있어 부끄러움을 알고, 외부에 나가 군주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자공이 “그다음에 바람직한 인물은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집안 어른을 잘 모시고, 가문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다음은 어떤 인물이냐?’라는 거듭된 자공의 질문에 공자는 “말을 함에 반드시 믿음이 있고, 행동을 함에 반드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言必信, 行必果)”이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묻기를 “지금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라고 했다. 공자가 짜증을 내며 대답한다. “쯧쯧, 그 인간의 크기가 대나무 소쿠리만도 못한 편협한 사람들이다. 도대체 계산이 안 되는 인간들이로다(噫,斗篠 之人, 何足算也).”

- <중앙선데이> '漢字, 세상을 말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