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답이 될 수 없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영희, <역정> 중에서 - 하루 세 끼의 식사는 보리 6할, 쌀 4할인 밥 한 그릇과 콩나물국이었다. 방어선이 주머니처럼 좁아진 부산 일대에서 어떻게 그렇게 연일 콩나물이 생산되는지 의아스러울 만큼 끼니 때마다 콩나물국이 나왔다. 밥은 그릇에 차지 않고, 국은 몇 오라기의 콩나물을 소금물에 띄운 것으로, 국물에는 아무 색깔도 없었다. 적어도 1950년 8월 당시의 이 나라에서는 최고의 '지식인'이라 할 사람들 사이에서 밥그릇 소리만 나면 싸움이 벌어졌다. 보리밥의 표면과 밥그릇 언저리까지의 거리를 현미경적 정밀성으로 측량하는 눈빛은 살벌했다. 바다 같은 물 위에 뜬 콩나물 오라기 수를 순간적으로 계량한 손들이 쟁탈전을 벌이곤 했다. 교실 마룻바닥에 보리밥 그릇이 뒹굴고, 그나마 그것으로라도 배를 채워야 할 콩나물 국물이 흥건했..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