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려 하지만 점점 생활인이 되어가고 있다. 주말의 절대 존재이유는 늦잠, 휴식이 된 지도 제법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거나 영화관을 찾는 일은 꾸준히 줄어간다. 버리는 일, 비워내는, 쏟아내는 일만으로 가득한 날들 가운데 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몇 달 만에 공부모임에 나갔다. <젊은 지성을 위한 케인즈의 일반이론>을 읽고 만나기로 한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 약속에 연연했다가 또 다시 불참할 것 같아 일단 발걸음을 홍대로 향했다. 인문카페 '창비'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몇 장 넘겨보긴 했는데, 시간은 빠듯했고 내용은 어려웠다. 또 한 번 '참석'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어색함에 따른 즐거움, 오랜만에 느꼈다. 현상이 아닌 추상을 말하는 일도 오랜만이었다. 1년 채 못되는 시간을 기자로 살았을 뿐인데, 모르는 새 말의 무게는 작아졌고 불분명한 것들은 말하지 않거나 그 끝을 흐리는 습관은 깊어지고 있다.
무뎌져가고 있진 않은가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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