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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청년을 만났다. 그도 연애를 꿈꾸고 있었고, 누군가의 눈빛과 말 한마디에 설레는 사람이었다. 그저 가난할 뿐이었다. 그 평범함을, 우리와 전혀 다를 것 없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기사에 그의 연애 이야기를 쓴 이유다. 한 포털 사이트에 '연애이야기는 너무했다, 공감도가 떨어진다'고 달린 댓글이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