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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달의 뒷면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 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 장 그르니에, <섬> 중에서


스티븐 보즈워즈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년 전 방북했을 때, 미국의 한 관계자는 그가 '달의 뒷면(the dark side of the moon)'으로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박민규는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달의 뒷면처럼 어둡고 어두웠던", 하지만 사랑받음으로 "체온"과 그를 둘러싼 "세상의 기후"가 바뀐 여자에 관해 이야기한다. 클리셰다. 하지만 클리셰가 클리셰로서 그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유는, 그만큼 일상의 순간순간에 맞아떨어지는 표현도 없어서일테지.

관계에서도 달의 뒷면이 존재하듯, 세상사에도 달의 뒷면이 존재한다.
서로 맨얼굴을 드러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사이에도 삶의 가려진 쪽이 있다. 어쩌면 불화 혹은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는 서로의 '가려진 쪽'을 발견하면서 나타나는 건 아닐까. 그 순간, 은둔해있던 이면이 드러날 때 주는 이질감이 불편함으로 변하게 된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변환은 일반적인 결과물이어서, 우리는 '가려진 쪽'을 모르는 채 살아가길 은연 중에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와 나의 관계에서든, 세상에서든 간에. 불안과 욕망, 열등감들로 가득 찬 삶에 불편함마저 채우고 싶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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