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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서초동일기] 20131105 직업병이 심해져간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은 부디 조용하길…’이라는 짧은 기도를 올린다. 지난달 7일부터 달라진 일상이다. 회사는 이날부터 법조팀을 가동했다. 몇 년 전 검찰 출입을 맡은 선배들이 있긴 했지만, ‘팀’ 규모로 검찰에서 법원까지 도맡는 일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들었다.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막막했다. 지금은 어깨가 아프다. 간혹 선배를 돕기 위해 참여했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재판 취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지난 3주 동안은 국회 국정감사 기간이었다. 중간 중간 나꼼수 국민참여재판도 있었다. 열심히 키보드 자판을, 정신없이 두드려야했다. ‘토씨’ 하나에도 민감한 건 정치인만이 아니었으니까. 아니, 법원과 검찰에서 오가는 토씨 하나는 누군가에겐 독이, 또 누군가에겐 복이 될 수 .. 더보기
'채동욱 혼외 아들' 혈액형이 유력한 증거? ‘수헬리베붕탄질산플네, 나마알규인황염아칼칼’ 주입식 교육은 힘이 세다. 지금도 주기율표 앞부분 20개는 ‘수’만 떠올리면 줄줄이 내뱉을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암기한 덕분이다. 혈액형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AO, AA, BO, BB, AB, OO로 나뉘는 유전자형이 담긴 표를 최대한 네모반듯하게 그리려 애쓰며 외웠다. 모의고사 등을 볼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으니까. 노력은 빛을 발했다. 혈액형 문제는 그럭저럭 맞출 수 있었고, 지금도 나는 혈액형을 생각하면 먼저 그 네모난 표를 떠올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달랐다. 앞선 교육과정에서 같은 내용을 더 엄격하게 배웠을 텐데, 주입식 교육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는 14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갑작스런 사퇴 배경에는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 더보기
'반기문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 "저는 당신과 함께 합니다(I'm with you)." 더보기
[4월 1일] "쓰레기에도 돈 든다" 1994년 4월 1일 쓰레기 종량제 시범실시하다. 어린 시절, 꽃집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하루는 꽃다발이나 화환장식에 쓰고 남은 줄기, 꽃잎 등을 치우는 일로 끝났다. 적갈색 고무통에 줄기만 있는 국화와 장미, 자투리뿐인 나뭇잎 등이 가득해지면 아버지는 그 위로 올라가 두 발로 꾹꾹 눌러 부피를 줄이곤 했다. 언젠가부터 그 고무통에는 흰색 비닐봉투가 씌워졌다. 아버지는 변함없이 고무통 위에 올라가 두 발로 꾹꾹 쓰레기를 눌러댔지만, 다음 절차가 변했다. 아버지는 꽉 찬 고무통을 길 한 쪽에 비우는 것 대신, 비닐봉투의 주둥이를 오므려 매듭을 지었다. 같은 상가에 있던 청바지집 아저씨도, 미용실 아주머니도 일과를 마치면 양손에 하나 둘 비닐봉투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1990년대.. 더보기
[3월 14일] 진정 난 몰랐었네 얼마나 오랫동안, 자주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데 일단 시작한다. '산하의 오역'을 벤치마킹한 '소희의 오환'이랄까.. 아직 제목도 미정이다^^;; 일단 '환경 역사'를 테마로 잡았다. 그날 그날에 맞춰 자료를 찾으려니 앞길이 막막하지만, 공부도 많이 될 것 같다. 오늘은 그 첫 번째 편, 화이트데이 특집이다. =============================================== 1879년 3월 14일 아인슈타인 태어나다. 며칠 전부터 동네 빵집과 편의점 앞은 장사진이었다. 빽빽이 쌓인 사탕과 초콜릿 상자들 때문. 매년 3월 14일이면 한국과 일본, 대만 정도에서 볼 수 있는 ‘화이트데이’ 풍경이다. 화이트데이의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는 그 가운데에서 ‘1965년 일본의 마시멜.. 더보기
<7번방> 용구씨, '박근혜 정부'에선 만나지 말아요 용구는 딸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믿지 않았고, 용구는 하루아침에 빨간 명찰을 단 사형수가 된다.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줄거리다. 그런데 용구는 현실에도 있었다. 1975년 4월 9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용구'는 8명이었다. 나라 안팎에서 '사법 살인'으로 평가받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이다. 이밖에 수많은 '용구'가 있었지만, 한국사회는 아직 사형제 폐지 여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1997년 12월 30일 이후 한 번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지만, 아동 성범죄나 연쇄살인 등 흉악범죄사건이 있을 때마다 여론은 늘 엇갈렸다. 다만 누구든 '집행'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명박 정부도 21명을.. 더보기
4대강,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란 노래를 부르며 자랐지만, 정작 시냇물에서 뛰놀기는커녕 제대로 본 적 없이 자랐다. 언젠가 아빠에게 "어렸을 땐 동네에서 물고기 잡고, 멱도 감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기 어렵기도 했다. '평평(平)하고 물(澤)이 많다'는 뜻을 가진 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랬다. 기억 속의 냇가는 친구들과 '똥물'이라고 부르던 시커멓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하천이 전부였다. 내게는 철저히 상상으로만, 혹은 동화 속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시냇물'이기에, 언젠가 태어날 아이가 징검다리를 건너고, 물고기몰이를 하고 돌을 들춰 민물게를 잡을 개울물이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짙은 염소 소독약품 냄새에 찝찝해하며 수영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면 더욱 멋질 것이라 여겼다. 4대강 사업을 .. 더보기
박근혜 원전 정책, 결국 '확대'로 가나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처럼 짝퉁이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은 7일 와 한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원자력 발전 공약을 두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원전 확대정책을 얘기한 적 없고, 대선 공약도 안전위주였지만, 인사로써 '원전 공약은 짝퉁'이란 걸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후보 공약집에서 '안전우선주의에 입각한 원전 이용'을 약속함과 동시에 원전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원전 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돼 원전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민 여론을 수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전체 전력생산에서 화석연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