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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고블린, 그리고 재벌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5 그는 좋은 아버지였다. 축 처진 아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형편이 어려운 아들 친구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며 손 내미는 사람이었다. 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회사를 일으켜 세운 좋은 경영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을 지키는 데 너무 몰두한 탓일까? 그는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힘을 즐길 줄만 알았다. 말쑥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섰지만, 돌아서면 도시의 무법자로 변했다. 영화 의 악당, 고블린 이야기다. 재벌들 역시 한국의 좋은 아버지요, 기업인들이었다.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은 국토 위에 남은 것이라곤 없었다. 그들은 폐허 위에 공장을 세우고, .. 더보기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면 밀린 동영상을 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며칠 전이 삼일절이었던 만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이 또 한번 '핫이슈 아이템'으로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셨더라. 1000번째 집회 때 시민단체 활동가분이 "오늘이 끝이 아니라 1001번째, 1002번째 수요집회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더 이상의 집회가 없어야 하는 건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든을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거리에 나서는 일이 없어야 하는 건데... 작고 약한 사람들은 하염없이 거리에서 수많은 날들을 보내야만 비로소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다. 단 한 번도 구걸한 적 없는 '눈길'이건만, 그 작은 것조차 얻는 일이 녹록치않고, 시간은 늘 흐른다. 할머니들의 20년처럼, 코오롱도, 콜트·콜텍도, 재능교육과 쌍용차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다.. 더보기
바람이 불었다 한때 '구멍'이 생겼다. 자신의 대선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을 방송사 임원으로 임명하고, 멘토를 대한민국 미디어 정책의 수장으로 앉힌 '가카'께서 언론계에 뚫은 거대한 구멍이었다. BBK 주가조각 사건, 4대강 사업 등 정권에 비판의 칼을 세운 뉴스들이 하나둘 사라져갔다. '시장과 미국은 가까이, 분배와 북한은 멀리'라는 신조에 어긋나는 이야기들도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블랙홀처럼 막강한 흡입력을 자랑하며 구멍은 제 몸집을 불려갔다. 그때 네 남자가 나타났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웃고 떠들며 권력을 비판하고, 그들의 압박에 "쫄지마"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투박하지만 쉽고 솔직한 그들의 화법에 열광했다. 인터넷 방송(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라는 바람은 그렇게 한국 사회의 구멍을 메우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기.. 더보기
세종은 완벽하지 않았다 조선 최고의 성군(聖君) 세종, 그는 완벽한 왕은 아니었다. 한글을 만들고 음악, 과학 등 여러 분야를 발전시키고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실천했지만 세종 또한 실패를 겪었다. 즉위 초 그는 ‘조선통보’라는 화폐를 만들었다. 동전을 쓰지 않고 전처럼 물물교환을 하는 사람의 재산은 몰수하라는 명령까지 내리며 화폐 사용을 강제했다. 하지만 유통 가능한 동전 수가 부족한데다 백성들은 “당장 배고플 때 먹을 수도, 쓸 수도 없다”며 화폐를 불편해했다. ‘재산 몰수’라는 엄벌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도성 안에 불을 지르고, 도둑질을 하기까지 했다. 세종은 결국 법을 고쳤다. 화폐 정책은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풀지 못한 숙제요, 그의 실패로 남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종의 실패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가 실패를 ‘인정.. 더보기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는 중인가요? 몇 달전 경향신문 노조 주최로 열린 '당신과 나의 전쟁' 공동체 상영회에서, 어느 시민이 노조 대표로 참석한 H 기자에게 물었다. "쌍용차 파업 때도 그렇고, 대추리도 그렇고, 그런 문제들이 있을 때마다 사실 진보언론들에게 실망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우리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기자는 답했다. "저희는 대중지입니다. 기관지가 아닌 이상 일반 대중들을 기준으로 기사를 써야 하는데, 지나치게 한 쪽에 치우치면 안 되겠죠. 생활인으로서, 신문을 팔기 위해서도 그렇고요." 질문을 한 시민은 '어떻게 기자가 그렇게 말할 수 있냐'는 식으로 몇 마디 덧붙였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난 대화를 들으며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진보적 가치를 엄숙히 추구하지 않으면 같은 편에서도 욕 먹는' 소위 진보언론.. 더보기
'과감'인가 '과격'인가 한미 FTA 비준안 찬성의원 얼굴 실은 24일 1면 화제 24일 서울·경기지역에 배포된 40판 1면 기사는 ‘한미 FTA 비준안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라는 제목이 전부였다. 지면 전체는 지난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 141명과 자유선진당 의원 5명, 미래희망연대 5명의 사진과 이름, 지역구로 채워졌다. 파격적인 지면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4일 오후 4시 43분 기준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경향 1면’을 검색한 결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글 수는 모두 3,464건에 달했다. 대부분 1면 편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위터 아이디 @engiyong는 “경향신문 1면 대박임 영원히 역사에 남길 1면임”이라고 했고 @malss.. 더보기
7년 내공 빛나는 '한미 FTA 저격수' 예상했던 결과지만, 참담한 기분을 억누를 수 없다. 두려운 건, 지금도 힘든 수많은 사람들의 더 지치고 메마른 눈동자를 보는 일. 누군가 트위터에서 말했다. "사실 내 타임라인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정말 걱정스러운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이 소식, 들었을까." 작고 평범하지만 가치 있는 삶, 그걸 함께 지키고 싶다는 건 헛된 욕심이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16 [인터뷰] 비준 반대 논객으로 맹활약하는 최재천 변호사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요즘 TV와 라디오 토론에서, 집회와 강연회에서, 신문과 트위터 등에서 ‘동에 번쩍 서.. 더보기
해고의 아픔, ‘와락’ 안아드릴게요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76 [현장]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치유센터 개소 /박소희 최원석 기자 “김제동 아저씨가 사준 ‘톤차임’이란 악기입니다. 소리는 아이들처럼 맑고 투명합니다.” 희선(13•여)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맞춰 입고 옆에 선 정은, 은혜, 해림, 효영, 세민, 은결이도 긴장한 듯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지는 것을 신호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의 멜로디가 맑고 투명하게 울려 퍼졌다. 30일 오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 ‘와락’센터가 경기도 평택시 통복동에 문을 열었다.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등 400여 명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