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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과감'인가 '과격'인가

한미 FTA 비준안 찬성의원 얼굴 실은 24일 <경향> 1면 화제

24일 서울·경기지역에 배포된 <경향신문> 40판 1면 기사는 ‘한미 FTA 비준안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라는 제목이 전부였다. 지면 전체는 지난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 141명과 자유선진당 의원 5명, 미래희망연대 5명의 사진과 이름, 지역구로 채워졌다.

▲경향신문 11월 24일자 40판 1면


파격적인 지면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4일 오후 4시 43분 기준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경향 1면’을 검색한 결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글 수는 모두 3,464건에 달했다. 

대부분 <경향> 1면 편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위터 아이디 @engiyong는 “경향신문 1면 대박임 영원히 역사에 남길 1면임”이라고 했고 @malssami는 “널리 퍼트리고 소장하자”며 1면 PNG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주소를 알렸다. <경향>을 구독하지 않고 있지만 오늘은 따로 한 부 사서 간직하겠다는 글(@csj3814)도 눈에 띄었다. 

▲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경향 1면'을 검색한 결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heenews)에서 경향 1면을 소개하며 “날치기 앞두고 다들 이렇게 웃는 얼굴로 이야기꽃 피우셨죠”라고 꼬집었다. “그 많은 사진들이 우리가 칭찬해 주고 싶은 애국자들의 사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choi613)”라며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매국행위에 빗대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소수이지만 <경향>의 파격적인 편집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미디어 비평전문지 <미디어 오늘>의 허완 기자는 ‘경향신문의 파격이 위험한 이유’라는 칼럼에서 “중요한 건 이들 151명이 아니라 한미 FTA 협정문과 23개의 이행법안, 그리고 그와 함께 개정될 수많은 시행령과 규칙들이 담고 있는 내용이고, 그것이 대다수 시민들에게 미칠 효과”며 “더 나아가 한미 FTA를 체결한 참여정부 때, 혹은 훨씬 그 이전부터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어떤 ‘흐름’을 살피는 일이 151명의 의원들을 성토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151명의 의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며 “분노가 카타르시스로 끝나버리고 마는 상황을, 특히 ‘진보언론’은 늘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물음도 던졌다.

트위터 아이디 @so_picky도 “한미 FTA 찬성한 한나라당 의원 명단이랑 사진 뿌려봤자, 그들은 눈화장 입술연지일 뿐”이라며 “본질은 수구여당을 깨부수지 않으면 볼터치만 살짝 변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body_out은 “보는 사람이야 쾌감을 느끼겠지만 이런 식의 편집은 바람직하지는 않은 거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편 <경향신문>은 공식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오늘자 신문을 구해달라는 의견들이 많아서 1만부를 긴급 추가 인쇄해 서울시내 주요집회현장에서 배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