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펜 끝을 벼리다

두 개의 글, 하나의 길 오늘 아침 출근길은 마치 알래스카 탐험에 나선 것처럼 느껴졌다. 전날 펑펑 내린 눈은 수북이 쌓였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을 때면, 몸은 미끄러운 빙판길 위에서 휘청거렸다. 문득 '폐지 줍는 어르신들은 오늘 절대 집밖에 나오시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박눈이 반가웠지만 아이마냥 좋아하긴 어려웠다. 조금씩 채워가는 나이탓만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내 것만 알고, 내 할 일만 잘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에는 몰랐다. 누군가는 거리에서 식은 밥 덩이에 고추장을 쓱쓱 비벼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밤낮 없이 일해도 한 달을 살아내기 빠듯한 어떤 이가 있다는 것을, 종일 손수레를 드르륵 끌고다니며 폐지를 줍고 받은 몇 천 원 혹은 몇 만 원을.. 더보기
RT는 우선 읽고 나서... 11월 1일부터 '사실검증팀'에 몸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팩트 체크(Fact check) 시스템을 본받아 만든 '대선특별팀'이다. 후보나 캠프 관계자들의 발언, 그곳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등등이 모두 검증대상이다. 우리는 처럼 검증대상의 진위 여부에 점수를 매겨 '피노키오 지수'로 보여주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후보의 코가 늘어나고, 진실을 말하면 그 길이가 줄어드는 식이다. 정당이나 인물을 가리지 않고 따지다보니 오늘은 A후보가 진실을 말했다고 판정했다가도 다음날엔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잦다. 이 두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도 극과 극이다. 자연스레 이날은 'A후보빠', 저날은 'A후보까'란 소리를 들으며 지낸다. 기계적 중립을 추구한다기보다 발언 내용의 사실 여부에 중점을 두다보니 .. 더보기
"내가 물 준 군인이 시민에게 총 쏴... 영혼에 금 갔다" [내가 겪은 광주] 영화 과 '시민군'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 "당시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질문을 받은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거슬러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로 돌아가는 것은 그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51)은 당시 고3이었다. 그날은 금남로의 한 제과점에서 전남여고생들과 미팅 중이었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밖을 내다봤다. 대학생들이 데모하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재밌는 구경거리'라고 생각했죠. 친구들은 여학생이랑 얘기하느라 저 혼자 참여했어요. 데모하는 바람에 당시 만난 여고생들 얼굴도 생각 안 나네요(웃음)." 오후 3~4시쯤 공수부대가 투입됐다. 시민들이 돌을 던지면 도망가던 경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진압몽둥이와 대검을 지닌 공수부대는 .. 더보기
"수사관들이 '넌 짐승...애원-굴복' 강요... 하도 두들겨 맞아서 허위 진술서 썼다" [내가 겪은 유신] 영화 과 '민청학련 사형수' 이철 "유신이 없었거나 제가 그 집에 가지 않았다면 두 형제가 레코드가게 하며 오순도순 살지 않았을까. 제가 그 집에 숨어들면서부터… (두 분은) 유신정권에 희생됐지만, 저도 거기에 (책임을 느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이철 전 의원(65)은 '유신'하면 마음에 가장 남는 일이 '두 형제의 죽음'이라고 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아래 민청학련)' 이름으로 유신 반대 시위를 일으킨 후 수배 중이던 때였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레코드가게에 잠시 숨어 있었다. 이곳을 함께 운영하던 형제는 이 전 의원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구속당했다. 먼저 풀려나온 동생은 행방불명됐고, 형은 감옥에서 4년여를 살고 나와 '목우스님'이 됐다. 스님은 이후 미국에.. 더보기
과거를 계속 말해야 하는 이유 외 기자들은 정치꾼 이야기를 계속 기사화 하는지 모르겠다. 정치하는 친구들은 표만 있다고 생각되면 거짓말로 이야기 하여 자기 주장을 기사화 하여 자기를 언론에서 살아 있기를 바라는 친구들 아닌가? 인자 과거사말고 미래를 이야기 하는 기사를 쓰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겪은 유신'이란 주제로 이철 전 의원 인터뷰를 했다. 그 직후 받은 독자의 쪽지다. 이 전 의원을 두고 여러 면에서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은 알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특히 KTX 여승무원 해고 문제만큼은 나 역시 그에게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이 쪽지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인터뷰의 초점 자체가 '이철은 어떤 사람인가'보다 '유신이란 무엇인가'였다. 더 실망스럽고 화났던 점은 '이제 과거사말고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마지막 문장.. 더보기
"처벌 강화는 잡초 뽑으려다 농사 망치는 셈" [성범죄 막으려면-인터뷰③] 김준호 고려대 명예교수 "범죄는 개인 아닌 '사회'의 문제" "범죄라는 게 없어질까요?""안 없어져요." 김준호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67)는 "그러니까 길게 보자"며 "길게 보고 근본적인 가치관부터 고쳐나가면, 언젠가는 이런(성범죄자 같은) 사람들이 설 땅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제 성범죄를 말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6일 오후 고려대에서 와 만나 "범죄통계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힘들다"며 "특히 성범죄는 신고율 문제가 있어서 (최근 성범죄 건수가 늘어난 이유를) '세상이 흉흉해졌다'고 말하면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그 역시 다른 전문가들처럼 "사람들이 이제 성범죄를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냐"며 성범죄 증가의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더보기
"성폭력 보도 4배 증가"... 그들이 노리는 것은? [성범죄 막으려면-인터뷰②] '여성학자' 권인숙 명지대 교수 by 홍현진 선배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성폭행'을 쳐본다. 하루 동안 나온 기사만 477건. , , . 이 정도면 에서 배우 송강호가 말한 '강간의 왕국'이라는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2012년 1월 1일부터 2012년 9월 6일 오후 12시 37분 현재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성폭행' 키워드 기사는 20885건에 이른다. 같은 키워드의 기사가 2007년 한 해 동안 5167건, 2008년에는 7627건 검색된 것과 비교한다면 가파른 상승세다. 참고로 '2011년 범죄백서(법원 연수원)에 따르면, 강간(성폭력범 포함) 범죄 발생 건수는 2007년 13634건, 2008년 15094건, 2010년에는 19939건이었다. '여성학자'인.. 더보기
"'야동 보는 외계인'만 없으면 성범죄 사라질까 가장 센 형벌 내리는 미국, 범죄율도 가장 높아" [성범죄 막으려면-인터뷰①] 이호중 서강대 교수 "가장 좋은 범죄정책은..." 많은 언론들은 지난 3일 '전남 나주에서 7세 여아를 납치, 성폭행한 고아무개는 어린이가 등장하는 음란물을 즐겨봤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은 아동음란물 유통국 세계 6위'라며 '아동성범죄 예방을 위해선 아동음란물을 규제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과연 음란물을 규제하면, 성범죄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을까. 이호중(49)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3일 오후 서강대 연구실에서 와 만난 이 교수는 "아동음란물은 유통경로가 불법적이어서 일부러 찾아본다는 건 특이한 점"이라면서도 "'음란물을 많이 보면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전혀 증명되지 않은 명제"라고 말했다. "소아성기호증은 의사의 진단이 필요한 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