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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

RT는 우선 읽고 나서...

오마이뉴스는 11월 1일~12월 19일 대선후보 사실검증팀을 운영 중이다. 후보나 캠프관계자의 발언 등을 검증한 후 진실 여부에 따라 피노키오 지수를 매기고 있다.


11월 1일부터 '사실검증팀'에 몸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팩트 체크(Fact check) 시스템을 본받아 만든 '대선특별팀'이다. 후보나 캠프 관계자들의 발언, 그곳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등등이 모두 검증대상이다. 우리는 <워싱턴포스트>처럼 검증대상의 진위 여부에 점수를 매겨 '피노키오 지수'로 보여주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후보의 코가 늘어나고, 진실을 말하면 그 길이가 줄어드는 식이다. 


미국의 팩트체크 사이트 '폴리티팩트'의 메인화면. 이곳은 오바마의 공약 이행여부도 '지켰다 VS 못 지켰다'로 검증하고 있다.



정당이나 인물을 가리지 않고 따지다보니 오늘은 A후보가 진실을 말했다고 판정했다가도 다음날엔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잦다. 이 두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도 극과 극이다. 자연스레 이날은 'A후보빠', 저날은 'A후보까'란 소리를 들으며 지낸다. 기계적 중립을 추구한다기보다 발언 내용의 사실 여부에 중점을 두다보니 정당이나 인물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악플에 크게 상처받진 않는다. 다만 '제법 많은 독자들이 기사를 읽지 않고 댓글을 달거나 RT를 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있다. 눈길을 끌기 위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표현을 쓰거나 지지자들이 관심가질만한 단어를 선택하는 '제목 낚시질'은 어느 정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걸려 파닥파닥 대는 독자들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런 낚시질, 하고 싶지 않아요 ㅠㅠ ⓒ 영국 더 선(캡쳐 화면은 동아일보 홈페이지에서)

그러나 막상 어망에 담긴 고기들을 보면 '정말 눈이 멀었구나' 싶은 것들이 꽤 있다. 가령 B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인데 제목만 보고 '거봐! A당, 너네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니까!'라든가 B후보가 잘했다는 건데 '암튼 이 사람, 문제였어'라는 식의 댓글이 허다하다. 제목에만 공감하고 RT, 또 RT하는 분들도 상당수. 댓글 내용이 궁금해 스크롤바를 내리다 보면, 마음이 참 'OTL'해진다. 


기사의 논리적 허점이나 부족한 팩트, 판단 근거를 지적하는 쓴소리는 달게 들으려고 노력 중이다. 설령 그게 악플일지라도. 하지만 내용과 정반대의 의견을 달거나 엉뚱한 지점을 짚는 이야기들을 읽을 때는 씁쓸하다. 아무리 악플보다 무플이 더 안 좋다고들 해도, 무관심이 더 가슴아프다고 해도, 힘이 빠진다. '댓글 다는 시간에 기사 좀 읽어주면 안 될까요...' 하는 헛된(?) 바람만 부풀어간다.


며칠 전에 쓴 'MB정부가 부자에게 깎아준 세금은 얼마?'는 그 바람에 자꾸 공기를 넣고 또 넣게 만들었다. 조회 수도 제법 나왔고, 댓글도 수십 개 달렸다. RT 수 역시 높았고 '좋아요'는 100번 가까이 눌렸다. 하지만 기사를 꼼꼼하게 읽고 댓글을 달았다거나 RT와 좋아요 버튼을 누른 분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좋은 기자이고 싶다. 그러려면 아직 갈 길이 멀고, 채워야 할 빈 곳은 너무 많다. 하지만 가끔 '좋은 기자는, 좋은 언론은 독자가 만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 '좋은 기자, 좋은 언론을 만드는 독자'들이 계실 텐데,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걸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데, 그냥 한 번 읽어나 줬으면 하는 것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