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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 권하는 11가지 제언 에서 지난해 몇 차례 걸쳐 '미디어의 미래, 디지털퍼스트'란 특집을 진행했다. 그때는 미처 다 꼼꼼하게 읽지 못했는데 틈나는 대로 읽어봐야겠다. 일단 특집 끝에 나온 '한국 언론에 권하는 11가지 제언'부터 정리. 1탄 http://bit.ly/1xSeyk5 2탄 http://bit.ly/1xcvs1G ============================= 1. 모바일 화면을 고려하라 많은 언론의 모바일 유입률이 50%를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편집은 지면 혹은 웹 화면에 맞춰져 있다. 일부 신문이 한자세대를 배려해 여전히 지면에 한자를 사용하듯, 모바일 세대를 위한 편집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제목이다. 지면 레이아웃에 맞춰진 긴 기사 제목을 그대로 싣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또한 모바일에선 모.. 더보기
내가 만난 ‘세월호 파란바지 아저씨’ 3월 21일 페북과 트위터에 올렸던 글로 기사에 대한 소회를 갈음한다. "어제 오전 내내 쓸까말까 고민했다. 김동수씨가 자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가뜩이나 민감한 일로 그러는 게 본인에게 더 좋지 않을 듯했다. 생명엔 지장없고, 안산으로 떠난다는 그의 소식에 생각을 정리했다. 세월호는 사고였으나 사건이 되어버렸다. 무능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살아남은 자들도 희생자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의 날이 그들에겐 형벌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자꾸 '살아온 죄'를 말하는 이유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혹은 당신이 무슨 잘못이냐고 할 수는 있다. 딱 거기까지다. 타인의 말은 실제하는 고통을 없애주지 못한다. 김동수씨에게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리라. 사실 나는 무기력.. 더보기
"너의 별을 따라 가거라." "너의 별을 따라 가거라. 여전히 내 눈은 틀림이 없으니, 너는 영광의 항구에 이를 것이다." - 단테, '지옥'편에서. 더보기
탓과 덕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에서 인기투표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반에서 좋은 남/여학생' 이름과 이유를 함께 적어내는 식이었다. '싫은 사람' 역시 같은 방법으로 뽑았다. 그때 우연히 한 투표용지에서 내 이름을 발견했다. 순간 당황했다. 거기엔 '싫은 사람 : 박소희'가 적혀 있었다. ​'이유 : 잘난 척을 해서.' 이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던 일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학생시절에는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나를 싫어할 수 있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20년 전의 기억을 환기하는 배경이 바뀌었다. 최소한 요즘만해도, 나는 '내가 뭘 잘못한 건 없을까? 잘못하지 않았나?' 싶을 때 불.. 더보기
"지금은 모든 게 잘돼 가고 있니?" ​ 새우 튀김을 볼이 터지도록 입 안 가득 우물거리며, 동생은 텔레비전을 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때 어머니가 불쑥 물었다. ​​​​"요시오, 맛있니?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니? 아침에 일어나면 어때, 좋아? 오늘 하루가 기대돼? 밤에 잘 때도 기분이 좋니? 친구가 앞에서 걸어오고 있습니다. 신나나요? 아니면 귀찮은가요? 눈에 보이는 경치가 마음으로 들어옵니까? 음악은? 외국을 생각해 봐. 가고 싶어? 가슴이 두근두근하니? 아니면 귀찮아? 내일이 기다려집니까? 사흘 후는? 미래는? 설레니? 아니면 우울하니? 지금은? 지금은 모든 게 잘돼 가고 있니?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드니?" - 요시모토 바나나, 중에서. 더보기
재미없지만, 불길한 상상 ‘참 재미없는 책이네.’ 몇 년 전 히틀러의 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궤변’으로 느껴지는 말들로 가득한 책을 ‘그래도 다 읽어야 해’란 생각에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꾸역꾸역 다 읽긴 했다. 남는 내용은 없었다. 2010년대 한국 사람의 눈으로 1930년대 독일 사람들을 이해하긴 어려웠고. 의 인상도 비슷했다. 1945년 죽은 줄 알았던 히틀러가 2011년에 나타나 유튜브 스타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해 기대를 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1인칭 시점으로 알게 된 히틀러의 머릿속, 그가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돌아온 히틀러가 사람들을 어떻게 선동시키고 있느냐를 매우 불친절하게 설명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나는 계속 ‘몇 페이지나 남았지’ 생각했다.. 더보기
1월과 2월 사이에 ​# 머리를 잘랐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짧게 자르고 펌까지 한 건 처음이다. 머리카락이 얇은 편인데다 트리트먼트 등을 전혀 안 하기 때문에 미용실에 몇 번 들락날락하면 꼭 머리카락 끝이 빗자루마냥 거칠어진다. 그때그때 잘라낸 줄 알았는데도 많이 상해서 광대뼈 근처 정도까지는 쳐내야 수습이 된다고 들었다. 딱히 머리 자르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편이라 별 부담없이 "그럼 그냥 다 잘라주세요" 했다. 막상 자르고나니 어색하긴하더라. 사람들 반응도 나쁘진 않았다. 문제는 짧은 머리의 경우 하루하루 관리하기야 편하지만 미용실에 자주 가야 한다는 것. 휴일에도 다른 일하느라 앞머리도 눈을 찌를 때즈음 자르러 가는 내가 과연... 그러고보면 중학교 때 한두달마다 미용실에 칼같이 갔던 일이 신기하기도 하네. 역시 뭐든.. 더보기
조현아는 끝까지 승무원 탓을 했다 지난 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303호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결심 공판을 방청했다. 사실 나는 이 사건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여론이나 언론보도가 좀 과잉이라고 생각해왔다. 현장 취재를 직접 안 한 이유도 있었다. 아무튼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조 전 부사장의 최후진술까지 지켜보느라 이날 저녁도 못 먹었는데(ㅠㅠ)... '진심으로 뉘우친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개인차가 있다. 이걸 받아들이는 정도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1년 넘게 재판을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뉘우친다'는 느낌을 받은 경우는 딱 한 번이었던 것 같다. 그런 인물은 세월호 선원 재판 때 매번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수시로 얼굴이 벌개져서 눈물을 흘리던 박한결 3등 항해사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그냥 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