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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 일기] 20150501 잔인한 오월의 밤 # 표적을 찾는 물대포의 눈에는 반짝 붉은 불빛이 서린다. 그 두 눈을 마지막으로 본 게 2013년 11월 11일이니 제법 오랜만이었다. 그래도 2년 전엔 경고 살수에 그쳤고, 요령껏 잘 피했다. 2008년 촛불집회에 나갔을 때는 두 번 모두 충돌 없이 끝났다. 그러니까 나는 어제 내 인생 첫 물대포를 맞았다. 빗맞거나 물포 끝부분을 맞았는데도 아팠다. 사실 아픔보다 순간의 공포가 컸다. 캡사이신도 이렇게 가까이서 냄새를 맡긴 처음이었다. 기침을 멈출 수가 없더라. 직접 얼굴에 맞은 사람들은 정작 정신을 못차려서 주변에서 계속 물을 찾았다. 2015년 5월인데, 분명 21세기인데... 해저도시는커녕 거리의 풍경조차 시대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이다. # 사람이 막무가내인 경우는 고집이 세거나 분노.. 더보기
"대한민국 법원은 여러분들의 싸움을 잊지 않았다" "언론인들이 회사원에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언론인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했던 기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법원이 평가해줬다." 문장 구석구석이 마음을 찌른 한 마디. 노트북으로 받아치는데 괜시리 울컥해지더라. 나는 기자가 꼭 회사원이 아니라고, 언론사는 일반기업과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 우리는 공공성을 지향하지만 먹고는 살아야한다. 그 끊임없는 줄타기를 하면서 괴로워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많은 언론인들이 '너는 그냥 월급쟁이냐'라는 말에 파르르한다. 우리의 삶이 그닥 화려하거나 매일매일 지쳐쓰러질 정도로 고단하진 않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약간의 헐벗음과 약간의 반짝임 모두 조금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선택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 아닐까. http://www.ohmynews... 더보기
그때 내가 했던 대답은... 옛날 자료들을 보다가... 문득 옛 생각이 나서... 입사 지원하며 썼던 '2020플랜' 보고서를 찾아봤다. 역시 예상대로 곳곳에 느껴지는 허세의 흔적...ㅋㅋㅋ;; 그럼에도 여전히 고민하는 지점과 닿아있으니 일단 기록을. ================================ (오마이뉴스 미래전략 2020) “자기표현은 새로운 오락이다.” 미국 인터넷 언론 를 세운 아리아나 허핑턴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정보 소비뿐만 아니라 자신도 정보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며 “이러한 충동을 이해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미래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자기표현’이란 새로운 놀이와 ‘저널리즘’을 접목시킬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의 표어가 바.. 더보기
왜 더 나아가지 못했을까. 뒤늦게 지난주 을 읽다가 한숨만.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9335.html '부실구조'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해경이란 조직이 얼마나 부단히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기사다. 지난 1월 김경일 정장 재판을 방청하며 품었던 의구심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할 따름이다. 에휴...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076867&CMPT_CD=SEARCH 더보기
0416 평소 택시를 잘 타지 않는다. 술 먹고 밤늦게 들어갈 때가 아니라면, 교통수단은 90% 이상이 지하철 또는 버스다. 그런데 오늘은 급히 이동할 일이 있어서 택시를 탔다. 봄날인데 비는 꼭 장마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유 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그날'이었다. 1년 전 오늘, 나는 그토록 타지 않는 택시를 탔다. 서울 시내에서 이동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서초동에서 단원고로 가야했다. 처음 속보가 떴을 때는 '설마 설마'하는 마음이 컸다. "지금 퇴선방송이 나왔답니다"란 앵커의 멘트에 안심하기도 했다.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500명 가까이 탄 여객선에 무슨 일이 생길까 싶었으니까. '왜 이렇게 오래 걸려' 투덜대며 YTN 화면을 확인하고 있던 택시 속에서 차창 너머로 본 하늘은.. 더보기
존중받는 내일을 위해 견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685399.html - 열심히 일하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을까? 보통의 경우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 일 욕심을 부리며 개미처럼 일하는 것은 흉이 아니다. 그런데 그게 여자라면, 그것도 가정이 있는 여자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왜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느냐는 질문과 간섭이 달라붙기 시작한다. 어린아이는 엄마와 유년기를 보내는 게 정서에 좋지 않느냐는 걱정을 가장한 참견부터, 둘이 안 벌면 안 될 정도로 집안 사정이 어려우냐는 비아냥, 결혼까지 했으면 일 욕심은 줄여도 되지 않느냐는 성차별적인 언사와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지 않느냐는 노골적인 퇴직 요구까지. 조금씩 상황이 개선된다고는 하나, 아직 한국에서 .. 더보기
얼마나, 어떻게 # '좋은 선례'라는 단어를 많이 떠올리는 요즘이다. 100점짜리 모범답안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차라리 살아가는 것보다 수학문제를 푸는 일이 더 좋다는 생각도 자주한다. 결국 끝에 가서 묻는 것은 '나는? 얼마나?'다. 능력보다 욕심은 150% 부리고 있는데, 현실은 70~80%만 달성하면 다행이다.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인지 멍하니 생각해보면 깜깜하다. '지적질'이 쉬운 만큼 '제안'은 어렵고, 이 모든 것에 앞서 '인정'을 하기란 힘들다. 그 반대가 쉬운 까닭은 순간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흠도 보이기 마련인데, 무언가 번쩍 맞닥뜨린 순간에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뜻이겠지. # 오지랖을 조금 줄일 필요는 있다. 일단 발등에 떨어진 .. 더보기
세월호 그후... 얼마나 안전해졌나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는 시간을 이길 수 없다. 서러워도 그럴 수 없다. 2014년 4월 16일로부터 벌써 353일째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숨진 채로 귀환했지만, 아직 9명은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머리에 심고, 온몸으로 울었던 엄마아빠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언젠가 만날 아이들이 '엄마아빠, 지금은 안전한가요?'라고 물었을 때 한 마디라도 답하기 위해서, 뻔뻔하고 처참한 국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만들고 싶어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지독하고, 우리는 아직 반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부정확한 기록이지만, 언론 기사를 토대로 세월호 이후 주요하게 다뤄진 안전사고 소식을 구글 퓨전테이블로 표시해봤다.곳곳에 찍힌 붉은 점들을 우리는 얼마나 지워나갈 수 있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