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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

수정 - 성미정 어릴 적 강가에서 햇빛에 유난히 반짝이는 돌을 주운 적이 있다겉보기엔 평범한 돌멩이인데 살짝 갈라진 틈이 있고 그 안에 유치처럼 수정 같은 것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당시에 나는 책에서 수정에 물을 주면 자란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그 돌멩이를 집으로 모셔놔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햇빛을 쬐는 등식물을 키우듯 정성을 들였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돌멩이에 불과한 그 돌은 나의 수정이 되었다투명하고 뾰족한 것이 자라기를 간절하게 기다렸다그때 그 돌멩이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고수정이 자랐는지는 기억도 희미하지만돌멩이에 물을 주던 마음으로 시를 만나는 순간이 있다평범하고 무덤덤한 것들에서 수정이 자라는 순간이 더보기
흥미로운 논쟁 하나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바꿨고, 그해 태어난 아이들의 희생은 또 다시 한국 사회를 바꿀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분명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다양한 고민거리들을 던지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크고작은 논쟁과 오류가 빚어지고 있다. 음악인들사이에 오가는 이 대화도 그 중 하나. 더보기
법의 얼굴 블루 드레스 - 알비 삭스 지음, 김신 옮김/일월서각 ‘한 사람의 인생이 휘말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요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보며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검찰과 법원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가장 핫(HOT)한 사건이기에 피고인 유우성씨를 이래저래 접할 일이 많다. 하루아침에 간첩혐의로 체포·구속당하고, 둘도 없는 여동생마저 시달려서인지 그의 얼굴은 다소 어두워 보인다. 표정도 거의 없고 목소리에선 그늘이 느껴졌다. 언젠가 그는 자신을 “작은 꿈을 찾아온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기엔 겪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크다. 그의 모든 것은 순식간에 뒤흔들려버렸다. 테러 피해자 역시 비슷하다. 무분별한 폭력에 피해 입은 사람의 어제와 오늘, 내일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였을까. 를.. 더보기
고백 - 정준일 더 말랑말랑하고 촉촉해졌으면 좋겠다. 더보기
결국 중요한 건... 기분탓일까. 요즘 들어 선배에게 지적받는 일이 새삼 잦아진 듯하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그런 느낌적 느낌이 든다. '잘 쓴다, 잘 쓴다'란 자기 최면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문장 욕심에 가려 내용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고민거리가 한둘이 아니다만, 일단 기본부터 다잡아보자. ===================================================http://acase.co.kr/2013/11/19/writinglecture2/ 멋있는 글 욕심 버리고, 무엇을 쓸 것인지 고민해야 그렇다면 대통령의 글에 관한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글을 잘 쓰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과 배치되지 않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어떻게 쓰느냐와, 무엇을 쓰느냐의 차이다.어떻게 쓰느냐.. 더보기
오늘의 식단 오늘의 식단-영(暎)에게 박준 나는 오늘 너를화구에 밀어넣고 벽제의 긴언덕을 내려와 산 사람은살아야 하지 않겠냐며말을 건네는 친구에게 답 대신 근처 식당가로차를 돌린 나는 오늘 알았다 기억은 간판들처럼나를 멀리 데려가는 것이었고 울음에는숨이 들어 있었다 사람의 울음을슬프게 하는 것은통곡이 아니라 곡과 곡 사이급하게 들이마시며 내는숨의 소리였다 너는 오늘내가 밀어넣었던 양평해장국 빛이라서아니면 우리가 시켜 먹던할머니보쌈이나 유천칡냉면 같은 색이라서 그걸 색(色)이라고 불러도 될까망설이는 사이에 네 짧은 이름처럼누워 울고 싶은 오늘 달게 자고일어난 아침너에게 받은 생일상을 생각하다 이건 미역국이고 이건 건새우볶음이건 참치계란부침이야 오늘 이 쌀밥은뼈처럼 희고김치는 중국산이라 망자의 모발을 마당에 심고이듬해 .. 더보기
"당신의 팔이 너무 길거나 짧은 것은 당신의 잘못인가?" 박철 변호사의 대전고법 재직 시절 판결문 중에서.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 무게중심을 잡는 것, 그것이 법이고 언론 아닐까. ===========================================http://cafe.daum.net/henrythegreatgod/AuxL/7217 가장 세심하고 사려 깊은 사람도 세상사 모두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장 사려 깊고 조심스럽게 만들어진 법도 세상사 모든 사안에서 명확한 정의의 지침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법은 장래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안을 예상하고 미리 만들어두는 일종의 기성복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어 두어도 예상을 넘어 팔이 더 길거나 짧은 사람이 나오게 된다. 미리 만들어 둔 옷 치수.. 더보기
막연한 두려움인가,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인가 …(중략)…녹취록 등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증거가 모두 인정된다고 치자. 그래도 내란음모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언론보도를 통해서 접한 정보라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란은 국가기관을 전복하는 폭동을 말한다. 내란을 계획하려면 그만한 물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리력과 성공 가능성, 즉 현존하는 위험은 내란죄의 성립을 가르는 요건이다.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현 체제에 비판적인 조직이나 단체의 존립 자체를 막고자 하는 것이 내란죄의 입법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선술집만 가도 하룻밤 사이에 정권과 대통령을 수차례 바꾸는 음모와 모의는 지천으로 널렸다. …(중략)…이번 내란음모 사건 판결의 논리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