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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

반쪽짜리 동의 제로 투 원 읽는 내내 회사, 그리고 나와 언론 생각을 많이 했다. 직장생활 만 3년을 채우고 나니, 불만이 커져간다. 그만큼 가 어떤 기업인지, 기자는 어떤 직업이고 한국의 언론판은 어떤 곳인지 알게 됐기 때문일까? 피터 틸의 이야기에 비춰 몇 가지 얘기해보겠다. 가장 먼저 무릎을 쳤던 부분은 ‘독점이윤’ 대목이었다. 1에서 n이 아닌, 0에서 1이어야만 하는 독점이윤, 우리에게 그것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구호였다. 실제로 가 가장 주목받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창간 15주년을 맞은 우리에게는 독점이윤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주,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다. 기업의 위기는 안팎의 요소가 작용한다지만, 내부만 들여다봤을 때 회사가 반성해야 할 지점은 여기다. 우리는 “독점을 구축”하지 못했고 “경.. 더보기
존중받는 내일을 위해 견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685399.html - 열심히 일하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을까? 보통의 경우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 일 욕심을 부리며 개미처럼 일하는 것은 흉이 아니다. 그런데 그게 여자라면, 그것도 가정이 있는 여자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왜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느냐는 질문과 간섭이 달라붙기 시작한다. 어린아이는 엄마와 유년기를 보내는 게 정서에 좋지 않느냐는 걱정을 가장한 참견부터, 둘이 안 벌면 안 될 정도로 집안 사정이 어려우냐는 비아냥, 결혼까지 했으면 일 욕심은 줄여도 되지 않느냐는 성차별적인 언사와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지 않느냐는 노골적인 퇴직 요구까지. 조금씩 상황이 개선된다고는 하나, 아직 한국에서 .. 더보기
"너의 별을 따라 가거라." "너의 별을 따라 가거라. 여전히 내 눈은 틀림이 없으니, 너는 영광의 항구에 이를 것이다." - 단테, '지옥'편에서. 더보기
"지금은 모든 게 잘돼 가고 있니?" ​ 새우 튀김을 볼이 터지도록 입 안 가득 우물거리며, 동생은 텔레비전을 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때 어머니가 불쑥 물었다. ​​​​"요시오, 맛있니?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니? 아침에 일어나면 어때, 좋아? 오늘 하루가 기대돼? 밤에 잘 때도 기분이 좋니? 친구가 앞에서 걸어오고 있습니다. 신나나요? 아니면 귀찮은가요? 눈에 보이는 경치가 마음으로 들어옵니까? 음악은? 외국을 생각해 봐. 가고 싶어? 가슴이 두근두근하니? 아니면 귀찮아? 내일이 기다려집니까? 사흘 후는? 미래는? 설레니? 아니면 우울하니? 지금은? 지금은 모든 게 잘돼 가고 있니?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드니?" - 요시모토 바나나, 중에서. 더보기
재미없지만, 불길한 상상 ‘참 재미없는 책이네.’ 몇 년 전 히틀러의 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궤변’으로 느껴지는 말들로 가득한 책을 ‘그래도 다 읽어야 해’란 생각에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꾸역꾸역 다 읽긴 했다. 남는 내용은 없었다. 2010년대 한국 사람의 눈으로 1930년대 독일 사람들을 이해하긴 어려웠고. 의 인상도 비슷했다. 1945년 죽은 줄 알았던 히틀러가 2011년에 나타나 유튜브 스타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해 기대를 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1인칭 시점으로 알게 된 히틀러의 머릿속, 그가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돌아온 히틀러가 사람들을 어떻게 선동시키고 있느냐를 매우 불친절하게 설명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나는 계속 ‘몇 페이지나 남았지’ 생각했다.. 더보기
다시, 민주주의 세상물정의 사회학 어쨌든 2014년 마지막 달의 최대 이슈는 ‘땅콩회항’이었다. 사람들은 회항이라는 사상 초유의 갑질에 분노했다. 재벌 3·4세들이 검증 받지 않은 채 무혈입성하는 한국 재벌 특유의 문화 탓에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행동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단지 ‘오냐오냐 소리만 듣고,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부잣집 딸’이라서? 이 설명은 누구나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지만 2% 부족하다. 조현아는 괴물이 아니다. 한진그룹이, 오너일가가 만든 안하무인이 아니다. 그를 만든 것은 사회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약자들을 외면하며 정치적 권리를 소비의 권리와 맞바꿔버리는, 결국 ‘네 고통은 네 팔자’라고 말하는 우리가 또 다른 조현아다.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 더보기
`위대한 질문`에도 퍼즐은 완성되지 않는다 김대식의 빅퀘스천 - 김대식 지음/동아시아 그 날, 두 남자가 70m짜리 굴뚝에 올랐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정욱과 이창근이었다. 2009년 사측이 강행한 정리해고가 무효라던 고등법원 판결이 뒤집힌 날, 이창근은 노조 기자회견 사회를 봤다. 6년 가까이 언론을 상대하고 다양한 기자회견, 집회를 진행해온 그였던 만큼 시작은 괜찮았다. 하지만 희망이 산산이 짓밟히는 광경을 목격한 그는 끝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별의 별 것 다 싸워봤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던 그가 마지막으로 굴뚝에 오른 날, 또 한 명의 해고자가 숨졌다. 일상을 누리는 일조차 한없이 죄스럽게 느껴지던 그 날, 나는 을 펼쳤다. ‘우리는 왜 정의를 기대하는가’란 질문이 자꾸 눈에 박혔다. 그런데 이 질문의 답은 단순히 ‘우리는.. 더보기
"실천했으냐 못 했느냐의 문제일 뿐" 김훈, 한국언론문화포럼 강연에서.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31/2014103103307.html?rsMobile=false - 요즘에는. 나는 글을 쓸 때 되도록이면 개념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개념어가 아닌 말들, 그러니까 삶의 일상성, 생활의 구체성, 삶의 육질성과 닿아있는 말들을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개념어라는 것은 삶의 구체성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고 권력화된 언어인 것이다. 개념이 설정한 틀 안에 들어오지 않는 모든 구체성을 제거해버린다. - 누군가 인간의 신념에 대해서 묻는다면, 나는 신념을 가진 자의 편이 아니고 의심을 가진 자의 편인 것 같다. 신념의 가치를 부인하는 것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