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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단일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하며 야권 단일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안캠과 문캠은 단일화 룰을 두고 으르렁거리고 있고, 내일이면 TV토론이 열린다. 누가 되든 이번 대선에선 단일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다. 애당초 뚜렷한 정치성향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엄청나게 진보적인 사람은 아니었으니. 물론 지금껏 진보신당이나 녹색당 등 이른바 '진보정당'들의 정책을 선호해온 편이었다. 마음 한 켠에는 '노동자 대표'로 추대된 김소연 후보가 차지하는 공간도 있다. 그럼에도 '나의 상식'은 '최소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택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의 당선은 곧 대한민국의 퇴보 이상, 혹은 이하도 아니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지금껏 그의 원칙은 '아버지가 만든 나라 .. 더보기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의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두 점을 치는 소리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청년을 만났다. 그도 연애를 꿈꾸고 있었고, 누군.. 더보기
당신의 연애를 응원합니다 6년째 연애 중이다. 여느 커플보다 평탄하게, 그럼에도 가끔씩 투닥거리며 우리는 연애를 하고 있다. 누군가를 더 많이 알게되면 분명 싸움의 요령이 생긴다. 싸우거나 혹은 싸움을 피하는 방법말이다. 초반에는 서툴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한 번 크게 부딪치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는 눈물을 닦아줬고, 손을 내밀었다(물론 반대의 상황도 있다!).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는 커플들도 있다. 질기게 이어졌던 사람과 사람이 참으로 순식간에 끊어지기도 한다. 그 커플에는 연인만 있지 않다. 23일 종로 한복판에서 8년째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흥국생명 해고노동자들과 또 다른 이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마치 커플 같구나. 해고는 일방적인 이별 통보구나. 버림받은 .. 더보기
정말 상상할 수 없으니까... 나쁜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다. "강도도 돈 벌려고 한다" "잉여인간" "돈 벌기 위해서라면 뭐든 용납되느냐" 용역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늦깍이 대학생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전혀 틀린 말들은 아니다. 사람이 먹고 살려면 무슨 일이든 못할까. 그럼에도 차마 '그 일말고 다른 걸 했음 되잖아'란 말, 나는 못하겠다. 결국 남 일이다. 머리로는 아무리 'A가 맞고 B는 틀려. 나는 C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라고 해도 거짓부렁이다. 우리는 그 어떤 정답도 갖고 있지 않고, 그 어떤 사람도 이해할 수 없다. 백수 시절, 주머니 사정은 얄팍했지만 무게만은 돌덩이 같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스트레스를 견디기 싫어서 몇날 며칠 알바몬에서 이런저런 소일거리를 찾아봤다. 세상에 이토록 많은 계약직이 있.. 더보기
운명(運命)을 달리해? 유명(幽明)이겠지 출처 : 미디어오늘 http://goo.gl/zSRMo ‘죽었다’는 표현 대신 ‘운명을 달리했다’고 그 신문은 썼다. 우선 運命과 殞命 등 ‘운명’의 두 단어를 떠올려본다. 소리 같고, 뜻 다른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다. 運命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다. ‘운명의 힘’ ‘운명에 맡기다’처럼 쓴다. 殞命은 ‘목숨이 끊어짐, 죽음’이고 ‘운명했다’처럼 쓴다. 殞자는 죽을 사(死)자에도 들어있는 부수(部首)자 부서진 뼈 알(歹)자가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 ‘죽는다’는 뜻이다. ‘운명을 달리하는 것’이 비유적(比喩的) 표현 또는 넓은 의미로 ‘죽는 것’을 나타낸다고 주장(主張)할 수는 있겠다. ‘다른 길로 갔다.. 더보기
그는 왜 독실해졌을까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 판사의 정치적 중립성, 판결의 정확성뿐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는 그의 판결문 안에 담겼다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후보자의 과거 판결이 어떠했는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요일, 목요일 이틀 동안 고영한·김신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봤다. 검찰 출신 김병화 후보자와 달리 "역시 판사 출신이라 신변 관리를 잘하셨네요"라는 청문위원의 한 마디가 나올 정도로 부동산이나 위장전입 등 '인사 청문회 단골메뉴'가 딱히 없었다. 고영한 후보자의 경우 수십년 전 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위장전입, 농지세 탈루 의혹 등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집안 소유였던 곳이고, 아버지가 절차를 진행했기에 후보자가 이를.. 더보기
결국 마을이 우리를, 세계를 구한다 재밌는 사진을 발견했다.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의 한 가게다. 동네 주민들과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한 마을에서 살아가기'를 다시 복원하고자 진행하는 프로젝트, '마을가게 셔터에 벽화 그리기(셔터 벽화 마을)'다. 오래된 집 담벼락이나 동네 계단층층에 벽화를 그렸던 이화동·아현동 공공미술 프로젝트와는 다른 형태다. '셔터 벽화 마을' 프로젝트는 단순히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아니라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게 목표라고 한다. 주민들의 삶과 표정, 이야기가 담긴 새로운 가게 셔터를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팀은 6월 한 달 동안 매주 워크숍을 열었고, 사람과 돈을 모으는 중이다. 곧 주민 인터뷰와 도안 받기를 본격 시작하고, 7월말부터 셔터 그리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얼마 전에 편집부 교.. 더보기
제목이 제 발목을 잡지만... - 제목이 잘 안나오는 기사는, 대개 핵심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주제가 분명한 글이 제목도 잘 뽑힌다. - 주제와의 통일성을 고려해야. - 제목을 잘 뽑을수록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 제목 뽑기를 고민하면, 언어 감각이 키워지고 글의 개성이 발달한다. - 소희 네 글은 분량이 좀 길다. - 평소 쓰는 어휘와 문장에서 벗어나자. 글쓰는 사람에게 완벽하게 쓰는 경지에 오른다는 건 없다.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해봐야. -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문체나 어휘 시도 많이 해라. 근데 이걸 집중적으로 할 때가 제목 뽑기. - 압축은 뺄셈이 아니다. 다 들어있는데 무게만 줄인 것. - 제목 뽑기 연습, 자신의 어휘를 발전시킬 수 있다. - 단어에 애착을 가져라. - 의미 전달에 안주하면 (변화에) 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