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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버티는 것에 대하여 연이은 공채 소식에 갑작스런 바쁨이 찾아왔다. 마냥 기다리는 일보다는 낫다. 자소서를 쓰고, 필기를 준비하고, 다음 단계를 기다리는 날들이 주는 정신없음이 백수의 무기력함을 조금 지우는 효과가 있어서다. 그런데 마음은 더 헛헛하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수차례 반복하고 있는 과정들은 무엇을 향한 것들인지 모르겠다는, 뜬금없는 막막함이 찾아온다. 꼭 이렇다. 어쩌면, 버티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열정이나 희망이나 기대감보다는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꾸 나는 낭만을 찾나보다. 치기 어린 마음으로, 세상과 다른 자아에 푹 빠져 한 없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되 어딘가 반짝이던, 낭만을 좇던 나를 그리워하.. 더보기
우리의 '차선'은 어디에 나는 강정이 아프다. 제주도가 아프고,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아프다. 평화는 이런 식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믿는다. 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도 분명 있다. 그런 분과 트위터에서 작은 논쟁을 가졌다. 가급적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운좋게 상대방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셔서 '생각 차'를 확인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결국 각자 의견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대화에서도, 관계에서도 결국 저마다 '최선'이 다른 것 같다. 원하는 답, 생각하는 방향이 제각각이고 달라도 너무 달라서 궁극적으론 평행선만 달릴 수밖에 없는 듯 싶기도. 그렇다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합의점'은 영 없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차선'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의 최선과 당신의 최선은 하나가 될 수 없으니. 더보기
- 타인의 기대와 격려에 나의 부족함을 잊고, 허울 좋은 말들로 속이 빈 경험들을 포장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문득 두려워졌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쭉정이 혹은 빈껍데기였다면, 애써 모른 척해 왔다면, 나는 도대체 이곳에 왜 서 있는 것일까 하는. 아무도, 아무것도 탓하고 싶지 않다. 불운이든 무능력이든 내 자신이든. 다만 의심한다. 겁내고 있다. 단단하게 여물어왔다고 믿어온 모든 것들이 허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방향을 잃고 싶진 않다. 흔들리더라도, 고개 숙이더라도. 하지만 의지와 의심은 어느덧 한몸이 됐다. 버티어야 함을 알면서도, 자신감이 자꾸 사라지는 이유다. 나를 잃고 싶지 않다 말하면서도 어딘가 숨을 곳을 찾고 있다, 나는. 언제까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어느 '민주주의자'의 죽음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미사 중반까지 낡은 성당문이 계속 삐그덕댔다. 자리가 꽉 차 서 있는 사람들만 수십명이 넘었다. 어느 민주주의자를 보내는 자리였다. 추모미사는 처음이었다. 미사의 시작과 끝은 모두 그를 위한 것이었다. 광야에서 회개하라고 외치며 '그 분'께서 오시는 날을 준비한 사람,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가 복음말씀이었다. 그의 세례명은 즈가리야,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다. 민주주의를 기다리며, 그날을 준비할 사람들을 위해 먼저 준비하고자 택한 세례명이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답해줄 그는 여기 없다. 함세웅 신부님은 그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시대의 야만에 짓밟혔던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그럼에도 고통을 이겨내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이가 얼마나 위대했는지 말했다. 고인이 생전에 .. 더보기
오늘 나는 조금 외로웠다. 치약을 사야한다는 핑계로 집을 나섰다.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 귀가한 것은 '매일 만나는 치아 전문가' 그리고 맥주 한 캔. 짭쪼름한 과자를 씹으며 쓴다. 오늘 나는 조금 외로웠다고. 괜찮은 하루였다. 취재를 했고, 신문을 읽었고, 이것저것 뒤척이며 시험준비한답시고 몇 시간째 앉아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고, 기뻐 노래하라고 끝없이 반복되는 캐롤의 고문에 견디며 시간을 보냈다. 뒤늦게 숙취인지 모를 어지러움에 멍해졌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 확인하는 일만 계속 됐다. 도처에 무의미한 것 천지다. 괜히 조세희를, 김수영을 탓해본다. 12월의 공기는 맵다. 말라버린 손끝은 갈라져 버린다. 어깨가 얼얼할 정도로 잔뜩 움츠린 채 거리를 걷는다. 옷자락에 붙은 털모자가 없다면 귀가 베일듯한.. 더보기
나꼼수는 언감생심 # "기자는 무엇보다 훌륭한 시민이어야 한다. 훌륭한 시민이 모두 기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훌륭한 시민이 아니고도 좋은 기자가 되는 길은 없다. 그래서 머독 제국과 한국방송의 도청 의혹 사건을 목도하며 자문한다. 나는 훌륭한 시민인가?" - 이제훈 편집장, 제870호 '만리재에서' 중 # "주진우 기자의 폭로가 주목받는 것은, MB정부 4년 간 언론계에 생긴 공백을 보여준다. '개인의 능력'이라기보다 '다른 언론인들이 안 하는 것'이다, '나꼼수' 현상은 '언론의 공백에서 왔다." - 김완 기자, ' 저자와의 대화'에서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8일 오후 트위터(@mediaworker)를 통해 “제21회 민주언론상 심사결과, 본상에 시사인지부가 추천한 ‘나는 꼼수다’가 선정됐다”며 “이번 나꼼수 선정은 .. 더보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기자요? 기사에 실망이 너무 커 차라리 보도를 안했으면 할 때가 많아요.” 요즘 기자들에 대해 묻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대뜸 이 말부터 꺼냈다.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에 대한 불신이 깊이 깔린 말이다. 기자들에게 맺힌 응어리가 큰 듯했다. “절박할 때는 작은 기사 하나에도 큰 상처를 받아요. 2차 희망버스 때 언론이 쇠파이프가 발견됐다고 허위사실을 보도했고, 6월27일 행정대집행 때는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 나가는데도 축제분위기였다고 보도를 했어요.” 8일로 크레인에 오른 지 307일째다. 평생 노동운동을 하며 언론에 당할 만큼 당한 그지만 요즘 기자들을 생각하면 어느 때보다 답답하다. 그러나 점점 분노보다는 연민이 강해진다. “사회정의를 좇는 기자정신이 있다면 희망버스에 탄 시민들의 마음이 이해되고 쌍용.. 더보기
현장은 많다 한가롭다. 조금 바쁘기도 하다. 아침에 눈 띄면 신문 뒤적이고 인터넷 하고 손에 잡히는 책 몇 페이지를 뒤적거린다. 트위터에서 뭐가 이슈인지 확인하며 생각한다. '뭘 쓰지?' 마감도 없고 출입처는 더더욱 없고 확실한 신분이나 구박하며 가르쳐주는 캡도 없지만 기사를 쓴다. 쓰고, 써야 하니까. 그래서 자꾸 학교 홈페이지에 기웃거린다. 2주일 동안 와락센터를 다녀오고 금태섭 변호사 강의를 듣고 최재천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한 가지 아이템이 있긴 한데, 상황이 변해서 다른 걸 찾아야 할듯. 아무튼 계속 쓸 거다. 정치•경제 기사야 내가 접근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니 사회나 문화 쪽으로 가능한 내용들을 생각 중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란 이름을 내세울 수 있고 라는 또 다른 채널도 있으니 덜 힘들다. 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