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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기록해야 기억한다

통합진보당 최후의 31분

언젠가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올까?


"있잖아. 엄마가 그때 거기 있었어. 재판장 말이 너무 빨라서, 속기라면 자신 있었는데 그날은 놓친 부분도 많았지 뭐니. 다행히 녹음을 해둬서 다시 한 번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어. 판결문이 공개되긴 하지만, 법정에서 직접 재판관 입으로 듣는 것은 약간 다르거든. 아무튼 그땐 그랬단다. 이젠 그냥 옛날 일이지만."


'할머니가' 라고 말할 정도 늦진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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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59분 헌재판관 전원 착석


이정희. 담담한 표성. 다소 야윈 듯. 김선수 변호사는 살짝 긴장한 것처럼 보임. 

정점식 부장도 살짝 긴장한 듯. 황교안은 안 보임.


박한철 소장, 판결문 정리 중. 부스럭 부스럭.


10시 5분


"지금부터 2014헌다1호 통진당 해산사건 선고를 시작하겠다. 


결정의 이유와 주문 선고 전에 그동안의 절차 진행에 대해서 먼저 간략히 말씀드리겠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과 모두 18회 걸친 변론기일 통해 17만 5000여쪽 검토했고, 증인 12명과 참고인 6명을 부르는 등 엄정한 증거조사와 공정한 변론을 위해 제3, 제4의 고민을 거듭하며 절차를 진행했다.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적 기본질서가 무엇인지 밝히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한계를 비교 형량하고 판단하는 중차대한 판단을 위해 사무사(思無邪), 생각과 판단에 삿됨 없고, 무불경(毋不敬), 항상 공경하는 마음 자세를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 부디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대한민국 미래와 희망을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라며 결정을 선고하겠다.


이 사건은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해산결정 선고 여부,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 상실할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피청구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민노당 목적과 활동은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과의 관련성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판단의 자료로 삼을 수 있을 뿐, 자체는 심판 대상되는 건 아니다. 


먼저 청구의 적법여부 말씀드리겠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청구서 제출안은 대통령 해외순방 중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또 차관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인정된다. 그러나 대통령 해외순방은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 총리가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사고에 해당하고 긴급한 의안은 차관회의를 생략할 수 있는데,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등이 관련된 내란관련 사건 발생한 상황에서 제출된 이 의안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 정부 판단에 재량의 일탈이나 남용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청구는 적법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됐다.


다음으로 우리 헌법상 정당해산심판제의 의의 및 사유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오늘날 입헌적 민주주의 체제는 사회의 공적 자율성에 의한 정치적 의사결정 추구하는 민주주의 원리와 국가 권력이나 다수의 의사결정으로부터 개인의 권리, 즉 개인의 사적 자율성 보호해주는 법치주의라는 두 가지 주요한 원리에 따라 구성되고 운영된다. 


이 중 민주주의원리는 개인의 자율적 판단 능력을 존중하고 사회의 의사결정이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신뢰는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동등하게 가진다는 규범적 판단에 기초한다. 또한 민주주의 원리는 다양하고 복식적인 진리관을 인정하는 상대적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체제는 기본적으로 대의제를 채택하는데, 여기서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재자로서 기능 수행한다. 정당은 오늘날 민주주의에 있어서 필요 불가결 요소이기에 여타의 단체들과 달리 우리 헌법이 정당에 대해선 8조와 같은 별도 규정 두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이 누리는 권력에 기대어 유력한 야당을 탄압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기 쉬우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을 헌법적으로 마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련된 것이 바로 헌법 8조 4항의 정당해산심판제도다. 이 제도가 정치적 비판자들을 탄압하기 위한 용도로 남용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당해산심판제도는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정당이 민주적인 정치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등 폭력적이거나 억압적인 지배를 통해 전체주의적 통치를 추구할 경우에는, 이러한 정당이 권력을 장악하여 민주주의체제의 근본 토대를 허물어뜨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이 민주주의체제를 배제하거나 심각히 훼손시켜 그것이 유명무실해지도록 만드는 것은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로써 정당해산심판제도의 필요성 역시 인정된다. 


헌법 8조 4항은 정당해산심판의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정당의 목적이란. 어떤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이나 지향점 등을 통칭하고, 정당의 활동이란 정당 기반의 행위나 정당 관계자, 당원 등의 행위로 그 정당에 귀속시킬 수 있는 활동 일반을 의미한다. 정당해산심판제도가 수호하고자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우리가 오늘날에 입헌적 민주주의체제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나 요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요소들과 법치주의 원리에 입각한 요소 중 필요불가결한 부분이 중심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우리의 입헌적 민주주의체제가 유지될 수 없다고 평가되는 최소한의 내용이라 하겠다. 


결국 우리 헌법 8조 4항이 의미하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하는 것으로서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며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과 자유·평등을 기본 근거지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국민 주권 원리,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 분립제도, 복수정당제도 등이 현행 헌법상 주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은 정당해산결정의 가능성과 긴밀히 결부되어 있으므로 헌법 8조 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최대한 엄격하고 협소한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현행 헌법이 채택한 민주주의의 구체적 모습과 동일하게 보아선 안 된다.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요소들을 수용한다면, 현행 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의 세부내용에 관해선 얼마든지 그와 상이한 주장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지 않는 한 정당은 각자 옳다고 믿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적 지향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춰볼 때 헌법 8조 4항에서 말하는 위배의 의미는 단순한 저촉이나 위반이 아니라 민주사회에 불가결한 요소인 정당의 존립을 제약해야 할 만큼 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우리 사회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정당해산도 국가 공권력의 행사이므로 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10시 14분 


"이제 이 사건에서 정당해산심판 요건이 갖춰졌는지 여부, 즉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및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 그리고 만약 해산결정을 선고할 경우 소속 국회의원 의원직을 상실시킬지 여부에 관해 말씀드리겠다.


이 부분에 대해선 재판관들 의견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해산의 필요성 인정돼, 피청구인 해산해야 한다는 의견, 즉 인용 의견이다. 두 번째는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 즉 기각 의견이다.


먼저 인용 의견의 요지를 말씀드리겠다.


첫째, 피청구인 목적에 대해 보겠다. 정당의 강령은 다의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일반이고, 피청구인이 지도적 이념으로 내세우는 진보적 민주주의 역시 그 자체로 특정한 내용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진보적 민주주의는 피청구인 강령에 이른바 자주파에 의해 도입됐다. 자주파는 1980년대 들어서 한국사회를 제국주의 세력에 종속된 식민지 반봉건사회, 혹은 반자본주의사회로 이해하고 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의 민족해방과 계급적 지배로부터의 해방을 결합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을 내세운 민족해방, 약칭 NL계열의 세력이다.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을 추구하는 경기동부연합,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연합의 주요 구성원 등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자주파에 속하고 그들의 방침대로 주요 사안을 결정하며 당을 주도하여 왔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과거 민혁당 및 실천연대, 일심회 등에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거나 북한과 연계해 활동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해왔다. 이들은 북 관련 문제에선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지해왔으며 이석기가 주도한 내란관련 사건에도 다수 참석했고, 적극 옹호하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주의로 안정적으로 이향하기 위한 과도기 정부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설정하였고, 우리 사회가 특권적 지배계급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 아래 대중투쟁이 전민항전으로 발전하고 저항권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 무력행사 등 폭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를 구축하여 집권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석기 등의 내란관련 사건에 있어 현실로 확인됐다.


둘째, 피청구인의 활동에 대해 보겠다. 이석기를 비롯한 피청구인 소속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전쟁 발발 시 북에 동조하여 국가기간시설의 파괴, 무기제조 및 탈취, 통신교란 등 폭력수단을 실행하려 했다. 이 회합 개최의 경위, 참석자들의 당내 지위 및 역할, 이석기 사건에 대한 피청구인의 전당적 옹호 등을 종합하면 이 회합은 피청구인의 활동으로 귀속된다. 그밖에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사사건 등은 비민주적 또는 폭력적 수단으로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려는 행태로서, 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체적 요소인 선거제도를 형해화(形骸化)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에 대하여 판단하겠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피청구인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피청구인을 장악하고 있는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목적과 활동은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으로 귀속된다. 또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은 1차적으로는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이러한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해 보겠다.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는 조선노동당의 정치노선을 절대선으로 받아들이고 인민민주주의 독재방식과 수령론에 기초한 일인독재를 통치의 본질로 삼는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또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전민항쟁이나 저항권 등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할 수 있다고 하는 태도는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정면으로 저촉된다. 


내란관련 사건, 비례대표 부정경선사건, 중앙위원회 폭력사건 및 관악을 지역구 여론조작사건 등 피청구인 활동들은 내용적으로 국가의 존립, 의회제도, 법치주의 및 선거제도 등을 부정하는 것이고 수단이나 성격의 측면에선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하여 폭력, 위계 등을 적극 사용하여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다. 특히 내란 관련 사건에서 피청구인 구성원들이 대한민국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건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훨씬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다. 


또 북과 정치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비춰 볼 때, 이러한 위험성은 단순히 추상적 위험에 그친다고 볼 수만은 없다. 결국 피청구인의 이러한 목적이나 활동들은  우리사회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므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끝으로 피청구인의 해산이 비례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겠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으로 인해 민주적 기본질서에 초래되는 위험성을 시급히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북이란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위법행위가 확인된 개인의 형사처벌만으로는 정당 자체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남아 있는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언제든지 그들의 위헌적인 목적을 피청구인 정책으로 내걸어 곧바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합법정당을 가장하여, 세금으로 상당한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피청구인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결정 이외의 다른 대안도 없다. 정당해산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여 얻을 법익은 피청구인 정당활동의 자유에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제약이라는 불이익에 대하여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 결국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을 실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법으로서 비례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따라서 피청구인을 해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견해에서는 아울러 정당해산 시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도 상실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이유는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면서 한편 소속정당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의 대표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되는 경우에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는지 상실하는지에 대하선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의 규정은 없다. 


그러나 위헌정당 강제해산제도 본질은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미리 배제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고 헌법 수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어떠한 정당을 엄격한 요건 아래 위헌정당으로 판단해 해산 명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비롯한 것이고, 이러한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부득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결정에도 불구하고 그 정당 소속 의원이 위헌적인 정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활동을 계속 하도록 하는 경우 그것은 실질적으로 그 정당이 계속 존속하여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정당해산심판제도의 본질적 효력에 따라 정당해산 결정의 취지와 목적을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에 대해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는지 비례대표로 당선됐는지를 가리지 않고 모두 그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의견이다."


10시 24분


"다음으로 기각 의견의 요지를 말씀드리겠다.


첫째, 피청구인의 목적에 대해 보겠다.  피청구인 강령 등을 종합해 볼 때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 세우고, 민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에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피청구인의 선언은 일하는 사람, 민중에 해당하는 계급과 계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극복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피청구인의 강령상 진보적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른바 진보적 세력들에 의해 수십 년에 걸쳐 주장되고 형성된 여러 논리들과 정책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조합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광의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이념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보는 개념요소들, 예컨대 폭력혁명이나 일정한 계급, 계층의 주권적 권리나 기본권의 박탈, 일당이나 일인 독재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 않다. 


정당해산 요건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비춰 엄격하게 적용하고 해석해야 하는 바, 피청구인의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이 북한식 사회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인민주권,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경제활동자유의 박탈, 수령을 중심으로 한 일당독재 추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도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주파의 대북 정책이나 입장이 우리 사회 다수의 시각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고, 자주파가 친북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주파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 


피청구인이 우리 사회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급진적인 변혁 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확립된 질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는 민주국가에서 금지된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피청구인이 현존하는 정치·경제 질서에 부정적 의사를 표시하고 선거를 통한 집권 이외에 전민항쟁이나 저항권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폭력적 수단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수단으로 변혁을 추구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도 없다. 


피청구인이 사회주의적 요소를 내포하는 강령을 내세우고 있고, 북한은 적어도 대외적 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우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의 주장이 북한 주장과 일정 부분 유사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피청구인이 북한을 추종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유사성이 나타났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정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정신과 시각이 북한 주장과의 연계나 북한에 동조라는 막연한 혐의로 좌절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북한 추종성이 곧바로 증명될 수 있다고 보아선 안 된다.


둘째, 피청구인의 활동에 대해 보겠다. 피청구인의 지역조직인 경기도당이 주최한 2013년 5월 10일 및 5월 12일 모임에서 이뤄진 이석기 등의 발언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남북 자주세력이 힘을 합쳐서 적인 미국과 싸운다거나 대한민국의 국가기간시설을 공격한다는 발상을 담고 있어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어긋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러한 모임을 되풀이하거나 구체적 실현으로 나아갈 개연성 등을 고려하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그러나 피청구인의 지역조직인 경기도당행사에서 이뤄진 위와 같은 활동은 비핵평화체제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피청구인 전체의 기본 노선에 반하여 이뤄진 것으로서 피청구인이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그로부터 기본노선에 영향 받고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이를 피청구인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는 없다. 


비례대표 부정경선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사건, 야권단일화 여론조작사건과 같은 피청구인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 의결을 존중하지 않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청구인 전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셋째, 이러한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 보겠다.  그간 우리 사회가 산발적인 선거 부정행위나 정당관계자의 범죄에 대해서는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당해 정당의 정치적 책임 문제로 이를 해결하여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위에서 살펴본 활동 들이 피청구인 자신의 정치적 기본 노선에 입각한 것이거나, 또는 피청구인의 기본 노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그밖에 피청구인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 추구를 위해 적극적, 의도적으로 국보법 위반 전력자를 기용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청구인의 목적이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


끝으로 피청구인의 해산은 비례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 결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은 통상적 관념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다. 한편 피청구인 해산 결정에 의해 초래될 사회적 불이익은 민주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 강제적 정당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자율적 의사결정원리에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 민노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피청구인이 한국 사회에 제시했던 여러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든 부분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고, 이는 피청구인에 소속된 대다수 당원들이 이 당의 당원이 되고자 결심하도록 만든 큰 이유가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석기 등 일부 당원들이 보여준 일탈 행위를 이유를 해산해버린다면, 이 노선과 활동을 지지해온 대다수 일반당원들의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그들을 위헌적인 정당의 당원으로 만듦으로써 그들에게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다. 피청구인 소속 당원들 중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 있다면 형법이나 국보법 등을 통해 그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 결정 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또 소속 의원의 경우에는 국회는 이를 밝혀내어 절차를 통해 이러한 국회의원을 제명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돼야 하므로 정당해산여부는 원칙적으로 선거 등 정치적 공론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은 정당해산의 정당한 사유로써의 비례원칙 준수라는 헌법상 요청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또 내란 관련 사건으로 알려진 5월 12일 모임에서 이석기와 김홍열, 이상호 등이 쏟아낸 발언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이 미국이 북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쟁시 예비검속이라는 보통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바탕에 두고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북한과 힘을 합쳐 정전협정의 당사국인 미국과 맞서 싸운다거나 대한민국의 국가기간시설을 공격한다는 발상은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상식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터무니없고, 피청구인의 기본 노선에도 어긋나는, 이석기와 그를 지지하는 소규모 집단의 이념과 신조는 그들의 신념일 뿐이고, 그것이 곧바로 정당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이석기나 그를 지지하는 소규모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신념이나 목적이 정당의 숨은 목적, 진정한 목적이 된다는 인용의견의 결론을 납득하기 어렵다. 당의 강령 개정은 당 대회 의결사항이고 많은 당원들은 성문의 강령을 당의 강령으로 알고 있고 많은 지지자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피청구인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국회의원의 개인적 결정이 그대로 관철되지 않도록 당원과 당원을 대표하는 대의원, 중앙위원에게 당헌과 당규로서 많은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민노당이나 피청구인은 창당 이래 당원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활발한 토론과 회의를 걸쳐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해왔다. 만일 일인지배가 인정되는 정당이 있어, 그 일인이 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경우라면 그런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대중정당에선 지도자의 의사가 바로 당의 의사라고 할 수 없다. 인용 의견이 설정한 주도세력에 속한 당원은 국보법에 의한 형사처벌의 대상된다는 걸 공인해주는 것이 된다.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심판이 청구되고 해산 결정이 이뤄진 후 다시 독일 공산당이 재건되기까지 12만 5천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 중 6천 내지 7천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활동에 제약받는 문제가 발생한 것에 비춰보면 이 결정으로 우리 사회에서 그와 같이 붉은 낙인을 찍는 결과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헌법이란 탐조등으로 우리 사회의 갈 길 찾아 나설 때 우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두 축으로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바탕이자 토대가 되는 자율과 조화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헌법 전문의 근본정신이다.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찾기 어렵고 서로를 겨눈 거친 언사들이 난무하는 우리의 삭막한 현실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 통합과 화해를 갈구하는 이들에게 주는 우리 헌법의 가르침도 바로 이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 8조 4항이 요구하는 정당해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 사건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 이는 피청구인 문제점에 대해 면죄부를 두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10시 35분


"이상 본안에 관한 두 가지 이유 의견의 요지를 말씀드렸다. 이 두 가지 이유 중 인용 의견은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등 8인의 재판관이 피력한 견해이고 기각의견은 김이수 재판관이 피력한 견해이다."


/기자들도 한숨/


"한편 인용 의견에 대해선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의 보충 의견이 있다.


결국 이 사건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정당해산에 필요한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0시 36분


"주문을 선고하겠다. 주문 1.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2.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은 그 의원직을 상실한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한 2013헌사907호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사건은 본안 사건에 관한 종국 결정을 선고하였으므로 가처분 사유가 없어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이상으로 모든... 선고를... 어../방청석에서 막 소리 지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