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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머뭇거림보다는

"내가 물 준 군인이 시민에게 총 쏴... 영혼에 금 갔다" [내가 겪은 광주] 영화 과 '시민군'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 "당시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질문을 받은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거슬러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로 돌아가는 것은 그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51)은 당시 고3이었다. 그날은 금남로의 한 제과점에서 전남여고생들과 미팅 중이었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밖을 내다봤다. 대학생들이 데모하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재밌는 구경거리'라고 생각했죠. 친구들은 여학생이랑 얘기하느라 저 혼자 참여했어요. 데모하는 바람에 당시 만난 여고생들 얼굴도 생각 안 나네요(웃음)." 오후 3~4시쯤 공수부대가 투입됐다. 시민들이 돌을 던지면 도망가던 경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진압몽둥이와 대검을 지닌 공수부대는 .. 더보기
"수사관들이 '넌 짐승...애원-굴복' 강요... 하도 두들겨 맞아서 허위 진술서 썼다" [내가 겪은 유신] 영화 과 '민청학련 사형수' 이철 "유신이 없었거나 제가 그 집에 가지 않았다면 두 형제가 레코드가게 하며 오순도순 살지 않았을까. 제가 그 집에 숨어들면서부터… (두 분은) 유신정권에 희생됐지만, 저도 거기에 (책임을 느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이철 전 의원(65)은 '유신'하면 마음에 가장 남는 일이 '두 형제의 죽음'이라고 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아래 민청학련)' 이름으로 유신 반대 시위를 일으킨 후 수배 중이던 때였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레코드가게에 잠시 숨어 있었다. 이곳을 함께 운영하던 형제는 이 전 의원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구속당했다. 먼저 풀려나온 동생은 행방불명됐고, 형은 감옥에서 4년여를 살고 나와 '목우스님'이 됐다. 스님은 이후 미국에.. 더보기
"처벌 강화는 잡초 뽑으려다 농사 망치는 셈" [성범죄 막으려면-인터뷰③] 김준호 고려대 명예교수 "범죄는 개인 아닌 '사회'의 문제" "범죄라는 게 없어질까요?""안 없어져요." 김준호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67)는 "그러니까 길게 보자"며 "길게 보고 근본적인 가치관부터 고쳐나가면, 언젠가는 이런(성범죄자 같은) 사람들이 설 땅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제 성범죄를 말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6일 오후 고려대에서 와 만나 "범죄통계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힘들다"며 "특히 성범죄는 신고율 문제가 있어서 (최근 성범죄 건수가 늘어난 이유를) '세상이 흉흉해졌다'고 말하면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그 역시 다른 전문가들처럼 "사람들이 이제 성범죄를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냐"며 성범죄 증가의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더보기
"성폭력 보도 4배 증가"... 그들이 노리는 것은? [성범죄 막으려면-인터뷰②] '여성학자' 권인숙 명지대 교수 by 홍현진 선배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성폭행'을 쳐본다. 하루 동안 나온 기사만 477건. , , . 이 정도면 에서 배우 송강호가 말한 '강간의 왕국'이라는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2012년 1월 1일부터 2012년 9월 6일 오후 12시 37분 현재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성폭행' 키워드 기사는 20885건에 이른다. 같은 키워드의 기사가 2007년 한 해 동안 5167건, 2008년에는 7627건 검색된 것과 비교한다면 가파른 상승세다. 참고로 '2011년 범죄백서(법원 연수원)에 따르면, 강간(성폭력범 포함) 범죄 발생 건수는 2007년 13634건, 2008년 15094건, 2010년에는 19939건이었다. '여성학자'인.. 더보기
"'야동 보는 외계인'만 없으면 성범죄 사라질까 가장 센 형벌 내리는 미국, 범죄율도 가장 높아" [성범죄 막으려면-인터뷰①] 이호중 서강대 교수 "가장 좋은 범죄정책은..." 많은 언론들은 지난 3일 '전남 나주에서 7세 여아를 납치, 성폭행한 고아무개는 어린이가 등장하는 음란물을 즐겨봤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은 아동음란물 유통국 세계 6위'라며 '아동성범죄 예방을 위해선 아동음란물을 규제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과연 음란물을 규제하면, 성범죄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을까. 이호중(49)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3일 오후 서강대 연구실에서 와 만난 이 교수는 "아동음란물은 유통경로가 불법적이어서 일부러 찾아본다는 건 특이한 점"이라면서도 "'음란물을 많이 보면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전혀 증명되지 않은 명제"라고 말했다. "소아성기호증은 의사의 진단이 필요한 부.. 더보기
'MB시대'에 무한 반복되는 용역폭력, 과연 우연일까 "형사는 우연을 믿으면 안 돼." 영화 에서 수사 내용을 보고하며 "우연일까요?"라고 묻는 블레이크 형사에게 고든 고담시 경찰청장은 말했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갓 수습을 뗀 풋내기 기자가 '기자론'을 말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에스제이엠(SJM) 사태로 컨택터스를 취재하며 깨달았다. 반복되는 '짧은 사건'들은 우연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컨택터스란 이름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에, 법인 등기부 등본에 '서진호'란 이름이 거듭 등장하는 일도 그랬다. 회사 관계자들은 기자와 통화하며 그를 감추려 했다. 취재 결과 서씨가 바로 컨택터스의 실제 소유주였다. 그렇다면 이건 우연일까 아닐까. 2009년 쌍용자동차, 2010년 발레오만도와 케이이씨(KEC), 상신브레이크, 2011년 유성기업, 그.. 더보기
‘관광 중단 4년’ 금강산도, 남북관계도 안 보여 [현장] 피해만 쌓여가는 강원 고성 주민들 “정부는 있으나 마나” 북위 38.35도. 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도 금강산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6일, 종일 물기를 머금고 있던 하늘은 산을 꼭꼭 숨겨버렸다. 통일전망대에 오른 누구도 금강산을 볼 수 없었다. 2003년 2월 14일 금강산 육로관광 길이 열렸다. 이미 1998년부터 여객선을 타고 금강산에 오고갈 수 있었지만, 자동차를 이용해 더 편리하게 금강산에 갈 수 있게 되면서 관광객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경제활동이 농어업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어획량이 점점 줄어 어려움을 겪던 강원도 고성군에도 금강산 관광은 일자리 창출, 지역경기 활성화 등 긍정적 영향을 줬다. 30년 넘게 현내면 초도리에서 ‘갑호주유소’를 꾸려온 박응동씨(63, 강.. 더보기
냉면 때문에 웃고, 울고, 싸우고, 죽고... 옛날신문에서 찾아본 ‘냉면은 사연을 싣고’ 어떤 음식은 때때로 사람을 살린다. 압력밥솥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날씨가 이어질 때 먹는 냉면 한 그릇이 그렇다. 쫄깃쫄깃한 면발, 얼음이 동동 뜬 육수의 가치는 시대를 불문하고 여름마다 빛났다. 수은계가 점점 높은 숫자를 가리키는 5~8월이면 냉면 소개 기사가 한 번쯤은 신문에 등장하는 이유다. 그럼 현재 검색 가능한 ‘최초의 냉면 기사’는 무엇일까? 1920~2000년 동안 발행된 기사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냉면’을 검색해봤다. ‘삼민생(三民生)’이란 정체불명의 필자가 쓴 지난 1920년 6월 6일 1면에 실린 칼럼이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서선(西鮮)에서 돌아와(2)’란 제목으로 실린 이 글은 “작년 만세 사건으로 수감됐던 사람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