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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끝을 벼리다/머뭇거림보다는

<제보자> 그리고 황우석사태의 기록 기록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는 식이어서는, 그 일이 절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경우, 종종 또 일어나게 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 이렇게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원세훈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준비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등장인물' 슬라이드에 선배가 여는 말로 넣은 문장이다. 맞는 말이다. 기록은, 기억을 위하고 미래를 위한 기록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어제 영화 를 보고 나온 뒤 이 문장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그 일' 역시 같은 성격의 사건이어서리라. '절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경우' 말이다. 2005년 겨울, 나는 겨우 대학교 2학년이었고 전공에 치이는 하루하루가 힘겨워 쩔쩔맸다. 그러던 중 '그 일'이 터졌고, 이듬해 .. 더보기
'김용판 무죄' 판사는 왜 권은희를 믿지 않았나 [판결 해설] 재판부 "객관적 사실·경찰들 증언과 어긋나" 시작과 끝 모두 '권은희'였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초기 수사를 지휘한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폭로로 법정까지 오게 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그의 진술 때문에 6일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이날 107쪽에 달하는 판결문 곳곳에서 "권은희를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 그의 말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다른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과도 모두 엇갈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주장과 다른 사실] "통화내역 없고, '깡통디스크'엔 국정원 직원 ID 담겨" 권은희 과장은 지난해 8월 30일 이 재판의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 2012년 12월 12일 오후 3시쯤 김 .. 더보기
교사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교사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전교조에 대한 법원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분석] 25년 전 '교사 단결권' 논쟁 되살린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 1심 판결 교사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법원은 이 해묵은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고용노동부(장관 방하남)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김정훈)은 노조 아님' 통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교사가 단 1명이라도 있다면, 교사 수만 명의 단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또 산별노조는 해직자나 구직자가 가입할 수 있지만, 교원노조.. 더보기
민간인학살 희생자 목숨 값 깎는 대법원 민간인학살사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금 액수가 너무 많다며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지난 5월 29일 피고 '대한민국'이 채의진(78)씨 등 문경 석달마을 민간인학살사건 피해자 4명에게 억대 배상금을 지금하도록 한 원심판결이 "위자료 산정 법리를 오해했다"며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문경학살사건은 1949년 12월 24일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속봉리 석달마을에서 벌어진 국군의 무차별 학살극이었다. 석달마을 주민 127명 가운데 86명은 이 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문경학살사건이 여느 민간인 희생사건과 비교할 때 위자료액수를 높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고, 피해자들 상호간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며 두 번째 파기환송 .. 더보기
2014년 4월 9일의 소원 전개가 빤히 보이는 이야기, 상투적인 표현들...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래도 꼭 쓰고 싶었다. '과거'사(史)가 아니라 '현재'사라라는 혼잣말을 많이 하며 준비했던 기획이었다. 가슴을 울리는 그 이야기를 정리해보려니 쉽지 않았다. 털고 나니 속이 시원하면서도 아쉽다. 그리고 욕심이 든다. 예전에 '내가 겪은 OO' 시리즈를 준비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유서대필사건 타임라인을 기획하던 일도 마찬가지였고... 이 기록이 누군가의 과거는 곧 현재라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겨보는 자그마한 계기였으면 좋겠다. "23억 중 13억 토해내라니... 대법원은 인혁당 피해자들 두 번 죽였다" [인혁당 사법살인 39주년- 가해자에서 채권자로 돌변한 국가①] 이창복씨 인터뷰 4월 9일은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 더보기
'반기문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 "저는 당신과 함께 합니다(I'm with you)." 더보기
<7번방> 용구씨, '박근혜 정부'에선 만나지 말아요 용구는 딸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믿지 않았고, 용구는 하루아침에 빨간 명찰을 단 사형수가 된다.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줄거리다. 그런데 용구는 현실에도 있었다. 1975년 4월 9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용구'는 8명이었다. 나라 안팎에서 '사법 살인'으로 평가받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들이다. 이밖에 수많은 '용구'가 있었지만, 한국사회는 아직 사형제 폐지 여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1997년 12월 30일 이후 한 번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지만, 아동 성범죄나 연쇄살인 등 흉악범죄사건이 있을 때마다 여론은 늘 엇갈렸다. 다만 누구든 '집행'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명박 정부도 21명을.. 더보기
박근혜 원전 정책, 결국 '확대'로 가나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처럼 짝퉁이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은 7일 와 한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원자력 발전 공약을 두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원전 확대정책을 얘기한 적 없고, 대선 공약도 안전위주였지만, 인사로써 '원전 공약은 짝퉁'이란 걸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후보 공약집에서 '안전우선주의에 입각한 원전 이용'을 약속함과 동시에 원전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원전 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돼 원전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민 여론을 수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전체 전력생산에서 화석연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