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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마음에 남아/보고 듣고 읽고 쓰다

서늘한 담담함이 그립다-<바람이 분다, 가라>



아주 오랜만에 한 권의 책을, 한 번의 호흡으로 읽었다.

어지러운 이야기의 편린들과 그 속에 담겨 있는 감정들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내게 그 글은 '과잉'으로 꾹꾹 덧칠되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영혼은 외로움으로 만들어져서, 그 외로움이 빠져나가면 무너져버린다'는 문장처럼 마음에 남는 건 없다.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는 그래서 <몽고반점>과 <내 여자의 열매> 같은 전작들의 냄새가 뒤엉켜있는 느낌이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서늘한 외로움만 남겨주던 그 문장들을 이젠 찾기 힘들다.

과거의 경험이, 그 어둠의 뿌리가 얼마나 삶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가를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 그 한결같은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 아직 그의 글을 손에서 버리지 못하게 한다. 흉통이 느껴지듯 어지러운 글,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를 토해낸 것처럼 혼란스럽고 가쁜 호흡이 느껴짐에도..

그의 서늘한, 그래서 외롭던, 그래서 위로가 되던 문장들을 읽으며 숨죽여 마음으로 울던 작은 방의 내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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