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좀 많이 외로웠고 우울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문득 정동진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검색을 해봤다. 이미 한 시간 전에 정동진행 마지막 열차는 출발했었다. 영화라도 볼까 해서 검색을 해봤다. 마땅히 볼만한 영화는 없었다. 그냥 침대에 누웠다.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있노라니 몸이 노곤해졌다. 잠이 들었다.
그 몇 시간 전엔 가벼운 언쟁이 있었다.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그냥 늘 그렇듯 '이건 어쩔 수 없는 갭'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었다. 책을 읽고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는 일이 반복되는 일상. 이제는 티핑포인트가 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 그대로다. 그래서 힘든 건 아니다. 지쳤다고 말하기도 모호하다. 다만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건 꽤 오래된 일이다.
그 전날 만난 친구와 여행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내가 여행을 못 가는 이유는, 그만큼 절실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전에도 몇 번 들었던 말이다.
화가 났다.
절실함을, 너만의 기준으로 보는 거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화를 낼 만한 일도 아니기에 짜증이 섞인 웃음으로 응수했다. 어쩜 내가 바보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늘 그런 식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요건'들이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아니 스스로 먼저 포기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냉소적이게 됐고, 동시에 부자유스럽게 됐다.
자유를 꿈꾸지만,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다. 나의 절실함이 어떤지 이해하지 못하는(그럴 수밖에 없는) 친구의 말에.
괜찮다가도 이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걸 보면, 내 가슴 위에 얹어져 있는 돌덩이는 여전히 무거운가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