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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몇 가지/조금만 더

내가 쓴 기사는 누가 읽는가

안수찬 선배 페북에서...


지금까지 읽어본 (얼마 되지 않지만) 연구논문을 종합해 보면, 다음의 이야기로 집약된다. 1. 뉴스 소비 총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2. 그러나 종이신문/방송뉴스 소비 시간은 줄어든다. 3. 그만큼 다른 플랫폼(SNS 등)을 통한 뉴스 소비가 더 늘어난다. 4. 이런 도전에도 불구하고 뉴스 채널로서의 방송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협소해질 것이다) 5. 이런 도전 앞에서 종이신문은 버티지 못한다. 


저널리즘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개념 가운데 '미디어 레퍼토리'라는 게 있다. 개인은 모든 채널, 매체를 두루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연결고리'를 형성해 이를 따라 (뉴스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50대 직장인 남성은 아침 신문 - 출근 직후 포털 - 퇴근길 페이스북 점검 - 저녁 방송 뉴스 식의 '미디어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제출된 국내 연구논문을 거칠게 보자면, 20-40대의 뉴스 소비 레퍼토리에 '종이신문'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SNS를 포함한) 인터넷이 기본이고 (제한적이지만) 방송도 각자의 레퍼토리 어느 대목에 등장한다. 그러나 종이신문은 없다. 


<뉴스가 지겨운 기자>에 이런 이야기를 썼다. 내가 쓴 기사는 누가 읽는가. 소속 부서의 팀장-부장은 읽는다. 다른 부서의 팀장-부장은 안 읽는다. 출입처 공보실 직원들은 읽는다. 그 출입기관의 다른 공무원들은 안 읽는다. 같은 출입처의 타사 기자들은 읽는다. 다른 출입처를 담당하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안 읽는다. 오직 고향의 부모님은 내 기사를 꼬박꼬박 읽는다....


우리가 생산하는 기사를 누가 읽는지, 읽을 것인지, 읽게 할 것인지, 궁리해야 한다. 그래야 '진지한 뉴스'를 '더 친근하게' 전달할 방도가 나올 것이다. 신문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최후의 순간까지도 '진지한 언론'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늦어지면, 대중이 원하는 말초적/자극적 뉴스를 내놓는 일만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일 하고 싶지 않은 기자들이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아.. 힘들다. 기자로 사는 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