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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

<마션>을 보고 왔다

# 기억이 맞다면, 생애 첫 '우주영화'는 <아폴로 13>이다. 선체 이상으로 우주미아가 될 뻔한 비행사 3명이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다룬 이 영화에는 어김없이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이 등장한다. 휴스턴 기지에서 거대한 전광판과 복잡한 기계들을 모든 직원이 동시에 바라보며 '단 한 순간'에 집중했다 마침내 그 순간에 일제히 환호하는 장면도. 나사가 등장하는 영화라면 어김없이 나오는 일종의 클리셰다. 3년 뒤 개봉한 <아마겟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션> 역시 예상을 저버리지 않았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하나의 목표가 이뤄지는 그 순간, 카메라는 여느 우주 영화처럼 나사 내부를 비춘다. 많은 사람들은 오직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환호한다. 


ⓒ21세기 폭스사


촌스럽게도, 나는 그만 이 광경을 보며 울컥했다. <아폴로 13>을 보며, <아마겟돈>을 보며 그랬던 것처럼. 뻔한 장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는 과학자들의 모습만 보면 뭉클해진다. 


일체감이라는 것은 때론 위험할 수 있지만, 정말 빛을 발하는 때도 많다. 우주영화 속 주인공들이 온갖 고난을 헤치고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나사의 모든 이들이 환호한 것은 그렇게 빛나는 순간이다. 다만 예전에는 마냥 '멋있다'고만 느꼈더라면, 이번에는 현재 상황과 그 장면이 미묘하게 겹쳐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어찌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 장면인데; 4년차 직장인으로 조직생활을 하며 가져온 여러 감정들이 너무 극대화한 시기라 그런가보다.


# 이 영화처럼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감정도 어김없이 일어났다. <이미테이션 게임>을 볼 때도 비슷했다. '저런 사람들이 과학해야지...' 이번에는 리치 파렐 때문이었다. 앨런 튜링처럼 '너드'스러운 과학자다. 정확히는 우주역학자. 영화 설정상 당연히 똑똑한 인물이다.


ⓒ21세기 폭스사


과학을 포기한 것 자체를 후회하진 않는다. 분명 내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다만 가끔 생각난다. 과학을 '단순한 열정'만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과학에는 '단순한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쓸모없어보이는 세계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순수한 경이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가 필수다. 과학만이 아니라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나는 그 일을 하기에는 속물이었고, 그만한 열정이나 호기심도 없었다. 눈은 이미 '세속'을 향한 지 오래였다. 나름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있어 기자질을 시작했고, 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하지만 요즘은 계절 탓인지, 내 탓인지, 남 탓인지 열정과 집중력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리치 파렐에 눈이 갔는지도.


# 영화 실제 촬영장소는 요르단의 한 사막이라고. 공개된 스틸 사진에는 영화를 보며 느낀 황량함을 잘 담아낸 것은 찾기 힘들더라. 그나저나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우주에서 바라보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 죽기 전에 볼 수 있을까? ㅎㅎ


ⓒ21세기 폭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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