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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하고 정확한

"성호가 기다렸던 그 미사였는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교황방한위원회



심성이 곱지 못해, 교황님 방한을 두고 호들갑 떠는 모습에 계속 틱틱댔는데. 어쩔 수 없었다. 울컥했다. 유민 아버님 만나는 광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장면은 뒤늦게 동영상 자료로 봐서 좀 감회가 덜 했다. 근데 유족분들한테 이 광경을 어떻게 보셨냐고 전화로 묻는데... "우리 성호가 기다렸던, 우리 가족이 약속했던 미사"라는 어머님 말씀에 말을 잇기 힘들더라.


기사엔 다 녹여내지 못했는데 아까워서, 공유 차원에서 올린다. 단원고 고 박성호군 어머님과 짧게 나눈 대화 내용이다. 어머님 말씀대로 성호군이 하늘에서 이 미사에 함께 했겠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3934


"(오늘 교황님이 유민 아빠와 만나셨는데)너무 감사하다. 유족들 모두와 교황님이 함께 해주시고. 악수해주시고... 지금 뭐 저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만큼 해주셨다. 정부가 이제 대답해야죠. (교황님은 정부가) 해야할 일 안 하고 핑계 댔던 게 무색하리만큼 (우리에게 해주셨다). 이제는 정부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을 지키는 정부로 거듭나야한다."


"(교황님이) 많은 위로가 됐다. 더 이상은 없다(더할나위 없이 좋다는 말씀). (유족들은)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한테 보호를 못 받아 그 가슴앓이가 너무 컸는데, 너무 좋으신 분이, 정의의 편에서 (함께) 해주시니 도움이 됐다. 제발 좀 그렇게 모두 함께 움직이고, 국민이 움직이고 해서 살기 좋은 나라,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


"저희가 넉달이 넘도록 아프고 힘들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그렇게 외치고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고생하고 있고 단식하는데도 (대통령은) 묵묵부답이다. 약속도 안 지키고... 그렇게까지 우리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대통령이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 교황님 방한을 계기로 바뀌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심각하다. 청와대가 보이는 광화문에서, 그렇게 청와대를 향해 얘기해도 어쩌면 그렇게 대답이 없는지... 해도 너무 한다. 교황님이랑 많이 대비된다. 윗사람은 약자부터 아울러야죠. 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도 못하는 대통령은 반성하셔야죠."


"성호가 기다렸던 그 미사가, 우리가 약속했던 그 미사가 오늘이었는데 (성호가) 없어서 너무 가슴아팠다. 그래도 교황님이 함께 해주시고, 많은 신자분들과 신부들께서 함께 해주셔서 위로받았다. 성호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 우리 성호는 예수님 곁에서 편안하게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교황님이) 시복주신 복자들과 성인들과 함께, 성호도 함께 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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